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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r 23. 2019

세계화와 획일화의 테러

#1-5 진화하는 제국주의

성공적인 제국의 건설을 위해 획일화는 유용한 수단이다. 제국이 제공하는 획일화된 사고체계, 종교, 규칙, 가치관, 행동양식 – 이 모든 것은 ‘문화’의 범주에 포함된다 - 은 사람들로 하여금 강력한 결속력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리한 제국의 지도자들은 집단의 힘이 개개인이 가진 힘의 합보다 강력하다는 점을 숙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대중들에게 제국의 신민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집단의 힘을 제국의 목적 달성에 활용하려고 한다. 모든 제국은 방식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공통적으로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한병철은 <타자의 추방>에서 세계화가 획일화를 부추겼다고 비판한다. “세계화는 모든 것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것, 비교할 수 있는 것으로, 따라서 같은 것으로 만드는 폭력적인 힘이 있다. 전면적인 같게 만들기는 궁극적으로 의미의 소멸을 낳는다. 의미는 비교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돈 만으로부터는 의미도 정체성도 생기지 않는다. 가은 것의 폭력으로서의 세계적인 것의 폭력은 정보와 소통과 자본의 순환을 방해하는 타자, 단독적인 것, 비교할 수 없는 것의 부정성을 파괴한다. 같은 것이 같은 것과 만나는 지점에서 세계적인 것은 최고 속도에 도달한다.”  


세계화는 획일화를 용이하게 만들고 제국의 영향력을 전 지구로 확장시키는데 공헌한다. 세계화를 주도한 미국은 역사상 최초로 전 지구를 대상으로 단일한 문화적 양식을 제공하는 데 성공한 제국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미국식 유행과 기호를 선호하고 미국식 문화를 소비한다. 맥도널드에서 코카콜라를 마시고 넷플릭스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습관적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심지어 세계화를 반대하고 반미 감정을 지닌 사람들 중에서도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의 수가 결코 적지 않다. 


물론 중국이 기술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강력한 힘을 갖추며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프트파워가 약한 중국은 미국의 문화적 지배력을 능가하는데 한계가 있다. 중국이 아무리 강력한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활용해 식민지를 무력으로 제압해봐야 나이키 신발을 신고 디즈니 캐릭터와 아이폰을 좋아하는 (‘좋아하도록 학습된’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 같다) 식민지 시민들의 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는 법이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조차 자녀를 미국의 대학으로 보내는데, 미국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진 중국 젊은이들은 고국으로 돌아와 미국식 문화를 전파한다. 때문에 단기간에 중국이 미국의 문화적 지배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의 특징은 상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상인은 군대를 대동하지 않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식민지를 지배한다. 대영제국이 인도 식민지에 관리 감독 기구를 세우고 인도인을 관리자로 앉혔듯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도 해외에 지사를 세우고 현지인을 고용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식민지에서 선발된 현지인은 비교적 고등 교육을 받은 엘리트이고 이들은 모종의 우월감을 느끼며 제국의 성장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전자의 최대 목적이 치안, 감시, 자원 수탈 등인 반면 후자의 최대 목적은 철저히 이윤 극대화라는 것이다.


상인들의 제국주의는 곧 ‘쩐의 전쟁’이다. 전쟁의 승패 여부는 어떤 제국이 더 많은 돈을 벌어 적을 경제적으로 굴복시켰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과거 제국들은 무력 전쟁과 식민 지배를 통해 세를 확장했지만 상인들의 제국은 돈으로 매출을 불리고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다. 과거 제국의 엘리트들은 식민지 개척, 정보전, 안정적인 통치 등에 주의를 기울인 반면, 상인들의 제국의 엘리트들은 신시장 확보, 산업 스파이, 고객관리 등에 열을 쏟는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ookjournal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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