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기록]14. 카페를 운영하며 달라진 점

나라는 사람의 경험치가 상승하였습니다.

by 겨울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는?!


바로,


'남타커'이다. 이게 뭐냐 하면... 남이 타준 커피. 줄여서 '남타커'


비단 커피 뿐이랴. 뭐든 남이 해준 게 제일 맛있는 법이다.


"집에서 내가 해먹으면 이 맛이 안나요."


홈카페라 하기엔 꽤 고급진 커피 머신과 각종 장비를 가지고 있으심에도 돈 주고 사 먹는 '남타커'가 제일 맛있다며 멋쩍어 하시는 손님이 있다.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야말로 카페를 운영하면서 이 '남타커'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남타커'라는 여유로운 사치의 값어치를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그 한 잔의 커피를 옛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휴무날, 각 잡고 여유롭게 다른 카페에 들어가서 남타커 한 모금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정도다.


이렇듯 예전의 나였다면 이 정도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달라진 현재의 시점들을 몇 가지로 정리해본다.


(*또 미리 밝히자면 지극히 1인 개인 카페에 조금은 치중된 편파적인 글일 수 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세상을 보게 되기에.)





1. 웬만하면 프랜차이즈보다 개인 카페를 더 이용하게 되었다.

매뉴얼과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아르바이트생이 상주해 있을 확률이 높은 프랜차이즈보다 사장님의 손길과 열정이 곳곳에 숨어 있는 개인 카페에 조금 더 애정이 가게 되었다. 이제는 비슷한 값이면 개인 카페를 애용하게 되었다. 특히나 이제 막 오픈한 것 같은 소규모의 개인 카페는 꼭 들르는 편이다. 속으로 오지랖을 떨면서 진심으로 그 가게와 사장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작은 거라도 사서 나온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서 다른 카페 사장님을 향해 인류애란 인류애는 온 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살짝 주책이다.


(하지만 몇 시간 노트북 할 일이 생기면 1인 좌석에 콘센트가 있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로 간다. 음료 한 잔 시키고 몇 시간이고 4인석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테이블 회전이 되지 못하게 하는 손놈이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2. 카페 인테리어는 더 이상 사진용이 아니다.

사장님이 카페의 컨셉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신경썼고 어떤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했는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페는 커피 뿐 아니라 공간을 파는 곳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만큼 이 곳의 확실한 컨셉, 소품, 색감 등등이 무척 중요하다. 그렇게 고민하고 결정한 것들을 실체화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테리어 업자를 만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내가 아는 사장님들 중에는 무책임한 인테리어 업자 혹은 터무니 없는 가격의 인테리어 업자를 만나서 고생하신 분들도 있다. 그래서 끝내는 반셀프 인테리어로 고생고생해서 자신이 생각한 대로 공간을 다시 만들어내신 사장님도 있다. 그렇게 완성된 카페는 사장님 스스로도 더욱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나는 양수를 받았던 카페였으니 인테리어를 크게 손보진 않았지만 바꾼 컨셉에 맞는 소품이라던지 공간 활용에 있어 꽤 신경을 쓸 때가 있었다. 줄자로 길이를 재고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주문 넣고 발품 팔아 뚝딱 뚝딱 만들어 보고 조금 더 카페에 어울릴만하게 꾸미고 했더니 와, 이게 진짜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렇게 창업과정에 있었을 그 노고와 정성을 알게 된 이후 다른 카페에 가게 되면 구석 구석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게 되었다.


예전의 나에겐 카페의 멋진 인테리어는 그저 포토스팟에 불과했다. 그 공간이 주는 감동은 상대방과의 수다에 집중하다보면 금세 사라질 일회성이었고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장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뿐 아니라 업주 입장에서도 바라볼 수 있게 되자 시선의 무게가 달라졌다.


참 웃기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만약 내가 1인 개인 카페가 아니라 대형 카페나 프렌차이즈를 했다면 또 다른 시야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건 의심할 여지 없는 진리인가 보다.



3. 시그니쳐 음료를 먹어보게 되었다.

나는 무조건 아메리카노만 시켜 먹는 사람이었다. 커피가 맛있다는 집에 가면 간혹 라떼를 먹기는 하는데 보통은 크림이 들어가거나 시럽이 들어가는 음료를 절대 사 먹지 않는다. 단 음료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콜렛이나 크림빵 같은 건 엄청나게 좋아하면서도 희한하게 단 음료는 목구멍에서 잘 넘어가질 않는다.


카페의 시그니쳐 메뉴들은 대부분 달기 때문에 쳐다도 보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와 같이 새로운 카페를 가게 되면 꼭 시그니쳐 음료메뉴를 같이 주문해본다.


이제 내 눈에 시그니쳐 메뉴가 어떻게 보이느냐면, 한 개인의 정성과 열정이 담긴 숭고한 음료로 보인다. 장사를 날로 먹는 사장님이 아니라면 분명히 가게만의 특색 있는 음료이면서 최상의 맛이 담긴 시그니쳐를 뽑아내기 위해 몇 잔씩 마셔보고 버리고 또 마셔보고 버리면서 연구하고 고민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실망스러운 시그니쳐가 있다. 보통은 인테리어에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해서 음료 개발에는 힘을 못 썼나 싶은 곳들이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분석을 하게 된다. '왜, 이걸 시그니쳐라고 올렸을까. 이 재료를 이렇게 저렇게 바꾸면 어떨까?' 라거나 '여기엔 이 맛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한 번 우리 매장가서 해봐야겠다.' 하기도 한다. 물론, 정말 맛있는 시그니쳐메뉴를 만나면 '대체 어떻게 한 걸까?' 하면서 감탄 하며 한 수 배우기도 한다. 이게 직업병인가 싶다.


아무튼 무조건 아메리카노였고 곧 죽어도 얼죽아로 확고했던 나의 취향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4. 임대문의가 나와있으면 나도 모르게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훨씬 많아진 것 같긴 한데, 길가다가 상가 건물에 [임대문의]가 보이면 눈길이 간다. 더욱이 빈 상가가 아니라 어떤 매장이 존재 했던 흔적이 보이면 그게 그렇게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물론, 더 잘되어서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것일수도 있고 임대계약이 끝나서 철거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 켠으로는 장사가 안되어서 그만 두셨나라는 생각이 솟아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곤 대충 주변 상권을 둘러본다. 어떤 가게가 있는지, 현재 길거리에 유동인구는 어느 정도인지 훑어 본 뒤, 내가 만약 여기에 카페를 차린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고 그냥 그렇게 머릿 속 상상으로 두 번째 카페를 열어봐본다. 그리곤 그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곳에서 장사를 했을 때에 나올 장,단점까지도 예측해본다.


예전같았으면 '아, 그냥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려있구나.'하고 지나쳤을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임대문의가 없어지고 'xx카페 11월 중순 커밍 순'이 적힌 현수막이 걸린 걸 보고서도 '또 카페 들어오네.' 하고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을 일이다.


나와는 상관 없던 세상의 한 면이 이제는 내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새삼 신기하면서도 그간의 내가 알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인정하며 겸손해진다.




5.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늘었다.

건강한 의미에서 선을 긋는 기술이 늘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간의 심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했구나를 우리가 인식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사람과 사람간에는 반드시 건강한 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장사를 하다보니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난다. 서비스직이다보니 소위 진상들도 많고 심할 땐 경찰을 불러야 하는 상황도 생겼었다.


다년간의 카페 아르바이트와 각종 다른 경험치가 쌓이면서 어느정도 사람 대처법이 생겼다 여겼었는데 1인에다가 여자 혼자 운영을 하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대처법이 날로 업데이트가 되어간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선을 긋는 방법, 강강약약으로 대하는 방법,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방법, 대화 스킬, 칭찬의 스킬, 거절하는 방법, 무례한 사람 처리하는 법, 연령별에 따른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 등등.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인간관계 스킬을 장사를 하면서 한층 더 체득하게 되었다. 뭔가 레벨 업이 된 기분이 들면서도 한 편으론 장사하는 분들의 그 억척스러움을 살짝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장사가 잘 될 때에도 잘 안될 때에도 마음이 크게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는다. 그냥 그 순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소중히 여기며 경험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조금 더 알게 된다. 장사를 할 때에 나라는 사람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이 곳에 찾아오는 타인에 대해, 숫자 아래로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회에 대해 말이다.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 맞다. 확실히 그 분야에서 내가 경험한 만큼의 시야와 생각이 넓어졌음을 느낀다. 이 말인즉슨 경험하지 못했다면 결단코 몰랐을 부분이라는 것이다. 아, 사람에게 경험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라는 말인가. 새삼 또 깨닫는다.


앞으로도 내가 경험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이다. 그리고 반드시 카페운영을 통해 세상 모든걸 경험 할거야라고 단정짓지 않는다. 아직 가보지 않은 인생의 방향성이 많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달라질 내일의 나라는 사람이 참 기대되고 흥미롭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카페 운영과 장사를 경험해보았다는 것이 참 좋고 감사하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도 개인카페 차려볼까?' 하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단언컨데 '아니.' 이다. 간접 경험도 경험이니 서운해하지말고 타인의 말을 귀담아들어볼 필요가 있다. '남타커'가 제일 맛있는 커피라는 것을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