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에 카페를 양수받기로 결정했다. 발품과 눈팅을 열심히 팔아 알아본 가게들은 한 군데씩 꼭 매우 아쉬웠는데 밤늦은 시각에 발견한, 가지고 있는 아쉬움을 발전 가능성으로 바꿀만한 가게를 발견했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시점에 나타난 가게에 할렐루야를 외치면서 연락을 드리고 방문을 했다.
카페에서 일은 오래 했다지만 내 가게를 가지고자 창업 준비를 하는 건 처음이기에 걱정이 많이 되었다. 방문 시 점점해야 하는 여러 모로를 공부하고 갔는데도 부족했다. 그래도 내가 바라는 조건과 알맞아 사장님께 며칠 안으로 연락을 드린다 하고 나왔다.
그리고 고민을 했다. 이 사실을 부모님과 상의를 해야 할까? 예상되는 반응은 뻔했다.
어머니는,'그게 얼만데? 엄마 친구 딸도 한다던데... 많이 어렵다던데 할 수 있겠어? 일단 아빠랑 상의해봐.
아버지는, '얼만데. 어딘데. 가봤니. 네가 잘할 수 있겠니. 그걸 꼭 해야겠냐. 지난번에도 어쩌고 해 놓고 솔직히 네가 지금까지 이룬 게 뭐가 있느냐.'
아무튼, 말씀은 드려야지. 전화를 드렸고 돌아오는 부모님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너무나 예상한 그대로여서 이야기를 듣는 내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나는 못난 딸이구나라는 생각에 덤덤했다. 그래도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유해진 한탄과 한숨이 섞인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내 입장을 일축했다. 그래도 전 하고 싶어요.
아버지는, '나는 지금 당장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오빠한테 전화해봐라.'
라고 이야기하셨다. 이건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오빠한테 전화해보라니. 확실히 우리 가족에겐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한국의 여느 남매들처럼 우리는 그렇게 살갑게 큰 남매는 아니었다. 폭풍 같은 학창 시절엔 서로에게 철천지 원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오빠가 가정을 꾸리면서 우리 가족이 조금씩 뭉쳐지기 시작했다. 오빠네 부부에게서 태어난 첫 조카가우리 가족에게 확실한 다리를 놓아주었다. 그 뒤로 천천히 관계가 회복이 되고 있었는데 이 말인즉슨 그동안 미뤄뒀던 감정의 교류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소리였고 나에겐 그게 너무나 낯설었다.또 버거웠다.
나는 오빠한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상황임을 밝혔다.
오빠는, '답정녀네. 이미 마음 굳혔구먼 뭘.'
오빠에게 뼈를 맞은 나는 깔깔 웃었다. 맞아, 난 마음 정했어.
오빠는, '그래서 그게 얼만데. 가봤냐. 조사는 잘해봤냐' 등 물어봤다. 나는 부모님께 했던 똑같은 말을 ctr+c, ctr+v로 전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이 가지 않았다.내 말을 한참 듣던 오빠는 말을 이었다.
오빠는, '그래. 그럼 해봐라. 네가 충분히 고민했을 거고 알아본 것 같으니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네가 수습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은 것 같다. 너도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코로나라서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어쨌든, 지금 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지금 내게 밀려오는 감정이 너무 낯설어서 눈동자만 굴리고 침을 삼켰다. 이게 뭐지? 어떤 먹먹함이지?
나는, '오빠 근데 아빠의 반응은 이랬어. 근데 오빠라도 이렇게 이야기해주니 내가 지금 너무 고마운 것 같다.'
오빠는, '네가 말하는 게 나도 뭔지 안다. 부모는 정신적 지지를 해줘야 맞지. 어쨌든, 나는 네가 도전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 오빠, 좋은 아빠가 될 준비가 되어있네.'
오빠는, '얌마, 그건 우리 딸 입장도 들어봐야지.'
이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우리 남매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코는 시큰거렸고 가슴은 먹먹하고 미간은 모아졌다. 그래, 나는 방금 굉장한 위로와 지지를 받았나 보다. 갑자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고 의욕이 생겼다. 오랜만에 느끼는 마음의 힘이었다.
혈기로 다져왔던 자신감이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깎이고 깎여 바닥난 자존감이 훤히 보였었는데 내 핏줄이 날 믿어주고 응원해준다는 사실에 마음이 꿈틀 했다.
땅에서 별들이 올라와 반짝반짝거렸다. 나는 이 반짝이는 별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졌다. 흐물거리던 두 다리에 힘이 생겼다. 메말라있던 내 마음이 축축해졌다. 나는 나에게 말해줬다.
너는 반짝이는 땅에서 앞으로의 인생을 맞이할 거야. 그곳에서 더욱더 자라라. 너는 위로받아야 하고 지지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다. 괜찮다. 할 수 있다. 도전을 포기하지 말고 그 반짝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너만의 열매를 맺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