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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Jun 03. 2019

비트코인과 비트위안

#6-1 블록체인 - 디지털 제국주의 2.0 

과거와 현재를 다룬 앞 장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제국주의가 진화하는 과정 및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제국들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2장은 인터넷과 디지털 제국주의에 관한 부분이다. 한때 사이버 유토피아를 꿈꿨던 인터넷이 어떻게 디지털 제국주의의 무대로 변질되었는지, 오늘날 디지털 제국으로 성장한 인터넷 기업들의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3장은 비트코인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4장에서는 자산과 화폐로서 비트코인이 지닌 잠재력에 대해 알아보았다. 비트코인 본위제의 출현 가능성과 더불어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5장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관련 사업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서술할 내용은 미래에 관한 것이다. 미래에 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지 이것을 다양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참고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인해 디지털 제국주의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디지털 제국주의 1.0이라면 블록체인은 디지털 제국주의 2.0이라는 뜻이다. 탈중앙화를 부르짖는 블록체인 이상주의자들의 계획은 상업화와 규제 때문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오히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힘을 가진 국가와 기업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트코인 관련 현상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경쟁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한 때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배했다. 예를 들어, 초창기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의 과반수는 비트메인과 같은 중국계 기업들이 차지했다. 또한, 한때 중국계 디지털 자산 거래소는 전 세계 거래량의 과반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을 하청 국가 취급하며 세계 최강 기술패권국의 지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치욕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산업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중국은 더 이상 비트코인 채굴을 독점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지역은 주요 채굴 장소로 부상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미국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해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주도권을 움켜쥐었다.


한편, 중국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에 그다지 친화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자국 내 디지털 자산 거래를 금하고 있는 상황이며 블록체인은 육성하되 디지털 자산은 배척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 및 규제 당국은 중국의 정책을 근거로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육성은 별개’라는 국내 정책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을 해외로 내보내 디지털 자산의 잠재력을 시험하고 있으며 홍콩을 일종의 디지털 자산 특구로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여전히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국 채굴 기업과 거래소는 공산당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인상적인 점은 중국 인민 은행이 디지털 화폐의 잠재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 은행은 2017년 디지털 화폐 연구소를 세우고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왜 디지털 화폐에 관심을 가질까? 내 생각에 중국은 언젠가 비트코인과는 별개의 디지털 화폐인 ‘비트위안 (가칭)’을 내놓아 공산당의 통제력을 더욱 강화하려 들 것 같다. 중국 인민은행이 비트위안을 발행하면 중국의 디지털 제국 BAT는 적극적으로 공산당에 협력하며 비트위안의 사용을 장려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시민들에게 비트위안의 사용을 강제함으로써 위조지폐, 탈세, 자금 세탁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 공산당이 사회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 소수민족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이에게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 역시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다. 


비트위안이 자국 내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증명된다면 중국 공산당은 이를 국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다. 가령,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에 동의하는 반미 국가들에게 달러 대신 비트위안을 사용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동, 러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비트위안 및 디지털 화폐의 잠재력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물론 미국은 비트위안의 대중화를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할 것이다. 미국의 대항마가 달러가 될지 비트코인이 될지, 혹은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화폐가 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ookjournal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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