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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y 20. 2019

골드만삭스와 애플의 협력이 시사하는 은행의 미래

#5-2 블록체인 왕좌를 둘러싼 전쟁

2019년 3월, 애플은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을 대대적으로 키울 것임을 선포했다. 동영상, 뉴스, 게임과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은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협업해 애플 카드를 출시한다는 점이다. 애플 카드는 캐시백 프로그램 (애플 생태계 내 서비스 결제 3%, 애플 페이 결제 2%, 실물 신용 카드 결제 1%)뿐 아니라 각종 신용카드 관련 비용을 낮추고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애플 카드 고객은 문제가 생길 시,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바로 문자 메시지 (iMessage)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내 생각에 골드만삭스와 애플은 아이폰을 디지털 자산에 특화된 은행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골드만삭스와 애플은 앞으로는 스마트폰이 곧 은행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애플이 협력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골드만삭스의 최근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골드만삭스는 리테일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약 150년의 역사 동안 기업과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사업을 했던 골드만삭스가 평범한 대중을 상대로 리테일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2016년 골드만삭스는 창업자 마커스 골드만 (Marcus Goldman)의 이름을 딴 리테일 은행 마커스 (Marcus)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사명을 창업자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 차원에서 리테일을 중요한 비즈니스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마커스는 2017년 영국으로 진출해 경쟁적인 금리를 제시하며 기존 영국 은행들의 파이를 잠식하고 있다. 참고로 마커스가 진출할 당시 영국 은행들 예금 금리는 평균 1%가 채 안됐는데 마커스가 1.5% 예금 금리 제시하면서 다른 은행들도 부랴부랴 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의 가장 큰 약점은 JP모건의 체이스 은행 같이 탄탄한 상업은행이 없기 때문에 리테일 고객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관과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수익을 냈던 골드만삭스는 리테일 사업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투자은행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골드만삭스는 리테일 사업 확장이 절실해졌다. 리테일 고객 기반이 약한 골드만삭스 입장에서는, 많은 유저를 보유한 ICT기업이 효과적으로 고객을 모집해주고 자사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준 뒤 파이를 나눈다면 이상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년 2억 개가 넘는 스마트폰을 팔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한 애플이 골드만삭스 입장에서는 당연히 탐나는 파트너였을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어떤 매력적인 딜을 제시해서 애플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는지를 생각해보자. 왜 애플은 금융 파트너로 리테일 금융 풋내기인 골드만삭스를 선택했을까? 왜 튼튼한 리테일 영업망을 갖춘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 웰스파고가 아니고 하필 골드만삭스일까? 애플은 골드만삭스의 무엇을 본 것일까? 그 답은 바로 디지털 자산이다. 2017년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기술회사다”라고 선언하며 보수적인 금융 회사에서 혁신적인 IT회사로의 정체성 변신을 예고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실제로 서클 (디지털 자산 종합 플랫폼), 빗고 (디지털 자산 보안), 액소니 (기업용 블록체인 기술 솔루션), 빔 (비트코인 결제 및 송금) 등에 투자하면서 디지털 자산의 잠재력에 대해서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 


골드만삭스가 리테일 사업에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것이라는 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골드만삭스가 2019년 2월 공개한 홍보 영상 “은행의 미래 (The bank of the future)” 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되겠다는 골드만삭스의 비전을 보여준다. 골드만삭스는 세 가지 미래 트렌드로 1)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뱅킹으로 전환; 2) 디지털 퍼스트 플랫폼; 3) 소비자 맞춤형 상품 서비스를 제시한다. 골드만삭스는 미래에는 모바일이 곧 은행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해당 영상에 “디지털 자산 계좌” 문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가 애플을 설득할 때 중개인의 개입이 거의 없는 디지털 자산의 장점을 어필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ookjournal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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