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하나의 인격체를 형성하는 밑거름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남성의 경우, 내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와 취향은 대체로 다음으로 수렴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남성의 관심사와 취향
- 자동차
- 골프
- 부동산 재테크
- 게임
- 국내 정치
- 연애
- 결혼
- 육아
동일한 카테고리에 위치한 사람으로서, 위에 나열된 것들 대부분이 나의 관심사와 취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당혹스럽다. 나는 골프나 게임을 하지 않고 자동차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부동산 재테크에도 별 관심이 없다. 정치의 전반적인 메커니즘에 관심이 있고 응원하는 정치인도 있지만, 소모적인 편 가르기와 탁상공론에는 대체로 많은 관심을 쏟지 않는다.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하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 결혼이 삶의 최우선순위가 아닐 뿐더러 억지로 인연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없다. 주변에서는 사내 놈이 이 나이에 자동차도 없냐는 식으로 핀잔을 주거나, 나중에 큰 일 하려면 골프를 미리 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조언을 해주거나, 지금 장가안가면 나중에 홀애비 신세가 된다고 겁을 주기도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나는 타인의 것을 억지로 내 것인양 흉내내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나의 현재 관심사와 취향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음과 같다.
나의 관심사와 취향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남성)
- 책
- 영화
- 여행
- 술
- 전시회
- 산책
- 세계 정세
- 금융 시장
- 하이 테크 (AI, 비트코인, 블록체인, 스마트 모빌리티, 바이오 테크 등등)
적어 놓고 보니 다행인 지 불행인 지 나의 취향은 대부분 큰 돈 들이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책과 영화는 별다른 일이 있지 않는 이상 거의 매일 하는, 나의 삶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것들이다. 아, 영화를 볼 때 맥주, 와인, 막걸리 등을 (최근에는 와인잔에 막걸리를 따라 마셔봤는데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코라인 와인 막걸리!) 곁들이는 것을 보면 술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사람의 관심사와 취향을 묻곤 한다. 요즘 어떤 사안에 대해 관심있게 보고 있는 지, 주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는 지, 휴가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 등등. 이 때, 나와 동일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당신도 나와 비슷한 DNA를 가지고 있는 동족이군요"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나 책이나 영화에 대해서 취향이 일치한다고 느낄 때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해 한 없이 너그러워 진다. 한 가지의 취향이 맞는다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의 결점쯤은 눈감아 주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되어도 좋다고 적었는데, 나도 그렇다. <위대한 개츠비> 뿐 아니라 내가 애정하는 수 많은 책과 영화들이 있는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책과 영화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데미안>, <이방인>, <호밀밭의 파수꾼>, <그리스인 조르바>, <달과 6펜스>, <인간실격>,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사피엔스>, <소유냐 존재냐>, <매트릭스>, <죽은 시인의 사회>, <블레이드러너>, <박하사탕>,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녀>, <클로저> 등등), 이것들을 두 번 이상 본 사람들은 누구도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
취향은 하나의 인격체를 형성하는 밑거름이다. 고로 자기만의 취향을 갖는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주입된 타인의 취향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착각한다. 그들은 군중의 일원이 된 채 남들과 똑같아 지려고 한다. 유행을 좇아 군중의 사고방식, 행동 패턴, 습관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따라한다. 이러한 습성은 동물의 보호색과도 같다. 주변의 무리와 같아짐으로써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때, 군중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취향은 뭉개지고, 탈색되고, 희석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세태가 팽배하다.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입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것을 배우고, 같은 취미를 가지고, 같은 취향을 가지게 끔 '길들여'진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집단주의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기만의 취향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인격체로 거듭나기 위해 자기만의 취향을 가지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자기만의 취향이 무엇인 지 알아가는 최선의 방법은 일단 다양한 것들을 체험해보고 무엇이 자신한테 잘 맞는지를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불행한 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자기만의 취향은 타인에 의해 주입될 수 없다. 오로지 자신이 스스로 형성해 나가야 한다.
당신만의 취향은 무엇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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