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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y 24. 2019

비트코인에 군침을 흘리는 월가 늑대들

#5-3 블록체인 왕좌를 둘러싼 전쟁

금융위기 직후 등장한 비트코인은 분명 월가의 심장을 겨눈 탄환이었다. 금융위기의 주범이자 수수료로 막대한 돈을 버는 월가 늑대들의 입장에서 비트코인의 존재는 눈엣가시였다. 사실 월가를 위협한 것은 비트코인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벌이며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뒤 그들만의 돈 잔치를 벌인 월가 늑대들을 규탄한 바 있다. 그러나 시위는 일시적인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을 뿐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반면, 비트코인 열풍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온갖 억압과 규제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생존해 월가 늑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인 법이다. 비트코인의 상업성을 확인한 월가 늑대들은 비트코인을 적이 아닌 친구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월가 늑대들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을 디지털 자산이라 칭하며 이를 새로운 대체 자산으로 만들어 버렸다. 달러를 발행하는 연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비트코인을 ‘화폐’로 명시하기보다는 ‘자산’으로 분류한 것이다. 참고로 주식, 채권이 전통 자산으로 분류되는 반면, 부동산, 예술품 등은 대체 자산으로 취급되는데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은 후자에 속한다. 


월가 늑대들은 돈을 좇는 감각이 탁월하다. 그들이 가는 곳에 곧 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트코인이 등장하자 이미 민첩한 월가 늑대들은 돈 냄새를 맡고 행동을 개시했다. 가장 빨리 움직인 것은 외환 및 상품 거래를 주로 담당하는 트레이딩 회사이다. 외환, 원유 및 각종 파생상품 등을 트레이딩 하는 회사의 눈에 변동성이 높은 비트코인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상업적 잠재력을 일찍이 알아본 시카고 트레이딩 회사 DRW는 디지털 자산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컴버랜드를 2014년에 설립했다. 컴버랜드는 글로벌 디지털 자산 장외거래 사장 (OTC)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디지털 자산 장외거래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한 주먹구구 방식이 대부분인데, 컴버랜드는 DRW의 자회사답게 가장 선진화된 형태의 트레이딩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는 것 역시 특기할 만하다. 피델리티 자산 운용이 411명 미국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2019년 5월 기준), 전체 응답자 중 22%가 이미 디지털 자산에 투자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40%는 5년 내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47%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디지털 자산을 포함시킬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참고로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은 대부분 비트코인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기대수익률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자산들과 가격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이다. 어떤 자산이 다른 자산들과 가격 상관관계가 낮다는 것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 분산에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기관 투자자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추가하면 위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어도 한 동안 마땅한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기관들이 신뢰할 수 있는 거래소와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탁 서비스 부재는 치명적이다. 비록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 거래소들이 기관용 거래 및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나, 수십, 수백 조를 운용하는 대형 금융 기관 입장에서 이들은 단지 피라미 같은 스타트업 일 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가 늑대들은 분주히 기관용 디지털 자산 시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CME와 Cboe 거래소는 2017년에 비트코인 선물 거래 서비스를 개시해 기관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피델리티 자산운용은 2018년 ‘피델리티 디지털 자산 홀딩스’를 설립하고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탁 및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무라도 디지털 자산 보안 업체 렛저와 협약을 맺고 기관을 대상으로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마이누’를 2018년 설립했다. 


비트코인에 군침을 흘리는 월가 늑대들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뉴욕 증권거래소를 보유한 세계 최대 거래소 ICE이다. ICE는 2018년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Bakkt를 야심 차게 설립했다. Bakkt의 파트너로는 마이크로 소프트, 스타벅스 등이 있으며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도 Bakkt에 투자했다. Bakkt가 기존 디지털 자산 거래소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 중 하나는 Bakkt의 결제 방식이다. 선물거래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큼만 현금으로 주고받는 방식과 직접 실물이 오가는 실물 인수도 방식이 있다. 현금 결제 방식을 택한 CME와 Cboe와는 달리 Bakkt는 실물 인수도 방식을 택한다.


Bakkt는 비트코인 투자를 원하는 기관 투자자를 위한 훌륭한 솔루션이다. Bakkt는 모회사인 ICE의 명성과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쉽게 대형 자산 운용사를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 또한 일정한 기간마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큼만 현금으로 정산하는 CME나 Cboe와는 달리, Bakkt를 통해 거래하는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실제로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 트레이딩보다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가치투자자는 비트코인을 실질적으로 보유함으로써 ‘매수 후 보유’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게다가 Bakkt는 규제되지 않은, 불투명한 현물 시장 가격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가격의 신뢰성을 재고한다. 또한, Bakkt는 청산 위험에 대비해 3,500만 달러 (한화 약 420억)을 투입할 계획이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Bakkt는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ookjournal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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