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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Apr 29. 2019

위기에 강한 비트코인

#3-7 비트코인, 괴물의 탄생

99 Bitcoins웹사이트에는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바로 비트코인의 종말을 예고한 언론 기사 및 전문가들의 발언을 종합한 수이다. 2019년 4월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해당 수치는 352를 기록하고 있다. 즉, 2009년 이후 비트코인의 파멸을 예측한 수가 352번 있었다는 뜻이다. (비영어권 국가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훨씬 높을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10달러에서 5달러로 하락할 때도, 100달러에서 50달러로 하락할 때도, 1,000달러에서 500달러로 하락할 때도 한결같이 비트코인의 가격이 0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을 거듭해 2만 달러를 넘긴 바 있으며 2019년 4월 기준 5,5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됐을 때,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이 부상하며 비트코인의 지위를 위협할 때, 비트코인이 하드 포크 되어 결제에 특화된 비트코인 캐시가 탄생했을 때와 같이 비트코인이 몇 차례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생명력은 강했다. 마치 목이 잘리면 더 많은 목이 솟아나는 히드라처럼, 비트코인은 오히려 시련을 겪을 때마다 더욱 강해졌다. 앞으로 비트코인을 위기에 빠뜨리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겠지만 (다가올 위기는 각 국 정부 및 다국적 기업들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마저도 비트코인을 전복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 나의 견해이다) 나는 앞으로도 비트코인이 살아남아 끈질긴 생명력을 증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트코인이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에 사기다라고 주장하는 비관론자들에게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문장을 소개해주고 싶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다. 이들은 튼튼한 경제, 투명한 정치 사회 구조, 시민의 사유재산권, 안정적인 치안이 보장된 훌륭한 국가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이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토마스 홉스는 국가를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괴물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며 국가의 힘이 다국적 기업에 비해 다소 약해진 경향이 있지만, 국가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주체다. 개인은 약간의 자유를 포기하는 대가로 국가로부터 각종 혜택을 얻는다. 문제는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지도자들이 무능하거나 부패할 경우, 국가와 개인 간 맺은 계약이 불공정해진다는 점이다. 특히 국가가 어려움에 빠지면 개인의 재산이 보전될 수 있는지 여부는 극도로 불확실해진다. 과도한 세금, 재산 몰수, 인플레이션 등을 통해 개인의 재산이 허무하게 증발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훌륭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있다.


2013년 발생한 키프로스 경제 위기는 디지털 금으로서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당시 키프로스 정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EU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예치금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요구했다. 알다시피 은행에 예치하는 현금은 국가와 은행이 보증하는 대표적인 안전 자산이고 유로화는 가장 안전한 화폐 중 하나이다. 그런데 국가가 안전 자산인 예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료화 표시 예금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서둘러 비트코인으로 자산을 옮기기 시작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키프로스 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한 면이 있다. 실패한 경제 정책 및 저조한 성과의 책임을 져야 할 소수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다수의 시민들로부터 재산을 상납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들의 세금을 걷어 대형 금융 기관을 구제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불공정거래가 똑같이 재현된 것이다. 그러나 2013년 키프로스 사태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비트코인 덕분에 시민들이 중앙 권력의 통제를 피해 재산을 보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조하는 점은, 비단 키프로스 사태뿐 아니라 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울 때마다 비트코인은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북한의 핵실험 등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안전 자산으로 취급되는 금이나 달러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폭압적인 정권이 집권하는 경우, 국가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의 재산을 강탈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게다가 전 세계 17억명의 사람들은 은행 계좌조차 없기 때문에 금융 투자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소말리아나 온두라스 시민들이 발 빠르게 안전 자산으로 가치를 이전하고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이에 무척 회의적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ookjournal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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