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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Apr 04. 2020

찰스 부코스키의 글에는 불꽃이 튄다

도서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를 읽고

내가 찰스 부코스키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영화 <삶의 가장자리>를 통해서이다. 소설 <Factotum 잡역부>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에는 작가 찰스 부코스키의 분신 헨리 치나스키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싸구려 바와 육체노동 현장을 전전하며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치근덕거리는 헨리 치나스키. 망나니 같은 그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술, 여자, 폭력, 경마이다. 그런 헨리 치나스키에게도 꿈이 있는데 바로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출신이 변변치 않은 그의 원고를 출판해 줄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반복되는 거절에도 불구하고 헨리 치나스키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결국 원하는 바를 성취한다. 이 영화로부터 상당한 영감을 받은 나는 찰스 부코스키라는 인물이 궁금해졌고 그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찰스 부코스키의 삶은 실로 굴곡이 많았다. 20대에 대학을 자퇴한 그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가 발표한 첫 단편은 주목받지 못했고, 그 후 그의 원고는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하며 빛을 보지 못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그는 생계를 위해 힘겨운 노동을 해야 했다. 잡역부, 트럭 운전사, 도살장을 전전하던 그는 우체국에 취직해 10년 넘는 기간 동안 우체국에서 일하며 글을 썼다. 


찰스 부코스키가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그의 나이 50세 무렵이다. 불같은 성격이던 그는 우체국에서 단순 사무 보조일을 하며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에 환멸감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러던 중, 어느 출판사에서 전업 작가가 되면 고료를 꾸준히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우체국에서 받던 월급 대비 형편없는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찰스 부코스키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때 내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우체국에 남아 미쳐 가느냐, 아니면 그곳을 빠져나와 작가로 살면서 굶주리느냐. 나는 굶주리는 쪽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찰스 부코스키의 매력에 열광했다. 찰스 부코스키는 언더그라운드의 제왕, 하층민의 시인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작가로서 크게 성공했다. 찰스 부코스키 특유의 '날 것'과 같은 문체는 (원색적인 욕설뿐 아니라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도 거침없이 나온다) 다른 작가들과 그를 차별화하는 포인트였다. 실제로 찰스 부코스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이글거리는 용광로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다른 작가들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찰스 부코스키의 글에는 불꽃이 튄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포효, '껍데기'들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분노, 유순한 작가들에 대한 경멸과 같은 것들이 여과되지 않은 상태로 그의 글에 녹아들어 있다.  


나는 어제 <죽음을 주머니 넣고> 란 찰스 부코스키의 책을 구매한 뒤 오늘 단숨에 전부 읽었다. 이 책은 70세를 넘기고 백혈병 진단을 받은 그가 죽음을 앞두고 쓴 일기를 모아 사후에 출간한 것이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죽음아 x 까라!"하고 찰스 부코스키가 부르짖는 것 같은데,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죽음도) 글쓰기에 대한 그의 의지를 막을 수 없다. 그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무엇도 한 인간의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그 인간 스스로 멈춘다면 몰라도. 한 인간이 진실로 글을 쓰길 원한다면 그는 결국 쓸 거다. 거절과 조롱은 그를 강하게 만들 따름이다. 그리고 오래 막으면 막을수록 그는 더 강해질 거다. 엄청나게 불어나 댐을 무너뜨리는 격류처럼. 글을 써서 손해 볼 건 없다. 글쓰기 덕분에 우린 자는 사이에 뭔가를 되찾을 거고, 글쓰기 덕분에 우린 호랑이처럼 늠름하게 활보하게 될 것이며, 그 덕분에 우린 눈에 불꽃이 튀고 또 죽음을 똑바로 대면하게 될 거다. 우린 투사로서 죽음을 맞이하고, 지옥에서 경배받을 거다."


위대한 작가들은 죽지 않는다. 그들은 불멸하는 글로써 후세에 말을 건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를 읽고 나는 찰스 부코스키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자유인 조르바와 같은 인물이 실재한다니! (게다가 글도 잘 쓴다) 그의 다른 책들도 몇 권 더 주문했는데 너무 기대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나의 영웅들에게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간다. 


마지막으로, 찰스 부코스키는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Don`t try (애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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