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전문직만이 답일까 (당신의 주가 상승을 위하여 #5)
여러분들은 서울대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수많은 수험생들이 꿈꾸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대학교이자 공부에 도가 튼 학생들이 다니는 곳. 입학 경쟁이 무척이나 치열하기 때문에,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할 때도 서울대를 나왔다고 하면 일단 꽤 인정해주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는 각종 정부 관료, 기업, 학계, 법조계, 금융계 등의 수뇌부는 단연 서울대 출신들이 공고히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지나친 학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실제로 많은 서울대 졸업생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을 보면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단, 서울대 출신 엘리트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들을 보면 정치는 예외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나 공부에 일가견이 있는 서울대 학생들은 고시를 한 번쯤 생각해보곤 하는데, 과거에나 지금이나 서울대는 가장 많은 고시 합격자를 배출합니다. 덕분에 신림동은 1975년에 서울대가 근처로 이전하면서 많은 고시생들이 모였고 오늘날 고시촌의 상징이 되었죠.
저도 수험생일 때 “샤” 서울대 로고가 그려진 노트를 사서 공부에 의지를 불태웠던 것이 생각나는데 아쉽게도 공부머리가 그다지 비상하지 않아 입학에는 실패했지만, 다행히 대학시절 서울대 학생들에 버금가는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금융업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대학뿐 아니라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많났는데, 이렇게 소위 말하는 빵빵한 학력을 갖춘 사람들과 지내면서 느낀 점은 공부머리와 본인의 그릇이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런 생각은 특히나 국내 명문대학생들을 보면서 많이 느끼는데, 아마도 한국에 만연한 주입식 교육이 학생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제가 실제로 지인과 대화를 나눈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참고로 지인 A는 국내에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명문고 명문대를 나온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재원입니다.
A: 나는 요즘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
필자: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맘에 들지 않니.
A: 응. 이전 직장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이직을 했는데도 똑같은 거 같아. 역시 어른들 말대로 공무원이나 전문대학원을 갔어야 됐어. 지금이라도 로스쿨을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
필자: 네가 지금 현실이 싫어서 도피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정말 법조인이 되고 싶은 거야? 만약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거라면, 성급히 결정하지 말고 시간을 천천히 가지면서 네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는 건 어때?
A: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내 인생을 코치해주는 학원이 있었으면 좋겠어. 이제까지 학원 다니면서 남들이 시키는 것 잘해서 늘 우등생이었는데, 그래서 보란 듯이 좋은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거든. 그런데 나는 성인이 되고 지겨운 수험생활 끝에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었는데, 아무도 내게 뭘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불안해. 나는 사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누군가 나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면 거기에 올인하고 싶어. 그래도 학교 다닐 때부터 공부는 줄곧 잘했었으니까, 로스쿨도 고시촌 가서 바짝 1년 붙잡고 하면 되지 않을까? 내 주변 친구들도 로스쿨 많이 가던데. 어쨌든 변호사는 좋은 직업이니까.
어때요 A의 고민이 익숙한가요? 저는 사실 당시 A와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을 코치해주는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공부머리가 결코 그 사람의 그릇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죠. 제가 주위 명문대 나온 사람들과 이야기했을 때 A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많은 것을 보면, 위의 사례가 결코 특수한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본인이 공부머리는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으니 일단 시험을 치는 걸로 승부를 보자는 것이죠.
실제로 저는 인턴쉽 등의 기회를 통해 아직 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요새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직종이 무엇이냐고 종종 물어봅니다. 이들의 답변은 해당 산업의 흥망성쇠의 후행지표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장래가 밝아 보이는 직종에 똑똑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죠. 제가 파악하기로는 서울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명문 대학교 학생들은 평생직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일자리를 보전해줄 수 있는 것은 자격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명문대 학생들에게 소위 말하는 ‘사’ 자 전문직(변호사 및 의사가 제일 대표적이죠)에 대한 인기는 날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오죽하면 장학금을 줘가면서까지 국가에서 미래에 과학자들로 키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교육부에서 발 벗고 나서 영재과학고 학생들이 의대로 진학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저도 물론 학생 때는 그랬었지만 이렇게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느끼는 점은 직업선택에 있어서 학생들의 인기는 대부분 후행지표라는 점입니다. 즉 뒷북을 친다는 것이죠.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 자 직업조차 더 이상 장밋빛 전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가진 너무나 많은 인재들이 특정분야로만 몰린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보다 로스쿨 제도를 먼저 도입한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로스쿨 지원자 수는 감소하고 있고, 심지어 어느 미국 명문 로스쿨 교수는 “Fallinglaw schools (로스쿨은 끝났다)”라는 책까지 써가며 로스쿨 진학을 강력하게 재고할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그의 주된 논지는, 법조계의 인력 초과공급으로 인해 로스쿨 학생들이 빚을 지면서까지 비싼 학비를 냄에도 불구하고 과거와는 달리 졸업 후에 더 이상 예전만큼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수지타산이 안 맞기에 로스쿨 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XzztmU3Nsok
의사라고 다를까요? 실제로 한 조사에서 의사 현직자들에게 향후 전망에 대해서 물어보니 84%가 비관적이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정부의 의료비 인상 억제, 의사 수의 초과공급, 대형병원의 환자 독식화, 인공지능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의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데요. 어떤 분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여전히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면서 의사들이 엄살 부리는 거다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의대생들의 무지막지한 공부량과 스트레스, 비싼 학비, 그리고 무엇보다도 청춘을 바쳐 병원에서 쪽잠자가며 환자들을 돌보는 그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타 업종 대비 고소득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들이 현재 느끼는 불안과 불만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죽어라 고생해서 의사가 되면 봄날이 올 줄 알았는데, 이미 선배들이 누렸던 호황기는 지난 것 같고 막상 현실이 녹록지 않아 보여 불행을 느끼는 것이죠. 어쨌거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는 달리, 의사 업계도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한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를 포함한 수많은 명문대생들이 여전히 ‘사’ 자 직업을 얻기 위해 청춘을 반납하며 밤낮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교우들과 다른 행보를 걷는 조금 특이한 서울대생이 있습니다. 그는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 입학했고, 주변 친구들이 저런 ‘사’ 자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에 매진할 때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합니다. 바로 본인처럼 서울대생이 되는 것을 꿈꾸는 많은 수험생들에게 무료로 멘토링을 해주는 것인데요. 그의 콘텐츠가 제법 유명세를 타면서 어떤 유명 학원으로부터 10억에 사이트 주소를 넘기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합니다. 게다가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서 얼굴을 알리고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이 또한 거절합니다. 이 우직하지만 서울대생답지 않게 조금은 바보 같아 보이는 그의 이름은 강성태, 공신닷컴의 CEO입니다.
강성태 씨가 공신닷컴을 만들게 된 계기는 대학생활에 염증을 느끼면서부터 였습니다. 그는 이 악물고 공부해서 보란 듯이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꿈이 없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기를 거쳤다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계기로 ‘공부를 신나게’라는 교육 봉사 동아리를 만들게 됩니다. 지금은 공신이라는 뜻이 방송을 통해 공부의 신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 공신의 뜻은 ‘공부를 신나게’ 였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공신닷컴이 자신과 동생을 포함한 소수의 명문대 학생들이 멘토링을 해주는 작은 커뮤니티에 불과했는데,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여러 차례 방송 출연도 하면서 공신닷컴의 이름을 널리 알립니다. 공신닷컴은 현재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며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교육분야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스타 강사들과는 달리 강성태 씨는 돈이 없어 세 끼 내내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도 있었다고 하네요. 그는 강연이나 아프리카 TV 같은 매체를 통해 많은 학생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국내를 넘어 인도네시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도 무료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기업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공신닷컴과 연도 없고 홍보를 사주받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만, 처음 공신닷컴과 강성태 씨의 스토리를 접했을 때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청년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인상 깊지만, 저는 오히려 서울대 출신이 이런 도전을 했다는 것에 더욱 감명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반적인 명문대 학생들의 사고방식은 본인의 장점인 공부머리를 활용해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 (대개 ‘사’ 자 전문직이죠)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국내에서 서울대라는 학벌이 가지는 힘은 굉장하기 때문에 이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요.
비록 공신닷컴이 사회적 기업이기에 이윤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아 당장에는 배고플 수 있지만, 저는 강성태 씨의 주가가 향후 여타 일반적인 서울대생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를 것임을 확신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출산 흐름 속에 교육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보지는 않습니다만, 그는 상대가치의 요소 f (성장성, 대체 가능성, 브랜드) 중 공신닷컴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확보했습니다. 이전에 절대가치(역량)는 등수를 매길 수 있는 2차원적인 선형의 개념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기) 이기 때문에 “나”라는 1인 기업의 주가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즉, 아무리 서울대에서 수석졸업을 하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시험을 통과하거나 직장을 가졌다고 해도, 수석 졸업생은 매년 나오게 마련이며, 고시나 직장 동기들은 많게는 수 백 명까지 있기에 본인의 절대가치 (역량)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주가가 높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겠죠. 하지만 공신닷컴 같은 브랜드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확연한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강남의 유명학원이 공부의 고수 같은 유사 브랜드를 만들어 문제집을 만들거나 강의를 판다고 해도 원조 공신닷컴의 그것에는 비견할 수 없겠죠. 앞으로도 공신닷컴의 꾸준한 주가 상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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