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성장하는 웹툰

비주류에서 주류로 (당신의 주가 상승을 위하여#3)

저는 어렸을 적 무척 만화를 좋아했는데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매일 만화방에 들려 만화책 서너 권을 빌리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용돈이 떨어지면 친구가 빌린 만화책을 학교에서 같이 돌려보곤 했는데, 슬램덩크, 드래곤 볼, 원피스, 코난 등 일본 만화에서부터 키드갱, 열혈강호, 마계대전, 오디션 등 국내 만화까지 안 본 만화책이 없을 정도로 만화광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만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대부분 만화책방에 가서 빌리거나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서 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웹사이트 전용 만화, 즉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디바이스 (PC, 태블릿, 스마트폰)를 통해 볼 수 있는 웹툰이 급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만화방이나 주간 만화잡지 (소년 챔프 등)는 이제는 추억의 아이템이 돼버렸습니다.

챔프, 점프.jpg 이제는 추억의 아이템이 되버린 만화주간 잡지 (출처미상)
Korea webtoon history(한국콘텐츠진흥원).png 국내 웹툰 변천사 (출처: 한국 콘텐츠 진흥원)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웹툰이 처음 태동하기 시작할 때는, 웹툰은 비주류였습니다. 물론 소수의 마니아층이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웹툰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거나 혹은 큰 스토리를 엮어나가지 못하는 단편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아마추어 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일부 마니아층에게만 알려졌던 웹툰의 지위가 본격적으로격상된 것은 2003년 포털사이트들이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부터입니다. 말하자면 기존에는 개인 웹사이트 중심으로 업데이트가 되던 작가들의 웹툰들이 이제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엄연한 서비스로 자리 잡은 것이죠. 대표적으로 다음에서는 다음 만화 속 세상이라는 서비스를 오픈했고, 강풀의 순정만화 웹툰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웹툰 대중화의 기폭제가 됩니다. 저도 순정만화 웹툰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데, 기존에 10컷 이내의 단편적인 스토리 위주였던 웹툰 시장의 한계를 넘어 장편 웹툰으로서 성공한 최초의 웹툰이 바로 순정만화입니다.

강풀 순정만화.jpg 웹툰 대중화의 기폭제가 된 강풀의 순정만화 1화 (출처: 카카오)


강풀의 성공을 계기로 아마추어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웹툰에 대한 인식도 변하게 됐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웹툰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특히나, 인기 웹툰의 경우 연극,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되면서 웹툰이 문화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치즈인더트랩 (최고 시청률 7.1%), 미생 (최고 시청률 7.4%), 내부자들 (920만 영화 관객), 은밀하게 위대하게 (700만 영화 관객), 이끼 (340만 영화 관객), 이웃사람 (240만 영화 관객), 그대를 사랑합니다 (150만 영화 관객) 등 모두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영화이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jpg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은밀하게 위대하게 (출처미상)

국내 웹툰 시장은 약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율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웹툰의 성장과 더불어 웹툰 작가들의 인지도도 연예인처럼 높아졌는데 이제는 웹툰 작가들을 공중파 방송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게다가 이들의 수입 또한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는데 네이버가 2014년 웹툰 서비스 10주년 기념 때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가장 많은 월 수입을 올린 웹툰 작가가 7,800만 원이라고 하니, 연봉으로 환산하면 대략 9억으로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웹툰 작가의 수입은 크게 원고료, 저작권 수입 그리고 광고수입인데 과거에는 정말 최저임금도 안 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웹툰 작가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가 처우가 많이 개선된 상황이라고 하네요.

Korea webtoon (KT경제경영 연구소, 신한금융투자).png 국내 웹툰시장 규모추이 (출처: KT경제 경영 연구소)
무한도전 웹툰작가 (MBC).jpg 대한민국 간판예능 무한도전에 출연한 웹툰작가들 (출처: MBC)


물론 웹툰 시장이 무조건 장미빛인것만은 아닙니다. 웹툰 작가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진입자들이 많아지며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작품을 하나 히트 쳤다고 해도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웹툰 작가로서 늘 안고 가야 하는 고민입니다. 게다가 해외 시장에 웹툰 및 관련 콘텐츠를 수출하는 것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박을 꿈꾸며 태블릿에 원고를 그리고 있을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많을 것이며, 저는 이러한 분들이 종이책에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 지망생들보다는 훨씬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내용의 만화를 올리더라도 웹툰으로 올리면 실시간으로 수 많은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 만화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네이버나 다음같은 포털사이트에서도 아마추어 작가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고하니 본인의 콘텐츠에 자신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때, 국내 만화 업계는 침몰하는 배였습니다. 영화, 스포츠와는 달리 만화는 싸구려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고, 기성세대의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 양질의 일본 만화들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불법 스캔 만화가 버젓이 유포되면서 국내 만화업계는 쪼그라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마니아들만 향유하던 웹툰이 포털로, 연극으로, 영화로, 드라마, 게임, 캐릭터 산업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인기 웹툰 작가들은 상대가치의 중요성 f (성장성, 대체 가능성, 브랜드)을 이해하고 비약적인 주가의 상승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성장하는 산업에 있으며, 자신의 이름 (혹은 작가명)을 걸고 자신만의 그림체로 만화를 그리는 대체 불가능한 창작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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