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을 혁신하다 (당신의 절대가치#9)
2000년대 중반에 쇼핑을 하러 명동에 갔다가 무심코 쇼핑몰 구석 한편에 있던 작은 매장을 들어간 기억이 납니다. 단순한 제품 구성이긴 하지만 깔끔한 디자인에 질 좋은 원단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옷을 살 수 있어서 만족했던 기억이 있는데 돌이켜 보니 유니클로 매장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미 유니클로는 일본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파는 국민 의류업체로서 자리를 잡았었지만 한국에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아니다 다를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에도 우후죽순 유니클로 매장이 생겼고 이제는 번화가 어디를 가나 대형 유니클로 매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간판제품인 플리스, 히트텍 등은 이미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이며,2015년엔 SPA 브랜드 최초는 물론 국내 단일 패션 브랜드 최초로 매출액 1조를 돌파하며 위용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명동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출처: Uniqlo)
유니클로는 어떻게 경쟁업체 대비 좋은 제품을 싸게 팔 수 있었을까요?. 최근 수년간 유니클로 (모기업 Fast Retailing의 재무제표 참고하였지만 편의상 유니클로라 표기, 유니클로는 Fast Retailing그룹의 매출에 약 80% 수준 기여)는 약 10-15% 수준의 양호한 영업마진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사업의 영업마진이 높을 수록 많이 남기는 장사를 하는 것이죠) 보이고 있는데 의류업 회사들의 영업마진이 대부분 10% 이하의 낮은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유니클로의 비용구조는 참 군살이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가 이렇게 경쟁사 대비 양호한 마진을 가지고 있는 배경은 유니클로의 유통구조 개혁을 통한 특유의 원가절감이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유통구조를 알려면 SPA의 비즈니스 구조에 대해서 이해를 할 필요가 있는데,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쉽게 말해 의류의 기획 및 제작 유통을 한 회사가 전부 다하는 모델입니다. 사실 SPA의 원조는 유니클로가 아닌 미국 캐주얼 브랜드 Gap인데 1980년 후반, 처음으로 의류회사가 직접 기획, 제작, 유통을 담당하는 수직통합모델을 제시했습니다. 기존에는 제조업-도매-소매 과정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여러 업체들이 협력하여 상품을 공급했고 각 업체들의 마진은 비효율적인 비용구조를 초래했습니다. 의류업계는 유통의 효율화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와 상품의 패션성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가격을 책정했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었습니다.
SPA의 원조 Gap을 무섭게 추격하는 유니클로 (출처: Dadaviz)
기존 의류업체들의 SPA의 목적은 자신의 브랜드를 고수하는 것에 있었다면 유니클로의 SPA는 싸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SPA를 채택한 유니클로는 획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유니클로는 중간 유통 단계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제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소수의 제품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합니다. 1990년대부터 일본에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은 싼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유니클로는 플리스에 집중하여 2000년에는 2600만 개를 팔아 치우며 단일 품목으로는 유례없는 기염을 토합니다.
단일 품목 최고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는 유니클로의 플리스 (출처: Uniqlo)
또한 대부분의 생산을 인건비가 싼 중국에 외주를 주지만 엄격한 품질관리를 위해 본사에서 품질관리자들을 중국에 직접 파견합니다. 게다가 유니클로의 모든 매장은 동일한 규격으로 같은 매뉴얼에 의해 운영되어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차단하고, 고객과 직원이 1대 1로 매칭 되어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고객들이 알아서 옷을 입고 구매하는 창고형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직원들을 고용하여인력비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합니다.
이러한 합리적인 비용통제 덕분에 질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제공한 결과, 유니클로는 일본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유니클로는 국내시장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돌려 2000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여 지금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명동, 강남, 홍대같은 주요 번화가에는 어김없이 유니클로 매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꾸준히 증가하는 유니클로의 매출과 점포 수 (출처: Uniqlo)
유니클로 모기업 Fast Retailing 주가 (출처: Yahoo Fi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