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당신의 주가 상승을 위하여#4)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해리포터를 책이나 영화로 한 번쯤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 억 권을 팔아치운 베스트셀러 해리포터는 마법학교라는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으며 해리포터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덕분에 저자인 조앤 롤링은 순식간에 억만장자가 됐고 꽤나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이렇게 화려해 보이는 그녀도 한때는 근근이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가난하게 살았던 이혼녀였는데, 이렇게 어두웠던 과거가 지금 그녀의 성공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6년 8월-10월 동안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입니다. 19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효명세자를 비롯한 주변 청춘들의 궁중 로맨스 이야기를 멋지게 풀어낸 이 드라마는 주연인 박보검 씨의 인기와 탄탄한 스토리 및 연출로 히트를 쳤고 덩달아 원작 소설의 인기 또한 치솟아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원작 소설의 작가 윤이수 씨가 웹사이트에 이 소설을 올리게 된 계기는 출산 직후 느낀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육아에 전념하기로 남편과 약속했기 때문에 애를 업고 잠을 줄여가며 몰래 글을 썼다고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이 성공한 이후 윤이수 작가는 한 달 수입이 남들 연봉 정도 된다고 밝혀 주위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물론 글을 써서 이 분들처럼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는 글쓰기가 평범한 사람의 상대가치 및 주가를 높이는데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2016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 과중한 업무 및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감으로 인해 저는 신년 계획을 세우며 제 “주가”를 높이는 방법을 골몰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직장인이 택하는 방법은 대개 다음과 같습니다.
- 스펙을 높이기 위해 자격증 및 언어 공부를 한다
- 공무원 혹은 전문직이 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한다
- 가방끈을 늘리기 위해 대학원 혹은 MBA에 진학한다
-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
- 참고 우직하게 회사를 다닌다
참고로 제가 속한 금융업의 경우, 경력이 오래되지 않은 20-30대 초반까지는 MBA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MBA에서 금융 경력이 있는 지원자들을 좋아할뿐더러, 결국 MBA를 이수한 후 본인이 익숙한 금융업에 발을 들이는 것이 상당한 금액이 소요되는 MBA 비용을 뽑아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면서 그들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MBA가 가지는 학교 인맥들, 가방끈 늘리기 등의 훌륭한 장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게 제 주가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점점 고학력자들의 수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MBA 졸업장을 딴다고 해도 상대가치를 결정짓는 요소 f (성장성, 대체 가능성, 브랜드) 중 특별히 어느 하나를 충족시키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금융업에 일하다 보면 Top MBA를 다녀온 사람들,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사람들, CPA, CFA 같은 굵직한 자격증이 있는 똑똑한 분들이 정말 발에 차이게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금융업이 성장하기 힘든 것과 더불어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 이처럼 스펙을 돋보이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저를 대체 불가능한 혹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순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무엇을 해야 할지 진중히 고민하던 차에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애널리스트로서 투자자들을 위하여 글을 쓰고 있지만 내 독자들은 현재 일부 기관투자가들에 한정돼있는데, 내 독자층을 더 넓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작된 호기심에 서점을 가서 자기계발 및 경제, 경영 책들을 쭉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인이나, 교수, 오지여행가 등 특출난 이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아닌 수많은 “평범했던” 사람들이 책을 낸 것을 발견했고 저도 어쩌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평범했던” 저자들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글을 씀으로써 어떻게 자신들의 삶이 바뀌었는지를 풀어낸 책들을 보면서 글쓰기야 말로 f (성장성, 대체 가능성, 브랜드)를 충족시키며 제 자신의 상대가치 및 주가를 높일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글쓰기는 막대한 자본금을 들여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창업이 아니기에 충분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널리스트로서 본업이 글을 쓰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동안 계량화되고 분석적인, 그리고 틀이 정해져 있는 글을 쓰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원고에 자유로운 방식으로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서점에 가서 많은 책들을 읽고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들을 찾으며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주말마다 시간을 쪼개가며 틈틈이 원고를 채워나갔는데 돌이켜 보면 힘들긴 했지만 그 시간을 무척이나 즐겼던 것 같습니다. 다행인 것은 원고를 어느 정도 완성한 후 투고한 일부 출판사들에게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책을 출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부분이 향후 책이 출간된다면 “책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라는 표현으로 바뀌기를 바랍니다) 지난 1년간 고생했던 것들이 떠올라 감개무량하더군요.
물론, 제가 조앤 롤링이나 윤이수 작가 같은 스타작가가 될 확률은 낮은 편입니다. 아니 엄청나게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번뜩이는 상상력이나 달달한 로맨스를 풀어내는 재주는 없으니까요. 다만 제가 관심이 있고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쓸 뿐이고 소수라도 제 글을 보고 공감을 해주시면 그걸로 만족할 따름입니다. 아마 책이 출간된다 하더라도, 서점의 구석에 꽂혀 허리를 잔뜩 굽혀야만 찾을 수 있는 먼지 쌓인 비주류 섹션에 덩그러니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글쓰기가 평범한 사람들의 상대가치 및 주가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 굳게 믿으며, 사람들에게 글 쓰는 것을 시작해 볼 것을 권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글쓰기는 무자본으로 할 수 있는 저 위험 비즈니스이다.
- 글쓰기는 저자 자신을 이해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 글쓰기는 저자의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준다
- 자신이 쓸 주제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므로 잡지식이 많아져서 이성한테 유식한 척하기 좋다.
“요새는 뇌섹 남녀의 시대입니다. 갈수록 제 짝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이성한테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지식을 쌓고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글쓰기를 배우는 것인데, 수업을 듣고 책을 출간하면 당신의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은 곳은 XXX인데 정말 효과가 좋습니다”라고 말하면 진부한 스팸메일과 다를게 하나도 없겠죠. 모든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경우도 많기에 물론 글쓰기가 모두에게 통용되는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부추기며 글쓰기 관련 강좌를 통해 돈벌이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다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낸다는 것은 분명 어떠한 학위나 자격증보다도 당신의 상대가치를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써서 성공한 보통 사람들의 스토리는 서점에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눈부신 성공담은 그분들에게 바통을 넘기며 이번 장에서는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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