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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Feb 14. 2018

<개인주의자 선언> - 한국에 필요한 것은 개인주의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개인주의자 선언>의 저자는 본인이 개인주의자라는 커밍아웃을 하며, 자신이 "인간 혐오"가 있다는 솔직한 고백을 한다.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로 간주되고, 개인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가 대담하게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제목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절대갑인 판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라는 부러운 생각도 든다. 군대문화가 스며든 가정, 학교, 일터에서 개인의 취향 및 의사는 무시되기 쉽고,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는 있지만 "나"는 없다. 이 책을 통해 개인주의자들이 좀 더 떳떳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측은지심을 지닌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eU-He1b7yMI&t=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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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발견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똥개들이 짖어대도 기차는 간다. 
학벌, 직장, 직위, 사는 동네,차종, 애들 성적…… 삶의 거의 모든 국면에서 남들 눈에 띄는 외관적 지표로 일렬 줄 세우기를 하는 수직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완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논리상 한 명도 있을 수 없다.그 모든 경쟁에서 모두 전국 일등을 하기 전까지는 히딩크 감독 말처럼 늘 ‘아직 배가 고플’ 테니 말이다.모두가 상대적 박탈감과 초조함, 낙오에 대한 공포 속에 사는 사회다
한국사회는 이런 사회다. 실제 하는 일, 봉급도 중요하지만 ‘남들 보기에 번듯한지’ ‘어떤 급인지’가 실체적인 중요성을 가진 사회다. 나이 오십대 중년들의 사회에서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모임에 나타나는 것은 메시지가 다른 것이다. 고위직 판사들이 기사 딸린 차로 나타나다가 어느 날부터 낡은 자가용을 자가운전하여 나타나기 시작하면 청렴한 집단이라고 좋은 평가를 받는 플러스 요인보다 사회적 위상이 예전보다 못한 집단으로 평가받는 마이너스 요인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다. 외관이 실질을 좌우하는 사회다.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가정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군대를 모델로 조직되어 있다는 것을. 상명하복, 집단 우선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의사, 감정, 취향은 너무나 쉽게 무시되곤 했다. ‘개인주의’라는 말은 집단의 화합과 전진을 저해하는 배신자의 가슴에 다는 주홍글씨였다. 나는 우리 사회 내에서가 아니라 법학 서적 속에서 비로소 그 말의 참된 의미를 배웠다. 그 불온한 단어인 ‘개인주의’야말로 르네상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엔진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경우 이 단어의 의미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한 것은 민주화 이후 겨우 한 세대,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 것이다. 
원래 행복의 원천이어야 할 인간관계가 집단주의사회에서는 그 관계의 속성 때문에 오히려 불행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맛있는 음식도 내가 원치 않을 때 강제로 먹으면 배탈이 나듯, 타인과의 관계가 나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사와 관계없이 강요되고, 의무와 복종의 위계로 짜이는데 이것이 행복의 원천이 될 리 없다. 갑을관계, 경쟁관계, 상명하복관계, 나를 평가하고 지배하는 관계, 내가 일방적으로 순종하고 모셔야 하는 관계에 있는 인간들이 과연 나에게 유용한 생존의 도구이기는 할까? 생존의 위협에 가깝지 않을까?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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