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사꾼이 될 수 없는 이유
만약 당신이 장사를 한다면, 사전 준비가 얼만큼 필요할까?
정답은,
없다.
하루 아침에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장사이고 몇 년 걸려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장사이다. 결국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렇게 시작한 장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장사의 승패가 갈린다고 생각한다. 일단 시작은 했는데 자리 잡을 때까지 견디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차린 내 가게. 자리 잡기까지는 또 얼마나 걸릴까? 사장님들이 모여있는 사이트에 가서 보면 대개는 1~2년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물론, 이것 또한 상권과 상황따라 천차만별이라 누군가는 2년 누군가는 5년이라고 한다. 어쨌든, 최소 1년을 잡는게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 가게가 망하든 성공하든 최소 1년을 견뎌내보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참고로 나는 1년차가 되기까지는 아직 조금 더 남은 햇병아리기에 1년과 그 이상인 n년까지 운영하신 주변 사장님들의 이야기도 참고해서 정리해봤다.
개인적으로 부족한 사전준비로 인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던 사람이기에 장사를 준비하는, 혹은 이제 막 시작한 누군가의 도전은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어서 응원하는 마음에서 적어본다.
*1인으로 운영하는 카페 입장이기에 카페를 기준으로 적는 글이다. 행정적인 처리의 해답보다는 시간을 돌려 그 때로 돌아간다면 체크해봤을 것들 위주이다.
1인 장사(카페 기준)를 하기 전에 체크해보면 좋을 것들
1. 스스로에게 내적, 외적 자본이 얼마나 마련되어 있는가.
내적 자본 즉 정신적인 자본은 카페기록 1화에서 썼듯이 새로운 걸 시도하는 도전의식, 해낼 수 있을 거란 자기 확신, 불안한 현실을 맞닥뜨릴 때 금세 털어낼 수 있는 여유, 모르는 것에 주눅 들지 않는 용기와 끈기, 부정적인 생각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능력과 그에 따른 응용력 등등이다. 한 마디로 멘탈 점검이다.
1인운영은 정말 신경쓸 게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모든걸 결정 하다보면 번아웃이 올 수 밖에 없다. 때로는 지독히도 고독하다. 아무한테나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올라온다.
'돈이 많아서 취미로 카페 해요.' 이런 경우가 아니고서야 내적자본을 꾸준히 채워둬야 한다. 그래야 하루 매출이 한자릿수에 머무른 날에도 다음 날의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
내적 자본을 회복할 수 있는 탄력을 가지려면 스트레스를 푸는 비결이 하나쯤 꼭 있어야 한다. 평소 하던 방식을 못 가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원래는 헬스장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이었는데 자영업을 시작하며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일한다고 치자. 헬스장은 커녕 씻고 침대로 기어들어갈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장사를 시작한 현실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다시 찾을 필요가 있다. 보통 자영업자들에게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맞게 숨 쉴 수 있는 방법들을 잘 모색해야 한다. 나에겐 어떤 취미가 있고 어떤 걸 해야 힐링이 되는지 체크해 보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매출에 일희일비 하며 가게 운영에 대한 압박에 영혼이 끌려다닐 수도 있다.
만약 내적 자본이 평소에도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나에게 그 자본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지도 점검해 보면 좋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워주고 나의 상황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견딜 힘은 생긴다. 이건 장사 뿐 아니라 사람이 건강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외적 자본은 말 그대로 '돈'이다. 오픈 한 뒤, 약 3개월간 일정 매출이 나오지 않아도 견딜만한 자본금이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뭐라도 시도해볼 수 있다.
여유금이 있어야 시야가 좁아지지 않는다. 오픈빨이 끝나자 각오했던 것보다도 더 저조한 매출 때문에 재료를 사긴 사야 하는데 더이상의 여유금이 없어서 10원 한장에 벌벌 떨게 된다면 결국엔 저렴한 재료를 찾게 되고 제품의 품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심하게는 장사하는 재미는 없어지고 현타만 남아서 아무것도 사고 싶어지지 않게 된다. '어차피 해봤자 로스날 게 뻔해.' 하면서 의욕을 상실한다.
그러니 몇 개월의 여유금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 장사가 되든 안되든 일단은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제 배불리 먹었어도 오늘 또 배고픈게 우리의 몸뚱아리니 생활비도 꼭 따로 확보해두자. 절대 굶지는 말자. 본인의 자본을 냉정하게 잘 계산해보았으면 한다.
1-1. 번외로 이런 부분도 체크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양수받는 입장이면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을 부분이긴 하다.)
- 투자금이 1년 안에 회수가 가능한가.
- 매출대비 월세랑 고정지출비가 얼마나 되는가.
2. 무슨 아이템을 어떻게 팔 것인가.
트렌드는 순식간에 바뀐다. 특히나 카페는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없어진다. 대한민국에만 80만개가 넘는 카페가 있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의 아이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어디서 들었는데 물장사가 남는댔으니까', '커피는 다른 요식업에 비해 팔기쉬우니까' 하고 뛰어들었다가는 정말로 큰 코 다친다. 하루에도 카페가 몇 개씩 생기고 없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그렇게 되는데에 이유는 다 있다.
카페에서 팔 수 있는 아이템은 통상적으로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공간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아이템을 팔 수 있으며, 그러한 나만의 아이템을 어떻게 팔 것인가?
자본이 넉넉하다면 인테리어에 과감히 투자하여 특색있는 공간을 팔 것이고, 커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면 직접 로스팅을 하거나,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바 같은 전문점이 될 것이고 디저트를 잘 만든다면 디저트 맛집이 되고 조금 더 매출을 올려보고 싶다면 온라인 판매에도 도전 해 볼 것이다.
한마디로 '아, 그 카페?' 하면 생각나는 가게의 시그니쳐가 있어야 한다. 특징 없는 카페는 사람들 기억 속에 남지 않는다. 조금만 걸어가도 또 카페가 있는데 굳이 내 카페에 와야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아이템이 없으면 가격이라도 저렴해야 경쟁력이 있는데 저가 커피매장도 그 나름의 애환이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커피는 남는 게 많지 않다. 그렇다고 어떻게든 혼자 살아보겠다고 무리하게 가격을 낮춰버리면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상권과 시장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경쟁력 있는 나만의 아이템을 잘 구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장사에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을 브랜드화 시킬 수 있다면 장사에서 곧 사업으로 넘어가 볼수도 있게 된다. 장사는 동네를 상대로 하지만 사업은 전국구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카페들 중에는 대중적인 것이 곧 아이템이라 생각하는 곳들이 종종 있다. 여기저기서 잘 팔린다고 하는 메뉴들은 다 데리고 와서 점점 메뉴는 많아지고 그 메뉴들을 만드느라 사장님들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잘 팔리지 않은 메뉴들의 재료들은 쌓여만 간다.
카페는 우아한 직업군이 절대 아니다.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직업군이다. 그렇기에 나만의 아이템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쓸데 없이 낭비되는 에너지를 막으며 운영의 방향성도 잡으면서 오래 갈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장님들이 건강해야 오래 갈 수 있다.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건강은 한 번 잃으면 끝이다.
2-1. 번외로, 가장 기본적인 '상권'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이 모른다면 말짱 꽝이다. 홍보, 광고도 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 우선 되어야 할 것은 상권이 좋은 곳에 들어가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노출되는 것이다. 상권은 하루 아침에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보아야 한다. 여기 저기 꼼꼼히 비교해 보고, 발품 팔아 주변 상권까지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누가 낚아채면 어떡하지.' 하고 조급하게 생각해서 충동적으로 계약을 하면 절대 안된다.
계약을 했다면 상권에 맞는 아이템을 재점검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이 많은 곳에 가게를 차렸는데 내 가게는 에스프레소바라고 가정해보자. 어르신들은 달달한 다방커피를 원하시는데 나한테는 쓰디 쓴 에스프레소 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내 가게보다 다른 음식점 앞에 있는 커피자판기가 돈을 더 많이 벌게 될 것이다.
슬픈 현실은, 상권이 좋은 곳은 대체로 너무 비싸다. 진짜... 너무 비싸다.
2-2. 번번외
가게랑 집까지의 출퇴근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당연히 좋다. 체력도 아끼고, 잠도 더 잘 수 있고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나 가게에 문제가 있을 때 바로바로 해결볼 수 있는 큰 강점이 있다.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 부분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분들이 은근히 있었다.
3. 나는 왜 장사를 하려고 하는가.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당면한 문제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게 하기 때문이다. 가령 '당신은 왜 그 꿈을 가지게 되었는가?' '당신은 왜 그 사람을 만나는가?' 등등의 질문을 받게 되면 내 선택의 근본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장사를 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에게 '왜 장사를 하려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답들이 비슷하다. '돈 많이 벌고 싶어서.'
장사의 이유를 '돈'으로 잡는다면 금방 지친다. 다른 사람의 지갑을 꾸준히 열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일정한 숫자의 월급이 매달 들어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이 달 대박을 칠 수도, 쪽박을 칠 수도 있다.
이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나는 왜 하필 '장사'라는 것을 하려고 하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으면 좋겠다. 막연히 '회사 다니기 싫어서. 남의 밑에서 일할 성정이 안돼서.' 같은 대답보다는 장사를 통해 당신이 인생에서 얻고자 하는 근본적인 것을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에 대한 조금 더 깊은 고찰은 장사가 잘 되지 않은 다음날에도 나를 움직이게 해주는 등대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4. 나는 장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장사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대단하다. 1년 365일 퇴근 없이 가게에서 먹고 자며 연매출 몇십억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장님도 계시고, 하루에 두 세시간 자면서 장사해서 서울에 집 몇 채를 샀다는 사장님도 계신다.
볼 때마다 감탄한다.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그들이 포기한 것들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기에 더더욱 감탄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을 포기했다. 친구를 만나는 시간, 가족과 보내는 시간, 나만의 개인 시간등 시간과 맞바꾸어 자신의 사업을 키운 것이다. 하루 24시간, 1분 1초 온 신경을 가게에 쏟아 부은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번에 차리게 될 가게를 통해 어디까지 성공하고 싶으며,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는가? 장사를 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던 처럼 정말 간절하게 매달릴 수 있고, 남들 쉴 때 쉬지 못해서 부러워하거나 서러워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있는가?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장사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돈이 부족하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시작한다. 진입장벽이 의외로 낮다. 그렇기 때문에 타직업군에 비해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부분이 적은 것 같다.
카페를 예로 들자면,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자유로운 성향의 사람이 카페에 죈종일 붙어 있을 수 있겠는가? 가게에 임시 휴무를 건다는 것은 당신 생각보다도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손님의 마음은 갈대같아서 당신이 조금만 안일해져도 금방 돌아서 다른 가게를 찾아간다.
내가 하려는 업종에 있어 앞길을 걸어가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부러 찾아서라도 경청해보자. 그게 책이 되었든, 주변 지인이 되었든 그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듣고 잘 새기자. 행여, 누군가의 실패담을 듣게 되었을 때 '난 다를거야.' 라는 생각이 올라온다면 그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 그 사람도 '난 다를거야.' 하고 시작했던 일일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성향이고 무엇이 강점이고 약점인지 아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매일 든다. 마음이 여려서 가격을 높게 책정 하지 못하고 퍼주며 장사하다가 남는 게 없어 맘고생했다는 사장님도 봤다. 나도 단골 손님한테 '이렇게 퍼주지 말라'고 혼났다.
당신이 장사와 적성이 맞는지, 그리고 하게 될 창업을 내 평생 업이라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는지, 그래서 그에 따른 희생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인지 '나'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점검해보자.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구태여 장사가 아니더라도 여러 일들을 통해 우리는 이미 많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나를 돌아본다.
여기 적힌 체크리스트를 정작 나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아니, 해 볼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뛰어든 장사는 또다른 현실이었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치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도약 하기 위해선 또 다른 시도가 필요함을 느끼며 가게와 스스로에 대한 점검을 해본다.
하지만 점검을 하면 할수록 몸과 마음을 사리게 된다.
여러 이유로 내가 장사와는 맞지 않다는 걸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여러 고민과 생각을 안으며 매일 산책을 1시간씩 해주고 있다. 8평짜리 공간에서만 있다보니 알게 모르게 좁아진 시선과 마음을 넓혀주기 위해서 휴무 때는 어디로든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장사에 뛰어 든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가게를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이 훨씬 더 많았다. 장사를 통해 넓어진 시선도 분명히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또한 장사를 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귀하고 귀한 경험이다.
인생을 하나의 여행이라고 친다면 지금은 오지를 탐험하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속에서 발견된 것들이 훗날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내적자본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