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기록] 2. 안녕, 낯선 사람

안녕, 나의 주인

by 겨울해

약 한 달 반여 간의 양수 준비를 하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아직 가게를 운영하기도 전인데 왜 그랬냐 물으신다면 자고로 행의 시작은 계획 세우는 것부터라 하는 것과 같은 이유랄까.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 공간 등을 만난다는 게 여행이나 창업이나 비슷하다. 단, 여행은 이방인의 인드이고 창업은 주인의 마인드라는 게 큰 차이였다. 이방인과 주인. 헬로, 스트레인져가 아니라 헬로, 오너~ 헬로, 마스터~


카페 준비 단계는 내가 가진 자원을 확인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자원이라 함은 물질적, 정신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이다. 권리금부터 해서 가겟세를 포함한 고정비 및 다양한 지출과 몇 달간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가, 세금 계산 등의 물질적 자원을 맞추는 것 골머리인데 더 큰 문제는 정신적 자원이었다.


카페를 양수받았다고 하면 주변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딱 두 가지였다. 카페를 해 보지 않은 지인들의 '멋지다. 넌 잘할 것 같아.'와 카페를 하고 있는 지인들 '한 번 더 생각해. 다시 돌아간다면 난 시작 안 했을 거야.'로 극명히 나뉘었다. 내게 정신적 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는 대답은 둘 다 아니었고 나는 점점 카페를 한다는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사실 정신적 자원이란 단기간에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도전의식, 내가 해낼 수 있을 거란 자기 확신, 불안한 현실을 맞닥뜨릴 때 세 털어낼 수 있는 여유, 모르는 것에 주눅 들지 않는 용기와 끈기, 부정적인 생각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능력과 그에 따른 용력 등등을 나는 정신적 자원으로 본다. 이러한 정신력은 어릴 적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느냐에 의해 러진다는 걸 오은영 박사님이 등장하면서부터 한국에서 제대로 인지가 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나의 어린 시절은 여러 이유들로 자원이 많이 쌓이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꾸준히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아왔었다.


예전에 비해 요즘엔 특히나 정신적 자원을 채굴할 수 있는 노다지는 장히 많다. 수많은 책들과 강연들이 서점과 인터넷에 차고도 넘쳤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현실적 도움이 필요할 땐, 실질적 해답과 노하우가 담긴 글들을 보고,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할 땐 '성공한 사람들의 마인드'를 풀어내는 강연들을 찾아봤다.


그런데 '헬로, 오너'가 되기도 전에 세상에서 나는 '헤이! 스트레인져!'였다. 모든 과정에서 나는 이방인이었고 도와주는 사람은 생각보다도 더 없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내 건 내가 알아서 챙겨야 했다. 한 번 전화했다고 문제가 해결되었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일이 진행이 안 되는 게 태반이었다. 그러다 결국 구멍이 생겼을 땐 결과적으로 남 탓보단 내 탓이 더 컸다. 그래도 일을 진행하면서 '오, 좋아. 이렇게 주인의식이 길러지는 거지.' 하며 매일 아침 마음을 다스렸다.


소자본으로 시작한 일이다 보니 어려움이 더 많았다. 돈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비용절감을 위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찾아보느라 눈은 빠질 것 같았고 하도 핸드폰 검색을 하는 통에 손가락 지문은 닳아버린 게 분명했다. 핸드폰 터치가 잘 안 먹 때가 많아졌다.


끝내는 승모근이 솟고 생전 없던 두통이 왔다. 그런 날에는 '지금, 내가 뭐하려고 했더라.'하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정보를 저장하고 분류하는 뇌 용량의 한계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성공한 사람들'은 명상을 즐긴다던데 오히려 좋아. 이대로 무의식의 세계 속을 유영하며 잠시 산책하자.


명상을 하려고 발을 디디려는데 조금 외로워졌다. 데미안처럼 무의식의 세계로 어른스럽게 들어가 보려 했지만 싱클레어처럼 내 자아가 계속 낯설게 느껴졌다. 망설이고 있는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나는 해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핏줄이 솟아 벌게진 눈을 바라보았다.


안녕, 낯선 사람.


거울 속에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거울 안에 있는 피곤해 보이는 나도 기꺼이 인사를 해주었다.


세상에 나로 태어나 하는 모든 일들은 돈을 벌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먼저는 나를 알아가기 위해 하는 것들 아닌가. 돈과 성공을 목표로 삼는다면 우후죽순 많은 카페들 사이에서 금세 흔들리고 지는 꽃이겠다. 물론 내 성정도 그걸 목표로 삼을 사람이 되지는 않지만서도.


'괜찮다, 너는 지금 잘하고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오늘의 정신적 자원을 채워주기로 했다. '그리고 너는 꼼꼼함이 부족하긴 하다.' '좋아, 그 취약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나가 보자.'

오늘도 나는 겪어낸 경험과 생각을 부지런하게 기록한다. 이것들은 훗날의 나에게 또 다른 정신적 자원을 제공해주겠지. 그때는 거울 속 낯선 이방인의 모습이 완벽한 주인으로 바뀌어 있을 것을 확신한다. 물론 또 다른 이방인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그땐 지금보다도 더 따뜻하고 여유 있게 맞이할 수 있기를.


안녕, 내 인생의 주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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