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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피네올리브 Dec 27. 2020

은쥐똥보리수와 러시아 올리브나무

동지섣달 밤은 길기도 합니다. 별짓을 다해 보아도 아직도 바깥은 깜깜합니다. 그래서 요즘 인터넷에서 러시아올리브라고 하는, 올리브나무와 생김새가 비슷한 은쥐똥보리수와 진짜 러시아 올리브나무에 대하여 알아보면서 이 밤을 지새우려고 합니다.




하늘나라의 올리브 요정들은 첫눈이 마냥 좋은가 봅니다.


"히야~ 눈이닷! 하얀 눈이가 왔다아!~ 삼식아 꽃피네님 올리브나무 밭에 가서 눈 구경 하즈아~"
"공쥬구낭~ 바람이도 쌩쌩~ 귀때기, 코때기가 밤때기 되겠드아! 차라리 이불속에서 꼼지락꼼지락~ 김이가 모락모락 삼립호빵이나 먹즈아~"
"이 게을러터진 호락말코야! 몽디 들어간닷! 하나~ 두울~ 세엣!"
"헉! 기둘레 나갈게!"
"자슥 존 말할 때 알아서 바닥에 바싹 기어야지비^^ 꼭 이따금씩 기어오른다니깐~ 하여간 저건 삼일에 한 번씩 북어대가리처럼 두들겨 패야 말을 잘 듣는단 말이야"


올리브 나무들이 엄동설한에 잘 있는지 보려면 말뫼봉을 넘어야 합니다.


"가자 가자~ 저 말뫼봉 고갯길을 넘어 가자. 내 어머니 넘어가신 저 길을 넘자~"
"우멩 추와삐리라."

꽃피네올리브의 애마 생활자징게. 해뜰 녘, 기온 영하 9.2도~ 빙판이 된 고갯길을 넘는데, 찬 바람에 콧뺑이며 귓때기가 밤탱이가 되었다.


"올리부~ 올리부~ 한 겨울에도 꿋꿋한 러시아 올리브나무야! 기둘레라. 우리가 간드앙"
"해찰 좀 부리지 말고, 길이가 미끄러우니, 운전 조심 하그레이"
"그릉 걱정일랑 내 옆구리에 붙들어 매숑~ 으샤라차찻! 삼식이가 나가신드앗!"

미끄덩~~

"어어어 자빠진닷"


"아쿠쿠 콧뺑이야~"
"에쿠꿍 무릎팍이는 다 까지공. 삼식이 이 문디! 오늘 너 뒈졌어"
"엉엉"
"앙앙"

'그러게 이 멩충이 녀석들아. 그냥 훨훨 날아가면 되지~ 날개 뒀다 어디다 쓸래?' 고갯길을 훠이훠이 넘는 겨울바람들이 자빠져 우는 공쥬와 삼식이를 메롱~ 하며 놀려대었습니다.



좌충우돌 두 요정 녀석들이 빙판길이 된 말뫼봉 산길을 싸구려 생활자전거로 넘을 정도로,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한겨울의 올리브나무~~

"머시라공? 추운 러시아에도 올리브나무가 있었다는 거영?" 하시는 양반들도 계실 것이지만 실제로 러시아 올리브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진짜 올리브나무이면서 크림반도 주변, 러시아(구소련) 영토에서 실제 생존하거나 생존했던 참 러시아 올리브를 말합니다. 이 진짜 러시아 올리브 나무들은 한때 제정 러시아 당시 당당히 크림반도 일대에서 널리 재배되었다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올리브나무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패밀리의 수종으로 작은 보리수 열매처럼, 얼룩덜룩한 노랗고 불그스런 작은 베리 모양의 열매가 열리는데 현재 한국어로 된 이름이 없어 은쥐똥보리수로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시중에 파는 러시아 올리브는 올리브나무가 아닌 은쥐똥보리수나무입니다.

"은쥐똥보리수? 그게 몬데욤?"
"보리수 열매? 이거?"
"아니 맹감 니가 여기서 왜 나와?"

"그럼 이겅?"

"고건 점백이 포리똥(파리똥)이라고 하는 보리수 열매가 맞구만"^^

왼쪽 맹감, 오른쪽 우리나라 남부지방 보리수 열매. 봄철 잘 익은보리수열매는 부드럽고 달작지근하다. 2015. 5. 10 일 촬영


은쥐똥보리수는 우리나라의 보리수와는 다릅니다. 같은 점은 둘 다 날카로운 가시가 가지 여기저기에 있고, 점 박힌 타원형의 열매가 열리며, 이파리 모양이 비슷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보리수는 키가 자그마한 잡목이지만 러시아 은쥐똥보리수는 키가 큰 교목입니다.

왼쪽 러시아올리브에서 개량된 올리브나무 2020. 9. 12 촬영, 오른쪽 인터넷에서 퍼 온 은쥐똥보리수 엘라에아그누스 안구스티폴리아의 열매

이 은쥐똥보리수, 가짜 러시안 올리브의 학명은 엘라에아그누스 안구스티폴리아 (Elaeagnus angustifolia)이며, 우리가 아는 진짜배기 올리브는 올레아 유로파에아(Olea europaea)로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식물입니다.

​러시아올리브라고 하는 은쥐똥보리수 엘라에아그누스 안구스티폴리아의 열매는 대체로 상업적으로, 또는 식용으로 삼지 않고 있습니다. 야생에서는 굶주린 새나 야생동물들의 귀중한 식량 공급원이며, 그 무성한 덤불은 포식자로부터 피난처가 되며,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외딴 민가에서 울타리 용도로도 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나라에서는 이 식물이 가진 날카로운 가시와 번식력으로 인하여 유해식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왼쪽: 은쥐똥보리수 가짜 올리브나무, 오른쪽: 러시아계통 올리브나무
왼쪽: 노란 은쥐똥보리수 나무꽃, 오른쪽: 하얀올리브나무 꽃


분포지역 및 유래

은쥐똥보리수 엘라에아그누스 안구스티폴리아의 분포지역은 널리 아시아, 유럽은 물론 북아메리카에까지 해당되며 미국의 일부 주는 은쥐똥보리수를 유해식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터키, 이란, 파키스탄에서 분포하는 이유로 페르시아 올리브라고도 하며, 어릴 때 줄기에 은비늘이 있어 실버베리라고도 하며,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분포하는 이유로 소련이 붕괴한 오늘날에도 러시아 올리브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이에 관한 것은 영문판 위키 러시안 올리브를 참조하십시오.

https://en.m.wikipedia.org/wiki/Elaeagnus_angustifolia


엘라에아그누스 안구스티폴리아(은쥐똥보리수)의 특성

이 가짜 러시아 올리브는 키가 9미터 정도까지 자라고, 때로 종종 더 크게 자라는데, 옆으로 퍼지며 몸통이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끄러운 은빛의 잎은 버드나무와 비슷하지만 더 넓적하며, 이파리의 길이는 2.5-10센티 폭은 2.5-4 센티입니다. 어린 이파리는 은빛 비늘이 있으며, 몸통은 자라면서 실버에서 점차 갈색으로 매끄럽게 변하고, 나이가 들면서 가지에서 가시가 자라는 것들도 있습니다.

은쥐똥보리수 꽃은 늦은 봄에 피는데 4개의 흰색 또는 노란색 꽃잎으로 구성됩니다. 열매는 늦여름과 초가을에 익는데 길이는 약 1센티 정도입니다. 이 쥐똥 같은 보리수처럼 생긴 작은 열매는 말라서 겨울 내내 나무에 붙어 있습니다.



​은쥐똥보리수 이름의 유래

한국에서, 현재 이 나무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꽃피네올리브가 올리브 요정인 공쥬와 삼식이의 성화에, 열매의 생긴 모양새로 쥐똥보리수로 그리고 은빛비늘의 잎과 줄기의 색깔의 특징에서 오늘부터 이 가짜 올리브나무를 은쥐똥보리수로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엘라에아그누스 안구스티폴리아 (Elaeagnus angustifolia)?  이름 한번 D럽게 길다. 부르기도 힘들고"
"그러게 말야~ 부르다가 지쳐 숨 너머 가버리겠디비"
"헉헉 이렇게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안 되겠다! 꽃피네올리브님께 부르기 좋게 이름 좀 지어달라고 하자"

이러이러해서 이름이 없었던 이 가짜 러시안 올리브를 꽃피네올리브는 이름을 지어서 요정들로 하여금 은쥐똥보리수로 부르게 하였다는 스토리 올씁네다~!


진짜 러시아올리브 나무

2013 년 11월 16일 불행히도 러시아에서 올리브 산업생산이 완전히 폐지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러시아에는 니키츠키 식물원을 제외하고는 러시아올리브 나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러시아에서 올리브나무가 사라지기 전 1980년 이전에 러시아 올리브는 다른 나라로 전파되었습니다. 니키츠키 지역의 러시안 올리브나무로부터 개량종들이 탄생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식아 '지구가 내일 멸망해도' 우리는 머당?"
"모긴 모양! 한그루의 올리브나무를 심눈 고지비"
"올리브가 아니고 '사과나무' 아냥? 어째 빗대는 거시기가 좀 소름이가 돋고 참말로 야시시 하다양~"
"머 이어령비어령 아니겠슴?"
"우리~ 올리브 열매 따다가 공쥬 귀걸이도 만들고 삼식이 코걸이도 만들고 빠꿈살이 할까바나"
ㅋㅋ ㅎㅎ
"히힛 벌써 날이가 새삐릿네"

꽃피네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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