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치기는 기승전반죽이다!
'우멩~ 오늘은 또 뭐해 먹지' 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눈에 띈 못 보던 밀가루 반죽이 보여서, 며칠 전에 다녀가신 형수님께 따르릉~
오잉! 이 것은 쑥전 반죽! 이란다.~~
상상만 해도, 이렇게 으흐흐 가슴이가 떨리고 군침이가 돈다 돌아! 하하
오늘같이 막걸리 한잔 술과 맛있는 전이 생각나는 비 오는 날, 맛있는 쑥전과 몸에 좋은 곰보배추전 부치기를 하는 '공쥬와 삼식이'의 소꿉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2020. 4. 10일
"문D야! 빨리 몽인나냐! 이 화창한 봄날에!"
"어 공쥬구낭~ 나 아포. 입맛도 읍구~ 에구구 삼식이 살리Do!"
"으이구 내 껌딱지~ 내가 쑥 하고 곰보배추 뜯어다가 몸에도 좋고 맛있는 쑥전하고 곰보배추전 부쳐줄께"
또로로록!
공쥬가 표표히 사랑채 자리 뜰에 내리니 커다란 잎사귀를 자랑하고 있는 아티초크며, 보라색 꽃을 달고 있는 콩과식물인 헤어리비치며, 이름 모를 잡풀 속에 어젯밤 내린 비를 맞고 밤사이 부쩍 커버린 봄쑥이 빼곡히 모가지를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와아! 쑥이가 쑥이가 엄청 많다야~ 호호"
공쥬의 찰랑찰랑 맑은 소프라노 교성에 눈이가 번쩍 트인 삼식이는 자리를 박차고 과일 깎는 용도의 작은 칼을 들고 공쥬의 뒤를 따라 표로로롱 덜컹덜컹~ 요란하게 문지방을 넘어 우당탕! 뜰에 내려선다.
"앗싸! 땡잡았다. 난 역시 먹을 복 하나는 잘 타고났다니깐!"^^
"아티초크 그늘 밑에 있어서 날씬하고 보드랍구나~ 칼로 캘 필요도 읍겠구낭^^"
"그래그래 모가지 윗부분만 톡 비틀어 따자"
"공쥬야 선물!" 하고 내민 꽃다발, 아니 쑥다발이 파릇파릇 봄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머 선물 좋아하지 않은 여자아이 본 적이 있던가?
삼식이의 손에 쥔 부드러운 쑥 한 다발, 근처 민들레가 "아이 좋아라! 저것들 쑥쑥 자란다고 그렇게 뽐내더만 오늘에야 축! 사망 하셨구나~ 나보고 맨날 땅딸보라고 놀려대더니 꼴값! 아니 쑥값을 하는구나" 하고 고소해하고 있다.
"앗! 삼식아 그건 쑥이 아니야!"
자세히 보니 왼쪽의 것은 지칭개라는 식물로 쑥이 아니다. 오른쪽의 쑥과 정말 비슷한데 먹으면 정말 쓰디쓰다.
봄가을, 여름 산에 들에 다니면서, 버섯이며 열매며 약초들을 캐다가, 독이 있는 다른 것들을 잘못 캐어 먹고 배앓이를 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고가 많은데, 쑥을 캘 때도 잘 보고 캐야 한다. 다행히도 쑥은 다른 식물과 구별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전을 부치기 위해서 캐온 쑥을 흐르는 물에 잘 씻어 흙과 먼지 등 이물질을 씻어내고, 잘 휑궈 건져내어,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쫙 뺀다.
전 부치기와 달리 쑥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다듬고 손질하는 방법은 다소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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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쑥전부치기 쑥손질 주의사항! :
쑥전 부치기용 쑥은 삶거나 데치면 쑥향과 식감이 줄어들어 맛이 덜하다. 생쑥을 사용해야 향긋하다.
반드시 부드러운 쑥을 잘 씻어 뚝뚝 썰어주면 된다. 썰어주는 이유는 밀가루 반죽을 국자로 떠서 팬에 넣어 두를 때 서로 엉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곰보배추도 윗부분의 부드러운 입만을 송송 썰어서 전을 부친다.
곰보배추도 다듬고 잘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주면 그만이다.
"삼식아 곰보배추 줄기 딱딱한 것은 따로 추려놔야 한다! 버리지 말고~"
"버리기는! 왜엥? 난 다 먹을 수 있는뎅"
"뿌리 하고 줄기 딱딱한 것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말리랑. 나중에 고소한 곰보배추차 해서 마시자"
그래서 딱딱한 줄기 밑부분은, 기관지며 관절염에 좋다는 곰보배추차를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말리기로 하고, 윗부분의 부드러운 잎줄기만 송송 썰어서 쑥과 함께 밀가루 반죽 속에 퐁당하면 쑥전, 곰보배추전 부치기 1차 준비는 다 된 셈이다.
"밀가루 준비!"
"녱녱!"^^ 헬레 벌레~
"야! 그거 말구 부침가루!"
"밀가루에도 용도별로 다 다른고야?"
"그래. 전 부치기용 부침가루로 해야 마시쪄"
"없눈데 쫌 맨 기둘레~ 내 읍에 부리나케 갔다 올게!"
"야! 야! 야! 농민수당으로 나온 해남사랑 상품권을 가지고 가야지! 몸뚱아리만 꼴라당 가면 오또카냥!"
"고거 해남 어디서던 사용할 수 있눈고얌?"
"으하하! 신난다! 재미난다!
비타민마트야! 남일슈퍼야! 기둘레랑!"
이윽고 삐그덕거리는 자전거가 "디럽게 무겁넹! 똥꼬나 잘 씻고 다녀라" 볼멘 불평을 해 대는 가운데 쨔잔! 등장한 부침가루! 어디서 사 왔냐는 둥 유통기한 잘 확인했냐는 둥 공쥬의 쉴 새 없는 질문공세에도 이번엔 모처럼 무사통과한, 삼식이의 기특한 부침가루!
물 조금씩 넣고, 한 번에 물 왕창 넣으면 안된데이~
조금씩 조금씩 물을 부어가면서 오물딱 주물딱 빠꿈살이 하즈아! 소꿉놀이는 언제나 즐거워!
쑥! 파파팍!
곰보배추 샤샤샥!
투하!
룰루랄라 아주까리 피룽피룽 히빵빵~~
"어어! 물이를 너무 많이 넣었남?"
"머가 성가셩! 부침가루 더 넣으면 되지비!"
"그랴! 그랴! 마구마구 넣어삐링! 공주 덕택에 오늘은 배 터지게 먹어보즈아~"^^
둘이 하면 더욱더 재밌는 건 머다? 모긴 모얌! 바로 소꿉놀이지B!
애당초 녀석들의 계획은 오손도손 2인분만 간단히 만들어 먹을 요령이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물 한번 넣고 부침가루 넣고, 쑥 넣고 곰보배추 넣고 하다 보니 물부족!
다시 물을 흠뻑 부으니 이제는 흥덩! 밀가루 부족! 그래서 밀가루 넣고, 다시 물 붇고 밀가루 넣기를 반복했더니, 아이구~ 맙소사! 커다란 양판으로 한가득 무려 10분의 부침용 반죽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미챠뿌롱! 공쥬녀석 다욧은 늘 내일부터 아니던가!
암튼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천년의 세월이 흘러흘러 훗날~
전설에 따르면, 배가 부른 공쥬는 무거버서 하늘로 날아 올라가지 못하여 보름달만 뜨면 대성통곡! 했다더라!
삼식이는 그런 공쥬를 안타까와 하면서. 마구마구 반죽을 해대었던 자신의 손모가지를 용서하지 않았다 하더라!
"반죽 다 되었으면 간 보고 설탕 넣자"
"어라 짭짤이 간은 되어 있네! 분명 소금을 넣지 않았는뎅?"
"이 무신 귀신이 곡할 노릇인고!"
"빨리 왕국자 님께 삐삐 쳐봣!"
"아 요즘 세상에는 전 부치는 부침가루에 양념, 그러니까 소금간이 되어있으니 반죽할 때 그냥 물만 부으면 된다고 하더랑!"
"어메 혼자 살기 편하겠다. 경사났네 경사나!"
"얼씨구나 절씨궁!"~
삼식이 녀석 통한번 크다. 설탕을 한국자나 넣었네 그려^^ ㅎㅎ
그나저나 10인분의 반죽을 해 버렸으니 해남 어부명가밥상에서 갈치찜 배달시켜 먹고 씻어 보관해 놓은 1회용 용기를 재활용하기로 하고, 부침가루 반죽을 국자 가득가득히 떠 2그릇이나 밀폐해서 냉장고 속으로 직행!
"나중에, 비 오는 날에 전 부쳐 먹으면 막걸리가 술술 잘도 넘어가겠다. 머 이런 맛에 인간세상을 사는 거 아니겠쪄?" ^^
공쥬의 세심함에 삼식이는 "고럼! 고럼!"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꼴랑지를 사정없이 흔들어 내는데, 바야흐로 맛있는 쑥전, 몸에 좋은 곰보배추전 부치기가 시작된다.
공쥬와 삼식이의 전부치기 방법은
1. 일단은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국자로 떠서 팬에 골고루 펴 놓는다.
2. 프라이팬 전체에 살살 최대한 얇게, 그렇지만 뒤집을 때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두른다.
3. 중불, 또는 약불로 하고, 빨리 익게 뚜껑을 닫아준다.
된 반죽은 보기에는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잘 보이지만, 쑥과 곰보배추가 엉켜서, 실제로 부쳐보니깐 많이 두껍고 퍽퍽한 빵떡같이 나온다.
그럼 이번엔 꽃피네올리브의 형수님이 해 놓은 쑥전 반죽을 꺼내어 부쳐보기로 한다.
국자로 떠보니 부드럽게 잘 떠진다. 잘 떠지니까 팬에 두루 펼치기도 쉽고 그야말로 일사천리~ 잘 부쳐진다.
치익~ 기분 좋게, 맛있게? 들리는 소리와 함께 넓게, 그리고 골고루 펴지는 반죽~
완성작도 모양도 예쁘고 부드러워 맛도 일품이다.
이렇듯 반죽의 차이가 쑥전, 곰보배추전 부치기를 좌우한다.
계절이 바뀔 때, 입맛이 없을 때,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 쑥전. 곰보배추전은 어떠한가?
준비하는 것이 좀 귀찮지만, 요즘에는 마트에 가면 손쉽게 재료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하니 동네방네 혼밥 처녀총각들 살판났네! 살판났어!
으흐흐 마시쪄! 노릇노릇~ 야들야들~
공쥬와 삼식이의 맛있는 쑥전, 몸에 좋은 곰보배추전 부치기 한판의 소꿉놀이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쑥전, 곰보배추 전부치기
결론은! 기승전반죽!이다.
꽃피네올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