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중섭 Apr 26. 2019

엉터리 전문가들과 비트코인의 미래

#3-6 비트코인, 괴물의 탄생

블랙 스완은 일어날 가능성이 무척 희박한 사건을 뜻한다. 따라서 누구도 쉽게 블랙 스완을 예측하지 못한다. 블랙 스완의 특징은 노크를 하고 찾아오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블랙스완은 대개 느닷없이 출몰해 사회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다. ‘백조는 무조건 흰색이다’라고 믿던 사람들은 블랙 스완을 보며 눈을 끔뻑거릴 뿐이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블랙 스완이 출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부정적인 블랙스완은 순식간에 나타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블랙 스완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일무이한 이유는 과거의 관찰을 미래를 결정짓는 것, 혹은 미래를 표상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거의 경험이나 관찰을 바탕으로 한 미래의 예측은 블랙 스완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독설을 날린다. 특히 넥타이를 맨 엘리트들의 – 공부만 한 학자, 고루한 관료, 기업의 관리자, MBA 출신 컨설턴트나 금융 애널리스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말은 귀 기울일 가

치가 없다고 조언하는데 무척 공감하는 바이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창조적 기술은 블랙 스완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은 당연하게 쓰이는 기술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항상 크고 작은 진통이 있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기존의 세계와 새로운 세계가 교차하는 변곡점에서 사람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느끼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관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혜안을 지닌 소수만이 패러다임이 변하는 미묘한 징후를 포착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한다. 자동차를 통해 마차의 시대를 종식시킨 헨리 포드가 남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봤다면 그들은 빠른 말과 마차라고 답했을 것이다”


한편, 피터 틸은 <제로 투 원>에서 기술적 진보의 유형을 구분하는데 블랙 스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직적 진보에 해당한다.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진보된 미래를 꿈꾼다. 이때의 진보란 둘 중 하나다. 먼저 '수평적 진보' 내지는 '확장적 진보'가 있다. 이는 효과가 입증된 것을 카피하는 것. 즉 1에서 n으로 진보하는 것을 뜻한다. 수평적 진보는 우리가 이미 그 모습을 알고 있으므로 쉽게 상상이 된다. 두 번째는 '수직적 진보' 내지는 '집중적 진보'다. 이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즉 0에서 1로 진보하는 것을 뜻한다. 수직적 진보는 아무도 한 적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엉터리 전문가들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엉터리 전문가들은 블랙 스완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다. 또한, 상상력이 부족한 엉터리 전문가들은 본인의 결함을 타인에게까지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른 채 떠벌린다. 본인의 시야에는 당장 보이지 않지만, 저기 앞 골목을 지나면 바로 앞에 블랙 스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결코 인정하지 못한다. 엉터리 전문가들은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고 솔직하게 본인의 무지를 인정한 소크라테스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기술의 수직적 진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21세기에 출몰한 대표적인 블랙스완은 단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 기술이 우리의 삶에 이토록 중대한 영향을 미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자 틀린 전망을 내놓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엉터리 전문가들은 너무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어처구니없는 (당시에는 합당하다고 여겨졌던) 전망을 했다. 다음의 사례를 참고해보자. 


인터넷의 미래를 전망한 엉터리 전문가들

-        “나는 1995년 인터넷이 뜨거운 활황기를 맞은 후 1996년에는 비극적으로 몰락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로버트 멧카프, 멧카프 이론 및 이너넷 창시자)

-        “그 어떤 온라인 데이터 베이스도 당신이 매일 읽는 신문을 대체할 수 없고, 그 어떤 CD ROM도 선생님을 대체할 수 없고, 그 어떤 컴퓨터 네트워크도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없다.” (클리포드 스톨, 천문학자)

-        “성공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2억 5천 명 이상의 사람들을 재교육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워링 패트리지, 통신 전문가)

-        “2005년이 되면 인터넷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팩스보다 대단치 않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폴 크루구먼, 노벨 경제학자) 


스마트폰의 미래를 전망한 엉터리 전문가들

-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PC는 탐욕에 의한 망상에 불과하다.” (앤디 그로브, 인텔 CEO)

-        “아이폰은 핸드폰 시장에서 절대 큰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수 없다.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

-        “확실히 애플은 맥 컴퓨터를 출시했을 때와 같이 관심을 끄는 방법은 안다. 그러나 항상 틈새시장을 노린다. 핸드폰 또한 틈새시장용이 되어 버릴 것이다.” (안시 반요키, 노키아 전략 부사장)

-        “커피를 만들 수 있는 토스트 기계가 있을까? 물론 이런 기능을 모두 갖춘 기계는 이 세상에 없다. 그 이유는 토스트를 가장 잘 만드는 기계는 토스트 기계고 커피를 가장 잘 만드는 기계는 커피머신 이기 때문이다.”  (존 루빈 스타인, 1997년부터 2006년 사이 애플 임원으로 재직하며 아이맥과 아이팟 개발 주도)  


위에 언급된 엉터리 전문가들의 전망이 얼마나 부정확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엉터리 전문가들의 말을 맹신할 필요가 없다는 점, 그리고 신기술의 미래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점이다.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신기술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것보다는 과대평가하는 것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만 같던 일을 해내고야 마는 것이 인간이 걸어온 길이기 때문이다.  


2009년 들어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후 블랙 스완이 한 번 더 출현했다.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술. 0에서 1이 되는 수직적 진보. 이것은 바로 비트코인이다. 블랙 스완이 출현하자 어김없이 논쟁이 벌어졌고 비트코인의 미래를 낙관하는 진영과 비관하는 진영이 각을 세우며 대립했다. 어느 쪽이 엉터리 전문가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에 관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낸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이들 중 누가 옳았는지는 오로지 시간만이 답해줄 것이다.

 

비트코인의 미래를 낙관하는 전문가들 

-        “비트코인은 인터넷, 철기 시대, 르네상스, 산업혁명보다 큰 것이다.” (팀 드레이퍼, 벤처 투자자) 

-        “비트코인은 화폐보다 낫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20년 안에 우리는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마크 앤드리슨, 넷스케이프 창업자, 벤처투자자)

-        “세계와 인터넷은 단일 화폐를 가질 것이다. 나는 그것이 비트코인이라고 믿는다.” (잭 도시, 트위터 CEO)

-        “제삼자에 의존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을 막는 화폐에 기반한 가치의 전달을 가능하게 만드는 분산화된 소프트웨어,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에 관한 최고의 이해이다." (사이페딘 아모스, 경제학자)

-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의 옵션이다.” (니얼 퍼거슨, 금융 역사학자)

-        “P2P 방식의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기존 통화체계를 완전히 재편하면서, 결국에는 근본적인 세제개혁이 불가피해질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 역사학자)

-        “비트코인은 금보다 유용하다.” (폴 크루구먼, 노벨 경제학자)

 

비트코인의 미래를 비관하는 전문가들

-        “비트코인은 모든 사기의 어머니다.” (누리엘 루비니, 경제학자)

-        “정부가 규제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 수요는 사라질 것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 경제학자)

-        “비트코인은 전혀 가치가 없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

-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은 십만 달러보다는 백 달러가 될 확률이 높다.”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자)

-        “비트코인은 비효율적이다.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아비 심혼, 경제학자)

-        “비트코인의 가격은 0이 될 것이다.” (제프 슈파커, BCG 디지털 벤처스 CEO) 

-        “비트코인은 사기다 (후에 비트코인이 사기라고 했던 발언을 후회한다며 말을 바꿈)”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각 진영을 구성하는 전문가들의 경력이다. 비트코인 낙관론자들의 배경은 기업가, 벤처투자자, 경제학자, 역사학자 등 다양한 반면, 비관론자들은 대체적으로 경제학자 이거나 전통 금융권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증권사에서 근무했던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상상력을 기준으로 직업별 줄을 세운다면 전통 금융권 출신들은 가장 뒤에 서야 마땅하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관리, 영업, 정치 능력은 탁월하지만 창의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도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는 엉터리 전문가의 유형으로 경제학자나 MBA 출신 금융권, 컨설턴트 등을 지목했다는 점을 상기하자.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ookjournalism.com/

================================================

독서할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책을 리뷰하는 '21세기 살롱'이라는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분만 투자하면 책 한 권의 개괄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watch?v=s8UU3sd8G7A&t=9s


매거진의 이전글 탈중앙화라는 유토피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