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사랑과 결혼 #5
책 <결혼의 종말>이 다음 달에 출간됩니다. 이 글은 기존에 브런치 매거진에 쓴 원고 이외에 책에 추가할 예정인 내용입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사랑과 인생을 대하는 가치관이 다른 네 남녀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사랑과 인생을 가볍게 대하는 진영과 무겁게 대하는 진영으로 양분된다. 우선, 외과의사 토마시는 가벼움의 진영에 속한다. 이혼 경력이 있는 토마시는 누구와도 깊게 연결되지 않은 홀가분한 독신 상태를 만끽한다. 토마시에게 있어서 연애와 결혼은 구속을 뜻한다. 깃털같이 가벼운 관계만을 지향하는 토마시는 여자들이 은밀하게 감추고 있는 '백만분의 일의 상이성 (고유한 성적 매력 및 성적 취향)'을 메스로 벗겨내는 일을 즐기는 열성적인 탐구자다. 가급적 많은 백만분의 일의 상이성을 발견하기 위해, 토마시는 수많은 여성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사랑을 탐닉한다.
그런 토마시의 인생에 어느 날 테레자가 등장한다. 시골 술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테레자는 무거움의 진영에 속한다. 테레자는 우연히 술집에 들른 토마시에 호감을 느끼고, 이 둘 사이에 일어난 몇 번의 우연한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서 그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지긋지긋한 집구석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테레자는 대뜸 짐을 챙겨 프라하로 토마시를 만나러 간다. 테레자가 토마시의 집에 방문했을 때,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안나 카레니나>는 지적 교양을 상징하는 그녀의 유일한 밑천이자 토마시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다. 테레자는 토마시와 연애하고 결혼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지독한 여성편력으로 괴로워한다.
한편, 토마시에게는 사비나라는 애인이 있는데 그녀 역시 가벼움의 진영에 속한다. 토마시는 연인으로서 책임이 면책된 이성과의 관계를 '에로틱한 우정'이라고 칭하는데 토마시와 사비나는 오랜 시간 에로틱한 우정 관계를 유지한다. 사비나는 토마시의 애인 테레자를 만날 때도 별다른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사비나는 테레자와 스스럼없이 지내는데, 연애와 결혼을 구속이요, 섹스와 사랑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점이 토마시와 닮았다. 사비나는 토마스와 마찬가지로 속박을 싫어하고 가벼운 관계만을 추구한다. 자유분방한 성향의 예술가인 사비나에게 있어서 정착은 곧 죽음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장소든 간에 사비나는 한 곳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녀는 에로틱한 우정 관계라고 생각했던 프란츠가 좀 더 진지한 관계를 요구하자, 그를 두고 멀리 미국으로 떠나 버린다.
사비나에게 버림받은 프란츠는 무거움을 상징한다. 샌님 같은 대학교수인 그는 매력이 톡톡 튀는 사비나에게 강한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프란츠는 사비나와 에로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그는 사비나와 정식으로 교제하기 위해 이혼을 결심한다. 프란츠는 자신이 가정까지 버리고 사비나에게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밝히면 그녀가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프란츠의 착각이었다. 사비나는 프란츠가 선을 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그로부터 도망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자. 내가 소설 속 네 남녀를 통해 주지하고자 하는 것은, 가벼움의 진영에 속하는 토마시와 사비나의 사랑 방식이 오늘날 현대인들의 그것과 유사한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토마시와 사비나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수많은 이성을 만난다. 사랑을 가볍게 여기는 토마시와 사비나에게는 관계의 맺고 끊음이 무척이나 쉽다. 왜냐하면 토마시와 사비나는 애초에 이성을 만날 때, 연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하지 않고 상대방도 그들로부터 각별한 헌신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사 파람과 계약을 맺고 <결혼의 종말>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책의 일부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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