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속 토큰 이코노미
#6-3 블록체인 - 디지털 제국주의 2.0
우리는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오아시스에서는 유명한 스타이지만 현실은 미국 오하이오주 빈민가에 사는 남자이다. 주인공이 거주하는 곳이 오하이오주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오하이오주는 러스트 벨트의 (과거 미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이었을 때 번영을 누렸지만 세계화가 진전되고 제조업이 디지털화되면서 몰락) 핵심지역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에서 소외된 계층을 조명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동화 때문에 이러한 소외계층의 범위는 전 지구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미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모두가 동의하는 듯하다. 블록체인은 특히 금융, 회계, 단순 서류 업무를 하는 일자리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알고리즘을 장착한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일을 대신 수행함에 따라 우리는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엄청난 여가를 얻게 될 것이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이 차분히 명상과 독서를 하거나 이웃과 교류하며 시간을 활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신, 사람들은 권태롭고 암담한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가상현실에 골몰할 확률이 높다. 사람들이 현실보다 가상현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가상현실 속 자아가 개인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 역시 중요해질 것이다
언젠가 현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일자리 붕괴로 그나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아있지 않겠지만) 가상현실 속 토큰 이코노미에 참여해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가상현실 속 토큰 이코노미가 작동한다는 것은 게임 산업에서 이미 증명됐다. 예를 들어, 국내 게임회사 엔씨소프트가 1998년 출시한 리니지 사용자들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 왜냐하면 리니지 게임 내 고급 아이템이 여전히 수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희소성이라는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리니지 게임 아이템과 무척 유사하다. 다만 분산화 거버넌스, 가치 전송의 용이성, 전 세계에 퍼진 블특정 다수의 네트워크 참여자 등의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리니지 게임 아이템보다 우월하다.
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상현실 속 토큰 이코노미가 제대로 기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자동화로 엄청난 여유시간을 얻은 사람들이 권태로움을 견디지 못할 때, 참여자들에게 토큰을 보상하는 흥미진진한 글로벌 가상현실 플랫폼이 등장한다고 상상해보자. 글로벌 가상현실 플랫폼은 일종의 게임이자 VSNS (Virtual Social Network Service)의 형태를 띨 것이다. 가상현실 속에서 통용되는 디지털 화폐는 현실에서도 쉽게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참여할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가상현실 속 토큰 이코노미에 생산자로 참여해 추가 수입을 올린다. 네트워크가 점점 커짐에 따라 사람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교류하고, 애완동물을 키우며,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 일상화된다. 심지어 가상현실 속에서 사랑하는 파트너를 만나 그와 함께 살 부동산을 구입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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