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기록] 5. 자란다, 근육이

견디다보면 이 또한

by 겨울해

새벽 3시. 자다말고 눈이 떠졌다. 팔이 끊어질 것 같았고 온 몸에 열이 달끓었다. 끙끙대며 비교적 괜찮은 왼손으로 오른 팔뚝과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왼 손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냥 오른 팔을 등에 대고 깔고 뭉갰다. 그렇게 고정을 시켜 압박을 가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다시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음날,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손목은 저렸다. 결국 죈종일 침대와 한 몸이 된 채 하루를 삭제했다.


이렇게 한 달 동안은 매 휴일마다 근육통에 시달렸다. 안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몸이 축났고 원래도 좋지 않던 손목은 더 악화되어 시큰 거렸다. 그래도 두 달차에는 침대에서 어그적거리며 기어 나와 두어 시간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반죽으로 인한 근육통이 잡혔다. 물론, 산책 후에는 바로 다시 기절했다.


헬스장을 1년동안 열심히 다니며 만들었던 코어근육과 등근육은 한달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야속하다. 이 놈의 근육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땀의 결정체가 녹은 버터 한 조각에 이리도 금방 흡수되다니.


양치질을 하다가 소매를 걷어봤다. 팔 아랫쪽 살은 덜렁 거리는데 윗쪽은 근육이 울룩불룩 잡혀있었고 팔뚝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아유, 튼실하면서도 퉁퉁 부어있네.


이렇게 또 내 체형이 변하는구나 싶었다. 당분간은 아마 이 근육의 결이 유지되지 않을까 싶어 내 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런닝머신에서, 웨이트기구들 위에서 근육을 잘게 쪼개던 내 체형은 잠시 잊자.


지금은 달콤한 디저트와 음료를 파는 카페 사장이니까. 아랫배 좀 나오고 팔뚝살이 덜렁거린다 해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어느 순간부터 밤에 자다가 몸이 아파 깨는 일이 드물어졌다. 하루 12시간 내내 일하고 10시간 이상은 서 있는 일에 몸이 적응이 되어 버렸나 보다. 대신 선잠이 들 때가 많았는데 대부분 매출 걱정 때문이었다.


확실히 마음의 근육은 몸보다 느렸다. 마음의 밸런스가 잡혔나 싶다가도 그 날 하루 장사 죽쑤면 또 다시 원점이었다. 아니지, 마이너스였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고 내가 카페를 왜 시작했을까 깊은 고뇌에 빠졌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은 뭘까. 내가 그동안 해왔던 건 명상, 책 읽기, 산책이었다. 가장 효율적이고 알맞은 방법은 산책이었다. 산책 하다가 괜찮은 공간이 나오면 그 곳에 앉아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카페에 갇혀 있다보니 온전히 시간을 내기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틈틈히 글을 쓴다. 글을 통해 마음의 인바디를 재고 있다. 육체의 인바디처럼 영혼의 불필요한 내장지방, 필요한 영양소들이 무엇인가 정리를 한다. 그렇게 바뀌어버린 환경 속에 놓여진 내 마음을 점검하며 그에 맞는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일단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지구력이다. 롤러코스터같은 기복을 줄이고 은은하게 오래 갈 수 있는 안정적인 지구력.


단거리 뛰기는 잘하면서 장거리는 참 못했던 나다. 아마 마음의 지구력 기르는 것도 꽤 많은 시간과 노력과 눈물과 땀이 필요하겠지.


언제쯤 마음의 근육이 제대로 잡힐지는 모르겠다. 장사가 잘 되면 잡힐까? 그도 아니면 에라, 못해먹겠네 하고 카페를 팔아버리면? 글쎄, 사람의 마음이란 게 간사해서 그런다고 잡혀야 할 근육이 잡힐 것 같진 않았다.


평생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 운동하는 기간을 평생으로 잡자고 트레이너 선생님이랑 이야기했다. 내 전담 트레이너 선생님은 나를 다독여줬다. 마냥 딱딱해서도 안되고 또 마냥 물렁거려서도 안되는 어려운 근육이 마음이예요. 방심하지 마세요.


... 잠깐만요, 선생님. 이거 위로 맞아요? 카페에 혼자 있다 보면 늘어난 것은 살이요, 혼잣말이다. 어쨌든 나는 내 마음의 근육을 위한 트레이너를 자처하기로 했다. 나 아니면 누가 도와주겠어.


카페를 하든 다른 일을 하든 그 자리에서 견디다보면 어느샌가 근육은 자라 있을 거다. 그러면 몸뚱아리가 그랬듯 통증이 덜한 달콤한 밤을 맞이할 수 있겠지. 그 때는 다른 것들을 들 수 있는 여유 근육도 충분할 테고 내 삶을 조금 더 건강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휴일에만 진행하던 산책을 이제는 퇴근 후에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가볍게 공원 한 바퀴 돌며 굳어버린 허벅지와 허리도 풀어주고 밤공기도 마시며 지친 마음도 풀어주었다. 지금은 이렇게 느리지만 천천히 몸과 마음의 근육을 풀어주는 걸로 충분하다.


근육은 쓰다보면 반드시 자랄 것이다. 그러니 계속 쓰자. 포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