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즘으로 이해하는 섹스리스 부부와 불륜

섹스와 결혼의 충돌 #4

우리의 조상들은 부부간의 성생활과 결혼 생활의 만족도를 결부시키지 않을 정도로 현명했다. 그러나 17-18세기 들어 낭만적인 사랑과 결혼이 결합되고, 20세기 들어 피임이 발전하고 섹스 혁명이 발발하면서 부부간의 성생활은 결혼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직 한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정열적인 애정 관계를 유지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지속해야 한다는 놀라운 개념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올인원 패키지를 통해 이 모든 조건 – 낭만적인 사랑, 섹스의 쾌락, 가정의 안정감 - 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사회적 요구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특히 가정의 안정감과 섹스의 쾌락은 상충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기혼자들은 바람직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데 있어서 가정의 안정감을 배우자와의 만족스러운 성생활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결과 배우자와의 섹스가 주는 쾌락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섹스리스 부부와 불륜이 일반적이라는 점은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우선, 섹스리스 부부에 대하여 살펴보자. 국내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기혼자 743명 가운데 36.1% 가 섹스리스 부부 (섹스 횟수가 월 1회 이하 거나 아예 없는 경우)이다. 나이가 많고 결혼 기간이 늘어날수록 섹스리스 부부의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해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의 섹스리스 부부 비중은 40% 이상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며, 다른 나라들의 경우 기혼자의 대략 20% 정도가 섹스리스 부부이다.


인터넷 역시 섹스리스 부부에 대해 이해하는데 훌륭한 참고자료다. 구글 검색 키워드에 내포된 인간의 욕망을 다룬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 따르면, 기혼자들이 느끼는 결혼 생활의 가장 큰 불만은 섹스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섹스 없는 결혼 생활’은 ‘불행한 결혼 생활’보다 3.5배 많이 검색되었고, ‘사랑 없는 결혼 생활’ 대비 8배 많이 검색되었다. 게다가 대화하지 않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보다 섹스를 원하지 않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이 16배 많았다. 구글 검색 트렌드는 많은 기혼자들이 배우자와의 성생활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배우자와 거의 무제한의 성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 성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부부가 일과 육아에만 집중하며 섹스리스 부부가 되는 것은 흔한 경우다. 또한, 가정의 울타리 밖에서 배우자가 아닌 상대와의 섹스를 상상하거나, 이러한 상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일부일처제를 지지하지만 실제로는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수가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불륜 당사자들이 특별한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보상과 위험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불륜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불륜의 보상과 위험은 지극히 비대칭적이다. 불륜이 주는 보상은 – 육체적, 정신적 쾌락 및 삶의 활력 - 대개 지엽적이고 일시적인 반면, 불륜이 들통났을 경우 치러야 할 비용 – 이혼, 배우자에게 진 심리적 빚, 가정 불화로 인해 아이가 느낄 고통, 사회적 평판 추락 등등 - 은 대개 근본적이고 영속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위의 고하 여부를 막론하고) 무모하게 불륜을 행한다. 동네 이웃, 회사 동료, 연예인, 스포츠 선수, 정치인, 그리고 심지어 한 국가의 대통령까지 말이다.


왜 일까? 왜 사람들은 이토록 불륜에 (위험 대비 보상이 형편없는) 끌리는 것일까? 불륜 때문에 엄청난 대가를 치른 수많은 사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오랜 시간 섹스리스 부부로 살던, 성감대가 둔감해진 사람이 왜 불륜 상대를 만났을 때는 즉각적으로 성욕이 생기는 것일까? 왜 불륜 상대에게서 느끼는 즉흥적인 성적 만족감을 결혼한 배우자에게서는 느끼기 어려운 것일까? 에로티즘은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조르주 바타유는 <에로티즘>에서 에로티즘은 금기를 위반하는 것이며, 이는 전적으로 인간다운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금기를 범할 때, 특히 금기가 우리의 마음을 아직 옭아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충동에 무릎을 꿇을 때, 금기의 진리는 우리에게 드러난다. 금기를 준수하고, 금기에 복종하면,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의식할 수 없다. 그러나 위반의 순간 우리는 고뇌를 느끼는데, 그것이 바로 원죄의 체험이다. 원죄의 체험은 완성된 위반, 성공한 위반으로 이어지고, 그 위반은 이제 금기를 유지하되 즐기기 위해 유지한다. 에로티즘의 내적 체험은 체험자에게 우리를 금기의 위반으로 안내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금기를 떠받쳐 주는 고뇌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발휘하도록 요구한다. 욕망과 두려움, 짙은 쾌락과 고뇌를 긴밀히 연결하는 그 감정은 종교적 감정과도 다르지 않다.”


에로티즘에 대한 조르주 바타유의 생각을 쉽게 풀어내자면 다음과 같다. 인간이 하는 섹스의 기저에는 수치심, 관능, 금기, 위반 등의 미묘한 에로티즘의 메커니즘이 작용하는데, 이때 에로틱한 섹스의 완성은 바로 금기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동물들의 섹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원숭이는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섹스하며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원숭이 사회에서는 성적 금기가 없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는 온갖 성적 금기가 - 근친상간, 혼외정사, 스와핑 등 - 존재한다. 사람들이 너무나 빈번하게 위반하는 성적 금기 중 하나는 바로 배우자가 아닌 상대와 불륜 관계를 맺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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