편견

돈 때문에 잊지 말아야 할,

by 겨울해


월요일 아침, 주말 내내 무언갈 끊임없이 하는 통에 제대로 쉬지 못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카페로 출근했다.


오늘처럼 일하기 싫은 날에는 사소한 거에도 짜증이 나는 건 당연지사, 긍정의 에너지는 빛을 잃는다.


이런 날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데 대개 이런 식이다. '나는 왜 일해야 하는가, 돈은 무엇인가, 내 소중한 시간과 건강을 잃어가며 벌어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등등. 머릿속에서 장황한 토론을 벌이며 내가 이곳에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투정 부린다.


이 쓸데없지만 중요한 토론의 결론은, '먹고살기 위해서.' 혹은 '월급을 위해'서다. 때때로 '나만 이런 거 아니고 남들도 다 그래.' 하면서 지나가는 무고한 사람을 내 마음에 안위를 위해 비겁하게 끌어당기곤 한다.


월요병엔 뭐니 뭐니 해도 카페인 수혈이지 하면서 샷을 추출하며 멍을 때리고 있는데 옆에서 툭한 소리가 들렸다. 당시 내가 근무하는 카페는 오픈형 매장이었는데 아저씨 한 분이 무심하게 자몽과 오렌지 사이에 대부업 전단지 하나를 툭 하고 올려두고 가신 거다. 오픈 매장이라 그런지 전단지를 돌리시는 분들이 신출귀몰하면서 여기저기 놓고 가시는 바람에 가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이 되기도 했다.


[저금리, 당일 대출/최대 1억]

[신용등급 상관없이 1억 대출 가능]


등등의 글귀가 적힌 대부업 전단지. 나는 비싼 돈 저렴하게 빌려준다는 전단지를 툴툴대며 자몽과 오렌지 사이에서 꺼내 당장에 쓰레기통에 버렸다.


'누가 돈 필요하다고 자꾸 뿌리는 거야.'


속으로 중얼거리며 문소리도 없이 흔적을 남기고 간 불청객을 비난했다. 방금까지 돈 필요하니까 힘내자 했던 주제에 자신의 처지는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나한테 1억이 있으면 뭘 할까, 집 값이 요즘 얼만데 할 수나 있나 등등의 생각들에 잠긴다. 에라, 정신 차리자 하면서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하지만 손님이 와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카페인 수혈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요, 아메리카노 2천 원인 거예요?"


손님은 카페 입구에 있는 입간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거기엔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2천 원]이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적혀있었다. 손님은 나와의 거리를 어정쩡하게 두고선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 손님은 오렌지와 자몽 사이에 대출 전단지를 두고 간 아저씨였다.


그는 까무잡잡한 얼굴에 주름진 눈매가 매우 지쳐 보였다. 내가 2천 원 아닌데요 하면 당장에라도 가게를 나갈 것 같은 표정이었다.


"2천 원짜리가 설탕 안 들어간 커피 맞죠?"


그는 재차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표정으로 카드를 내게 건네는 그의 모습은 꽤 신사다웠다. 가벼운 목례와 함께 한 손으로 본인의 어깨를 짚으며 공손히 내민 그의 카드를 나는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삶이라는 영토를 다스리느라 고생하신 영주 같은 그에게 매우 친절한 말투로 응대했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그와 나 사이에는 2천 원이라는 돈이 오고 갔지만 그 이상의 것을 주고받은 기분이었다. 그건, 돈으로는 살 수 없고 또 빌릴 수도 없는 어떤 태도, 혹은 동질감, 혹은 존경과 부끄러운 민낯이 섞인 미묘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