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수건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 (당신의 절대가치#10)
한 해 매출이 250조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여전히 “마른 수건도 쥐어짜면 물이나온다” 라는 경영철학을 가진 짠돌이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 (생산 및 판매대수 기준) 도요타입니다. 1990년 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불황이 일본을 덮쳤지만, 어떻게 미국 대비 자동차 후발주자였던 도요타는 꿋꿋이 성장을 하여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자동차의 본 고장은 미국입니다. ‘자동차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리 포드의 대량생산에 힘입어 20세기 초 마차의 시대가 가고 자동차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시작합니다. 1937년 설립 당시 일본의 도요타는 미국의 포드, GM대비 30년가량 늦게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여 규모나 기술면에서 모두 열위였습니다.
따라서 후발주자였던 도요타는 미국 기업을 벤치마킹하였지만 대량생산을 할만한 자본력 및 내수시장이 없었기에 고육지책으로 싸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합니다. 그 결과 도요타는 자사만의 독특한 생산방식을 고안하는데 이는 TPS(Toyota Production System)으로 불리며 학계 및 회사들의 연구대상이 되며 수많은 제조기업의 생산방식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주된 골자는 Just In Time (JIT) 혹은 Lean 생산방식으로 통용되는데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생산하여 재고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하자는 것입니다. 그 결과 미국 시장에서 전통 강자들을 꺾으며 도요타는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미국 내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 점유율 증가 (출처 미상)
도요타 생산방식 TPS (출처:네오플릭스)
적시 생산 (Just In Time)이라는 도요타의 생산방식에서 말해주듯이, 도요타의 생산 철학은 “초과생산은 죄악이며 낭비”이며 수요에 맞게 그때 그때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재고를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조립공장과 부품공장은 간반 (Kanban, 한국어로는 간판)이라는 특수한 표를 사용하여 부품의 수급을 조정합니다. 이 표에는 부품의 종류와 수가 적혀 있는데 자동차 완성 단계에서 마무리 쪽 작업을 맡은 후 (後) 공정에 배치된 작업자들이 부품이 부족할 경우에만 간반을 전(煎) 공정 작업자들에게 보냅니다. 전공정 작업자들은 지시대로 부품을 만들고 부품 상자에 간반을 붙여 후공정에 납품을 하며 간반 지시가 없으면 부품을 추가적으로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재고를 줄입니다.
또한, 도요타는 생산공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불량품이 발생했을 경우 기계가 스스로 작동을 멈추는 자동화 방식을 도입하는데, 기존에는 완제품 생산전까지 발견할 수 없었던 불량 공정을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현격하게 불량률 및 제조비용을 낮추고작업기일을 단축합니다. 도요타의 조립라인에는 근로자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높이에 줄이 걸려있는데 작업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 이 줄을 당겨 경보음을 울리고 매니저에게 보고하게 되어있습니다. 매니저가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할 경우, 라인을 정지하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불량품을 다음 공정으로 보내지 않는 것이 도요타의 생산 방식입니다.
게다가 작업장에는 3가지 색의 램프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가 설치돼있는데 작업중일 경우 초록색, 정상 조립일 경우 노란색, 불량일 경우 빨간색 등이 켜져 미연에 생길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합니다. 이러한 도요타의 획기적인 원가절감 덕분에 도요타의 영업마진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 대비해서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의 영업마진을 시현하는 도요타 (출처: Handelsblatt)
도요타는 적시생산 (Just In Time)의 개념을 부품 공급 및 생산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고객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즉, 다양한 고객의 수요에 대응하여 다양한 차량을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만드는 생산 평준화를 실현한 것인데 이는 당시 미국 기업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입니다. 포드의 경우는 단일 모델을 대량생산을 하였고 GM은 다양한 모델을 각기 다른 생산라인에서 생산했습니다. 도요타는 이 둘의 생산 방식을 취합하여 다품종 소량생산을 동일한 라인에서도 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표준화함으로써 소비자의 기호가 변해갈 때마다 생산차량 생산 비율을 변경해가며 시장의 트렌드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도요타와 미국 자동차 기업 생산라인 비교 (출처: Engineering Information)
이러한 생산방식의 혁신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도요타는 오늘날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이 됐습니다. 초기 도요타는 저가형 모델로 승부하며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획득했지만, 이 후 사업이 안정화되가며 렉서스같은 프리미엄 라인도 확보하며 다양한 가격대에서 경쟁력 있는 모델들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가올 전기 자동차 시대를 대비하며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며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습니다.
도요타 주가 (출처: Yahoo Fi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