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기록] 1. 반짝이는 땅에서 자라라.

위로와 지지를 받아 마땅한 나무들

by 겨울해

코시국에 카페를 양수받기로 결정했다. 발품과 눈팅을 열심히 팔아 알아본 가게들은 한 군데씩 꼭 매우 아쉬웠는데 밤늦은 시각에 발견한, 가지고 있는 아쉬움을 발전 가능성으로 바꿀만한 가게를 발견했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시점에 나타난 가게에 할렐루야를 외치면서 연락을 드리고 방문을 했다.


카페에서 일은 오래 했다지만 내 가게를 가지고자 창업 준비를 하는 건 처음이기에 걱정이 많이 되었다. 방문 시 점점해야 하는 여러 모로를 공부하고 갔는데도 부족했다. 그래도 내가 바라는 조건과 알맞 사장님께 며칠 안으로 연락을 드린다 하고 나왔다.


그리고 고민을 했다. 이 사실을 부모님과 상의를 해야 할까? 예상되는 반응은 뻔했다.


어머니는, '그게 얼만데? 엄마 친구 딸도 한다던데... 많이 어렵다던데 할 수 있겠어? 일단 아빠랑 상의해봐.

아버지는, '얼만데. 어딘데. 가봤니. 네가 잘할 수 있겠니. 그걸 꼭 해야겠냐. 지난번에도 어쩌고 해 놓고 솔직히 네가 지금까지 이룬 게 뭐가 있느냐.'


아무튼, 말씀은 드려야지. 전화를 드렸고 돌아오는 부모님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너무나 예상한 그대로여서 이야기를 듣는 내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나는 못난 딸이구나라는 생각에 덤덤했다. 그래도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유해진 한탄과 한숨이 섞인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내 입장을 일축했다. 그래도 전 하고 싶어요.


아버지는, '나는 지금 당장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오빠한테 전화해봐라.'


라고 이야기하셨다. 이건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오빠한테 전화해보라니. 실히 우리 가족에겐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한국의 여느 남매들처럼 우리는 그렇게 살갑게 큰 남매는 아니었다. 폭풍 같은 학창 시절엔 서로에게 철천지 원수기도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오빠가 가정을 꾸리면서 우리 가족이 조금씩 뭉쳐지기 시작했다. 오빠네 부부에게서 태어난 첫 조카 리 가족에게 확실한 다리를 놓아주었다. 그 뒤로 천히 관계가 회복이 되고 있었데 이 말인즉슨 그동안 미뤄뒀던 감정의 교류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소리였고 나에겐 그게 너무나 낯설었다. 또 버거웠다.


나는 오빠한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상황임을 밝혔다.


오빠는, '답정녀네. 이미 마음 굳혔구먼 뭘.'


오빠에게 뼈를 맞은 나는 깔깔 웃었다. 맞아, 난 마음 정했어.


오빠는, '그래서 그게 얼만데. 가봤냐. 조사는 잘해봤냐' 등 물어봤다. 나는 부모님께 했던 똑같은 말을 ctr+c, ctr+v로 전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이 가지 않았다. 내 말을 한참 듣던 오빠는 말을 이었다.


오빠는, '그래. 그럼 해봐라. 네가 충분히 고민했을 거고 알아본 것 같으니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네가 수습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은 것 같다. 너도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코로나라서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어쨌든, 지금 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지금 내게 밀려오는 감정이 너무 낯설어서 눈동자만 굴리고 침을 삼켰다. 이게 뭐지? 어떤 먹먹함이지?


나는, '오빠 근데 아빠의 반응은 이랬어. 근데 오빠라도 이렇게 이야기해주니 내가 지금 너무 고마운 것 같다.'

오빠는, '네가 말하는 게 나도 뭔지 안다. 부모는 정신적 지지를 해줘야 맞지. 어쨌든, 나는 네가 도전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 오빠, 좋은 아빠가 될 준비가 되어있네.'

오빠는, '얌마, 그건 우리 딸 입장도 들어봐야지.'


이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우리 남매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코는 시큰거렸고 가슴은 먹먹하고 미간은 모아졌다. 그래, 나는 방금 굉장한 위로와 지지를 받았나 보다. 갑자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고 의욕이 생겼다. 오랜만에 느끼는 마음의 힘이었다.


혈기로 다져왔던 자신감이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깎이고 깎여 바닥난 자존감이 훤히 보였었는데 내 핏줄이 날 믿어주고 응원해준다는 사실에 마음이 꿈틀 했다.


땅에서 별들이 올라와 반짝반짝거렸다. 나는 이 반짝이는 별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졌다. 흐물거리던 두 다리에 힘이 생겼다. 메말라있던 내 마음이 축축해졌다. 는 나에게 말해줬다.


너는 반짝이는 땅에서 앞으로의 인생을 맞이할 거야. 그곳에서 더욱더 자라라. 너는 위로받아야 하고 지지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다. 괜찮다. 할 수 있다. 도전을 포기하지 말고 그 반짝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너만의 열매를 맺으렴.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