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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피네올리브 May 14. 2020

남도잡가 육자배기가 논농사 노동요가 아닌 이유

남도잡가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남도잡가 육자배기가 노동요가 아니며 특히 논농사 노동요가 아닌 이유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육자배기가 논농사 노동요라고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는 일부 사람들과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남도잡가인 육자배기는 논농사 노동요는커녕 노동요 하고는 거리가 멀다.


엊그제 가슴을 쥐어뜯는 이화중선의 육자배기에 대하여 옛날의 기억을 떠올려서 글을 썼는데 글을 올리고 난 후, 다른 이들의 육자배기 글들을 읽어보니 온통 오류투성이 글들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논리적인 시평이나 고찰은 1도 없이 육자배기를 해석하고, 국악인이랍시며 육자배기가 논농사 노동요라는 오류를 전파하고, 여기저기 온통 육자배기가 논농사 노동요라고 베껴다 2차 전파하는 어처구니없는 이들이 인터넷에 득실거리고, 이들에 의해 인터넷이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상식과 정보를 왜곡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지금부터 왜 남도잡가 중 하나인 육자배기가 논농사 노동요가 아니라는 것을 조목조목 반박하겠다.


육자배기가 논농사 노동요가 아닌 이유

1. 육자배기는 누가, 언제 불렀는가?

육자배기는 주로 조선 후기며 일제강점기 때 전남 서남지방 여자들이 불렀다. 그때의 여자들과 논농사는 얼마나 깊은 연관이 있는가?

꽃피네올리브는 육자배기의 주 무대인 전남 서남의 농촌에서 태어났다. 우리의 유교적인 관점에서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 하여 옛날에는 정책적으로 대우를 했는데 농사에도 남존여비처럼 급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시는가?

돌아가신 어머니는 생전에 늘 "논농사는 남자들 몫이고 밭농사는 여자들 것이란다. 너는 어디를 가더라도 든든한 가래를 짚고 다니거라" 말씀을 하셨다.

소로 논에서 쟁기질을 하고 써레질을 했던 시절, 꽃피네올리브의 아련한 기억들을 되살려 보면 여자들은 모내기와 벼베기 이외에는 거의 논농사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 육자배기를 불렀을 조선시대에 과연 전라도 남서쪽 지방의 여인들이 논농사 일을 했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자들은 논농사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여자들은 바깥출입을 삼가였고 힘든 논농사 일은 온전히 남정네들 그러니까 갑돌이나 돌쇠나 마당쇠와 같은 남자종들과 일반 농민들의 몫이었다.  


여자들이 긴치마 입고 푹푹 빠지는 논에 들어가 일을 했다고? 그것도 조선시대에?   

따라서 육자배기를 주로 전라도 서남지역의 여자들이 불렀는데 논농사 노동요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동떨어진 억지이다.


2. 그럼 왜 육자배기가 전남 동부지방의 논농사 노동요라는 오류들을 퍼트리게 되었을까? 
일부 인터넷에서는 남원지방의 예를 들면서 춘향전에 나오는 논농사 노동요가 육자배기라는 둥 어처구니없는 주장들과 전라도 남원 등 동부지방에서 논농사할 때 불렀다는데, 이는 기가 막히는 인터넷의 역작용이 아닐 수 없다.

조선시대 때 논농사는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 사업으로서 대우받았고 논농사할 때 부르는 노동요도 "상사소리"로 취급되었다. 춘향가에 나오는 이도령이 장원급제하여 암행어사로 남원으로 내려갈 제 들었던 상사소리는 전라도 남서쪽 지방 여인들의 육자배기가 아니라 농부가이다. 이때 농부님들을 성별을 나누자면 여자가 아닌 조선시대 남정네들이다.  


3. 논농사 노동요의 형식
우리나라 노동요는 독창과 제창 그리고 선창과 후창으로 돌아가면서 끝없이 긴긴 시간 동안 부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 부분을 먼저 부르는 것이 선창이며 이 선창은 대개  혼자 부르는 독창이다. 이 독창의 선창 부분이 끝나면 후렴을 하는데 이 것은 다 같이 부르는 제창 형식을 취한다. 이 방식으로 한 사람이 몇 대목을 끌고 나가다가 다른 사람이 이어받아 다시 독창으로 선창을 한다. 그리고 다 같이 후창을 한다.

여기서 잠깐!

왜 우리의 노동요가 선창과 후창, 독창과 따라 부르는  제창의 형식을 취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 대한 아래에 열거할 사항들은 꽃피네올리브의 주관적인 판단임을 먼저 밝힌다.

기계가 없이 순전히 사람의 노동력에 의지하여 농사를 짓던 과거에는 농사는 상노동 중의 상노동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허리를 펴고 짬짬이 쉬는 시간이 필요했을 터, 주인은 논두렁에 앉아 있지, 어디 눈치 보여 쉴 엄두가 났겠는가? 아니 그러한가?

어렸을 적, 아련한 기억에 모내기는 두 명은 못줄을 잡고 한 사람은 바지게로 모를 가져다 날리고 나머지는 모심기를 했는데 주로 못줄을 떼는 사람이 선창을 하고 모심는 이들은 제창으로 후창을 했었다. 때론 모심는 사람 중 중간지점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독창으로 상사소리를 끌어나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판소리 춘향가에 의하면 "전라도라 하는 디는 신산이 비친 곳이라 저 농부들도 상사소리를 메긴다" 라는 농부가 구절이 나온다.

이 상사소리를 선창이던 후창이던 부를 때 잠깐 살짝 일어서서 허리를 폈다가 다시 고된 일을 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여기서 엿볼 수 있다.

즉 선창을 부르는 이는 자신이 노래 부를 때 허리를 펴고, 나머지는 후창으로 후렴구를 매길 때 잠깐 허리를 폈던 것이리라. 이 광경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당시 모내기를 하면서 노동요를 부르며 농사를 짓던 농촌 들녘의 모습이 꽃피네올리브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일은 아니하고 줄기 장창 노래 부르며 쉴 수는 없는 법, 우리의 노동요는 선창이던 후창이던, 독창 부분이던 제창 부분이던 지극히 짧은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

이러한 노동요의 형식에 비하여 육자배기는 후렴이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부르는 긴 독창이다.  따라서 육자배기는 노동요가 아니다.


4. 노동요와 육자배기 가락의 속도  
우리나라의 남도지방 노동요는 주로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가락의 대체적으로 다소 빠른 가락인데 비하여 육자배기는 느리디 느린 진양조이다. 느려도 느려도 이렇게 늦어서야 어디 노동요가 되겠는가?

여럿이 부르는 군가를 생각해보라. 육자배기처럼 진양조의 느려 터진 군가가 어디 하나라도 있는가? 춘향전에 나오는 남도잡가인, 노동요인 농부가를 보더라도 매우 유쾌하고 활기차다.

어떤 사람들은 소리꾼들이 자진육자배기 뒤에 이어 부르는 개고리타령이나 흥타령을 들어 자꾸만 육자배기가 노동요라고 얼토당토않은 주장들을 하는데 개고리타령이나 흥타령은 육자배기가 아니다.

그것들은 육자배기와는 전혀 다른 타령이다. 타령은 노동요가 될 수 있으나 육자배기는 타령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육자배기가 노동요, 특히 논농사 노동요가 아닌 이유를 여기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5. 육자배기와 노동요의 주제 차이점

'좋은 일'을 뜻하는 상사소리인 논농사 노동요는 주로 밝고 풍요로움을 주제로 하는 노래이다. 이에 반하여 육자배기는 남녀 간의 치정 또는 슬픔과 애환의 한이 절절히 서린 주제의 노래이다.

이 한 맺힌 절규와 흐느낌은 주로 아낙네들이 먼저 떠난 임을 그리는 것들이 유독 이도 많다. 육자배기는 저 유명한 이백의 7언율시 형식의 "뜬구름에 태양이 가려서 장안이 보이지 않아 근심한다"는 우려와 염려, 불안을 노래한 등금릉봉황대의 구절들을 인용했으며

백락천이 당 현종과 양귀비 사이의 절절한 애정을 노래한 장한가의 구절들도, 귀양살이할 때 쓴 비파행의 구절들도 등장하는데 사랑노래, 특히 여자가 남자의 정을 그리는 가사들이 많다.

이러한 치정과 한을 주제로 노래한 육자배기는 풍요를 기원하고 복을 빌었던 논농사 노동요인 상사소리하고는 거리가 멀다.


6. 그럼 육자배기는 누가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불렀는가?
꽃피네올리브는 40년 이상을 육자배기며 국악들을 들어왔다. 일제강점기 이후 나온 장돌배기 버전의 수준 낮은 육자배기 말고 진짜 오래된 육자배기를 들어보라.

지금도 생생한 흐느끼는 소리들, 흐느낌인지 노래인지 모를 정도 한이 서린 사랑과, 임을 그리는 노래가 육자배기이다.

육자배기는 모진 시집살이와 남자들이 바다나 들에 나가 죽어서 일찍 청상과부가 된 아낙네들의 피맺힌 절규이며 오열이다. 육자배기는 슬픔과 절망과 그리움이 극에 달해 아낙네들이 넋두리처럼 흐느끼면서 부르면서 한을 승화시켰던 남도 남서쪽 지방, 진도, 해남, 목포지방의 남도잡가이다.

이상으로 남도잡가 육자배기가 논농사 노동요가 아닌 이유를 6가지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였다.

꽃피네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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