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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Feb 19. 2018

<위대한 개츠비> - 돈과 사랑, 당신의 선택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결혼은 현실이야

결혼을 앞둔 사랑하는 연인이, 경제적인 이유로 갈라서는 경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는 결혼은 현실이라는 저 표현을 몹시도 증오한다. 물론, 사람이 사랑만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증오하는 것은 저 "현실"이라는 표현이다. 결혼이 현실이라면, 초기 사랑의 과정 - 이를 테면, 호기심, 끌림, 구애, 만남 등 - 은 전부 무대 위 거짓 연기였나? 한 때 뜨거웠던, 서로에 대한 감정은 현실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숭고한 감정인 사랑과 돈을 비교하는 것은, 더 이상 불경스럽지 않다. 고깃덩어리처럼 사람의 등급을 나누고, 비슷한 급끼리 매칭 시켜주는 결혼정보회사의 출현은, 낭만적 사랑의 종말을 암시한다. 돈과 사랑 중, 선뜻 돈을 택하는 사람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세태다.


한편, 청년 스콧 피츠제럴드는 사랑하던 여자에게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이때의 경험은 그의 작품들의 중요 모티브가 되고, 그는 위대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집필한다. 소설의 배경은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번영기를 맞은 미국인데, 저자는 이를 재즈시대라 명명한다. 


소설의 주인공 개츠비는 흙수저 출신이지만, 밀주업으로 자수성가한 부자다. 그에게 인생의 목적은 뚜렷하다. 바로 자신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 사랑한 여인, 데이지를 되찾아 오는 것. 데이지는 개츠비가 군인일 때 해외파병을 간 사이, 부잣집 톰과 결혼하고 만다. 


소설의 전반적인 양상은 데이지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개츠비, 고민하는 데이지, 개츠비를 경계하는 톰 사이의 신경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 인물의 특징을 정의하자면 다음과 같다. 출신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개츠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는 멍청한 데이지, 과시욕 넘치는 속물 톰. 약 10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정도로, 심리 묘사나 상황 전개가 탁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은,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라고 표현함으로써, 개츠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 동의한다.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이것은 마치 레지스탕스끼리, 서로 같은 편임을 은밀히 확인하는 표식이다. 속물근성 만연한 현대사회에, 최소한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증표다. 


개츠비는 진정 데이지를 사랑했을까? 과연 내가 데이지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이 책을 통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1neD56n02oQ&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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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발견

지금보다 쉽게 상처받던 젊은 시절, 아버지가 내게 해주신 충고를 나는 지금까지도 마음 깊이 되새기고 있다. “혹여 남을 비난하고 싶어 지면 말이다, 이 세상 사람 전부가 너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개츠비는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이상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 미소였다. 잠시 동안 영원한 세계를 대면한(또는 대면한 듯한) 미소였고, 또한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 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 믿는 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최대한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다고 말해 주는 미소였다.


개츠비는 오로지 초록색 불빛만을 믿었다. 그것은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는 가슴 벅찬 미래였다. 그 미래가 우리를 교묘히 피해 간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팔을 더 멀리 뻗을 테니까. 그러면 마침내 어느 상쾌한 아침에 … 그렇게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간호사가 딸이라고 하더군요. 전 얼굴을 돌리고 울고 말았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지요. “좋아, 딸이라서 다행이야. 바보 같은 아이라면 좋겠어. 그게 이 세상에서 여자가 될 수 있는 최상의 것이니까. 예쁘게 생긴 바보 아이.” 전 이 세상 모든 일이 끔찍하게만 느껴져요


한 가지는 분명하지, 다른 일은 잘 몰라.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에게 생기는 건 아이들뿐


"당신은 그 사람들 전부를 합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오!"나는 그때 그렇게 말했던 것을 지금까지도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그에게 보낸 유일한 찬사였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톰과 데이지는 정말 무책임한 인간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뭐든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자기들은 돈이나 자신들의 부주의 또는 자신들을 묶어 두는 것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그 속으로 숨어버리는 인간이었다. 자신들이 저지른 일의 뒤처리는 전부 남에게 맡겨둔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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