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기록]15. 리뷰를 라뷰해

리뷰를 (알)라뷰

by 겨울해

매장을 방문해주시는 손님들에게는 '스몰토크'를 건넬 수 있지만 배달 손님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배달 손님이란, 어쩌면 평생가도 대면으로 만나보지 못할. 목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할 손님이란 뜻도 내포되어 있었다. 만약 거리가 멀어 계속 배달로만 이용한다면, 결국 끝내는 손님과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사실이 재미있으면서도 강팍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아 뭔가 아쉬웠다. 이익 아래 연결된 실체 없는 관계로 끝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배달 손님들에게도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매장 컨셉과 어울리는 포스트잇을 사서 그 위에 하루 하루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명언, 속담등과 함께 내 생각이 담긴 짧은 글(대부분 손님의 하루를 이래저래 응원하는 글이었다.) 을 더해 적었다. 그리곤 배달이 나갈 때 함께 동봉해 보냈다.


오랜만에 손글씨를 여러 장 쓰려니 안쓰던 손가락 근육들이 저려왔다. 전날 마감때나 혹은 아침 여유로운 시간에 틈틈히 써놓는다해도 매일 포스트잇에 손편지를 여럿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쩔 땐 편하게 프린트를 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토록 그리운(?) 배달 손님이 처음 마주할 내 얼굴이라 생각하니 정성이 들어간 아날로그 감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 물론, '글씨가 그 사람의 얼굴'이라는 옛말을 떠올리면, 가끔 휘날린 글씨체 때문에 괜히 뜨끔하긴 하지만.


그런데 감사하게도 이 작업은 나에게도 꽤 좋은 영향을 끼쳐서 날이 갈수록 더욱 진심을 다할 수 있었다. 내 진심이 잡힌다면 같이 포장해서 함께 넣고 싶을 정도였다. 얼굴도 모르는 손님들의 하루를 응원하는 글을 쓰며 기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울림있는 명언을 매일 같이 접한 덕분이었다. 짧지만 묵직한 그 문장을 적으며 계속 곱씹다보니 나 역시 마음가짐이 달라짐을 느꼈다. 정말 말의 힘과 더불어 글의 힘은 어마무시했다.


게다가 시간적 여유가 있어 명언을 묵상하며 커피 한 잔에 달달한 디저트를 한 입 먹는 날이면, 캬...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는 힐링이었다. 인생 뭐 있는가. 좋은 글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이것들을 즐길 수 있는 마음그릇만 있으면 되지. 이 힐림 감성이 배달 손님에게도 잘 전달되길 바라며 커피와 디저트를 포장했다.






"오랜만에 정성 가득한 음식을 대접받는 기분이었어요."

"요 며칠 일이 있어 계속 기분이 꽤 울적했는데 보내주신 명언 덕분에 힘이 나요! 디저트랑 음료는 말해뭐해. 입도 눈도 행복했습니다."

"와닿는 명언을 늘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티타임이 두 배로 풍성해졌어요."







순수한 호의에서부터 시작한 이 편지에 정말 감사하게도 손님들 대부분이 리뷰로 답신을 보내주었다. (리뷰이벤트는 한군데에서만 진행했다.) 내게는 리뷰가 쌓이면 쌓일수록 단순 매출 상승의 기쁨이라기보다 저 너머 우주 한 켠으로 보낸 무전에 답신을 받은 듯한 그런 감동의 기쁨이었다.


(내 매장을 아껴주신 분들이 원래도 사람 좋은 분들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보내준 길고, 짧은 리뷰는 무척 따뜻했고 사랑스러웠다. 어떤 분은 정말로 편지 같은 리뷰를 써주셔서 읽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풍부한 이모티콘이 곳곳에 자리잡은 다양한 문장들이 마치 오래 만난 연인같이 애틋하게 느껴져 대댓글을 하나 하나 꼼꼼히 달았다.


자본주의 시대에 장사를 하면서 이런 감정이 자연스레 샘솟는걸 보니 돈에 가려질 뻔한 무언가를 놓치진 않은 듯 해 더욱 마음이 묵직했다.


그렇게 소통이 하나 둘 시작되니 매장에는 배달로만 시켜드시다가 궁금해서 방문했다고 하는 손님들도 늘어났다. 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반가움이었다. 평생을 얼굴 한 번 못 보고 지나갈 수도 있던 인연이었는데 시간을 내어 찾아준 귀한 발걸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싱글 벙글 웃음이 났다.





리뷰는 장사하는 입장에도 소비자의 입장에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값에 비슷한 메뉴면 소비자는 리뷰가 더 많고 별점이 더 높은 곳에 주문을 하게 되는 게 일반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신뢰가 가기도 하고 '얼마나 맛있길래.' 하는 호기심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리뷰와 높은 별점이 홍보효과도 가지기에 사장님들이 리뷰와 별점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리뷰이벤트가 암묵적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렇게 리뷰가 매출과 홍보에 중요한 부분인만큼 일각에서는 건당 얼마의 돈을 내면 리뷰 작업을 해주는 업체도 있다. 이것이 옳은 방법이다 아니다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나는 손님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글과 짜여진 멘트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렇다고 내가 늘 좋은 리뷰와 함께 별 5개를 받은 건 아니다. '맛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맛이네요.' 하며 별점을 낮게 주신 분도 계시고 또 '맛있어요 특히 초코가 진해서 맛있어요.' 하고 별점을 4점 주신 분도 계시다. 이런 리뷰가 달리면 조금 난감하다. 구체적인 피드백이라도 달아주시면 적극적으로 참고할텐데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혹 뉴스에 나오거나 다른 사장님들이 겪은 헉 소리 나게 하는 리뷰테러와 별점테러를 받아본 적은 없으니 운이 좋은 편이다.


많이 달래서 많이 줬더니 많이 주니까 성의 없어 보인다고 별점 3점, 본인이 뼈 있는 치킨을 시키고서는 아이 먹을건데 잘못 선택했다며 별점 3점. 보통 리뷰볼 땐 낮은 것부터 보니까 일부러 1점 줬고 포장 좋고 식어서 오지도 않아서 시켜 먹을만하다며 다음엔 5점 주겠다며 죄송하다는 1점. 등등.


고르고 골라 약한 것들로 골랐는데도 이 정도다. 대부분이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해 벌어진 일들이다. 별 하나 깎일때마다 매장이 받게 되는 타격을 안다면 이렇게 쉽게 책정할 순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고객요청사항에 '치즈볼 다섯개 서비스 주시면 리뷰 좋게 써드림' 등등 갑질 아닌 리뷰 갑질을 하는 손님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반대로 정당한 이유로 별점을 깎은 손님들에게 적반하장인 사장님들도 있다. 매장 잘못임이 분명한데도 대댓글에 오히려 손님 욕을 적는 사장님, 손님이 제품에 대한 진심어린 피드백을 달았는데 거기에 'ㅇㅇ' 두 글자로 말문을 막아버리는 사장님, 혹은 손님을 비꼬며 아랫사람 대하듯 뭘 모른다고 혼내버리는 사장님.


이런 조각들을 주워보았을 때 우리 사회가 소통에 있어서 얼마나 미성숙한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역지사지보다는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에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말이 들어갈 틈이 없이 쉽게 내뱉어 버린다. 그러면서도 주변 말들에는 또 얼마나 많이 휘둘리며 살아가는가. 너무나 씁쓸한 아이러니함이다.


리뷰란, 대체 뭘까. 자기가 경험한 것을 쓰는 후기? 주관적인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에 자기 마음대로 어떻게 써도 상관없는 것?


내가 받은 리뷰 중에 '아, 이 분은 참 성숙한 분이다' 싶었던 분의 리뷰는 이거였다. 길게 써주셨지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A메뉴가 설명란에 담백하다 하여 시켰는데 제 입에는 생각보다 달았고 부드러운 식감은 무척 좋았어요. 워낙 제가 단 걸 못 먹을 뿐이고 다른 분들의 입맛에는 잘 맞을 맛이기에 5점 드립니다. 저는 xxx도 달다고 느끼는 입맛을 가진 사람이니 혹시 참고하실 분은 참고하세요. 근데 저 같은 사람도 가끔씩은 단게 땡기기 때문에 조금만 덜 단 메뉴도 출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식감에 조금만 덜 단 메뉴가 나온다면 다시 시켜보고 싶어요."


다른 소비자들을 위한 정보 전달도 명확했고 본인의 주관적인 평가도 깔끔하게 들어간 리뷰였다.


나는 사장님 대댓글을 통해 개인적인 입맛에 맞지 않았을 텐데도 여러 면을 배려해 5점을 주신 것에 감사함을 표하며 손님의 입맛을 고려해 드시기에 알맞을 다른 메뉴를 추천해 드렸고 주신 의견에 대한 부분은 신메뉴 연구에 참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분은 내가 추천 했던 메뉴를 다시 시키셨고 입에 잘 맞아 아주 맛있게 드셨다며 다시 리뷰를 달아주셨다. 그리고 본인 같은 입맛을 지닌 사람에게는 이 메뉴를 추천한다며 또 다시 길게 리뷰를 남겨 주셨다.


나는 대댓글을 달면서도 솔직히 말해 이 분이 우리 매장을 다시 이용해주실 줄 몰랐다. 어쨌든 음식이기 때문에 손님 입맛에 맞는게 최우선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분은 내가 추천드린 메뉴로 다시 한 번 주문을 넣어주셨고 또 다시 매너있는 리뷰를 남겨 주셨다.


이 분이 달아주신 리뷰들을 쭉 훑어보며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소통에 서툴게 된 이유중 하나는 일회성에 의한 빠른 손절이 익숙해서 그런 것 아닐까. 손님 입장에서는 이 가게 아니어도 시켜 먹을 곳이 많기에 아쉬울 것이 없고 사장님 입장에서도 어차피 갈 손님은 가고 올 손님은 오기에 간절함이 떨어지는 것 아닐까. 너 아니어도 된다는 일회성의 관계와 배달 특유의 익명성이 서로가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너무나 빠르고 다양한 것들이 넘쳐 흐르는 지금의 사회이기에 우리에겐 서로에 대한 간절함과 인내심이 옅어졌나보다.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곳곳에서 설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 오늘의 당신에게 필요한 글이 있길 바라며 내가 손님들에게 보낸 명언 몇 개를 마음 다해 보내본다.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적게 느낀다."

-찰리 채플린


"성공하려면 귀는 열고 입은 닫아라."

-존 데이비슨 록펠러


"길을 잃는다는 것은 곧 길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동아프리카 속담


"네 잘못이 아니야, 상처는 아물고 길이 열릴거야."

-디즈니, 모아나


"언제나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파울로 코넬료


"과거에서 교훈을 얻을 수는 있어도 과거 속에 살 수는 없다."

-린드 B 존슨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벳 속담

"친구는 제 2의 자신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어떤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알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링컨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라."

-벤자민 프랭클린


"나이가 성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라와나 블랙웰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생택쥐베리


"가는 곳마다 나보다 한 발 먼저 다녀간 시인이 있음을 발견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삶은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만드는 과정이다."

-조지 버나드 쇼


"너 자신이 되어라. 다른 사람은 이미 있으니까."

-오스카 와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