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모리, 일부일처제의 대안

섹스와 결혼의 충돌 #5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공 덕훈은 인아와 사랑에 빠진다. 인아와 결혼한 뒤 행복한 삶을 살던 덕훈은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사실 인아가 교제하는 남자 친구가 있으며 그와 결혼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냐는 덕훈의 물음에 인아는 천진한 얼굴로 답한다. 자신은 두 사람 모두를 사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두 사람과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고 말이다. 덕훈은 인아의 황당한 반응에 격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새로운 관계에 적응한다. 인아는 덕훈과 남자 친구 재경의 집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다가 결국 아이까지 낳는다. 덕훈과 재경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아이에 무한한 애정을 느끼며 공동으로 육아를 한다. 재경을 증오하던 덕훈은 그에게 묘한 동지애를 느끼며 조금씩 그를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새로운 방식의 사랑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덕훈, 인아, 재경은 폴리아모리를 하고 있다. 폴리아모리는 ‘많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Poly와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Amor에서 따온 합성어로 파트너와의 관계를 독점하지 않는 사랑을 뜻한다. 폴리아모리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 비 (Vee, 한 명을 사랑하는 두 명의 파트너), 트라이어드 (Triad, 세 명의 파트너들이 서로 사랑), 폴리 피델리티 (Polyfidelity, 세 명 이상의 파트너들이 함께 살며 주거, 육아 등의 역할을 공동으로 수행) – 폴리아모리의 공통적인 본질은 비독점적 다자간 사랑이다. 폴리아모리와 대조되는 개념인 모노아모리는 파트너를 배타적으로 독점하는 관계를 뜻한다. 오늘날 우리는 모노아모리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사랑학 개론>의 저자이자 철학 교수인 캐리 젠킨스는 실제로 영화 속 인아와 같은 삶을 사는 여성이다. 폴리아모리스트인 그녀는 두 명의 남자를 사랑하며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남자 친구의 아파트를 나와서 남편과 같이 사는 우리 집으로 걸어가는 아침이면, 내가 사는 이 시대와 장소에서 흔히들 이해하는 로맨틱한 사랑의 방식과 나 자신의 로맨틱한 사랑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에 대해 이따금 생각에 빠지곤 한다. (중략) 만약 로맨틱한 사랑이 꼭 일대일의 단혼제적 관계여야 한다면, 내가 나의 두 파트너 모두에게 당신과 사랑에 빠졌어 라고 말할 때 나는 일종의 실수를 저지르는 셈이다. 나는 거짓말하고 있지 않다. 정말이지 나는 최대한 정직하려고 애쓰고 있으니까. 그러나 만약 로맨틱한 사랑이 일대일 관계를 욕한다면, 아무리 좋은 의미라고 한들 내가 그 순간에 하는 말은 엄밀히 말해 진실이 아니다.”


폴리아모리스트가 항상 여러 명의 파트너를 두고 난잡한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폴리아모리스트가 추구하는 핵심은 파트너와의 관계를 독점하지 않고 파트너에 대한 강박적인 소유욕과 질투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폴리아모리만이 옳은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하고 있는 모노아모리가 극복해야 할 낡은 인습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폴리아모리스트들은 단지 사회가 정한 일부일처제 규범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솔직하게 행동할 뿐이다.


어떤 이는 폴리아모리를 불륜 및 스와핑과 동일시하며 폴리아모리스트들을 힐난한다. 그러나 폴리아모리는 불륜 및 스와핑과는 구분되는 독특한 구석이 있다. 가령, 폴리아모리가 불륜과 다른 점은 파트너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리고 교제에 동의를 구한다는 것이다. 폴리아모리의 전제 조건은 파트너 간 규칙과 합의이다. 또한, 성적 쾌락만을 위해 다양한 파트너들과 섹스를 공유하는 스와핑과는 달리, 폴리아모리는 파트너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폴리아모리스트들도 파트너와 섹스를 공유할 순 있지만, 육체적 쾌락은 파트너 간의 신뢰, 감정의 합일 등과 같은 정신적 요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수적이다.


폴리아모리스트들은 극단적으로 솔직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파트너에게 거짓말을 하고 불륜과 같은 성적 위선을 행하는 것에 구역질을 느낀다. 본능을 억제하는 것보다 스스로 질투라는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일부일처제라는 견고한 사회적 규범에 맞서 반항한다. 온갖 욕설을 뒤집어쓰면서 말이다. 보수적인 사회에 사는 사람이 자신이 폴리아모리스트임을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창녀, 걸레, 잡년, 변태 등의 비난을 듣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남성 대비 여성 폴리아모리스트에 대한 적개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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