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리스인 조르바를 꿈꾸며

프롤로그

여태껏 제가 여러 가지 기업 및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드리고자 했던 메시지를 짧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우리는 “나”라는 1인 기업의 CEO이다.


- 성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주가는 천차만별이다.


- 뉴 노멀 시대에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은 힘들다.


- 주가는 절대가치와 상대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 “나”라는 1인 기업의 절대가치 (역량) = Usefulness (유용성) x Effort(노력) –negative thought (부정적 생각)


- “나”라는 1인 기업의 상대가치= f (성장성, 대체 가능성, 브랜드)


- 절대가치는 2차원의 선형 개념이다. 즉,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기를 할 수 있기에 비약적인 주가 향상에 한계가 있다.


- 상대가치의 우위는 비약적인 주가 상승의 기회를 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절대가치의 향상 (소위 말하는 스펙업) 만을 추구하며 상대가치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위의 내용을 숙지하며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아마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이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내내 어떻게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할까라는 고민을 헀습니다. 어쩌면 저는 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하며, 이를테면 “나라는 1인 기업의 주가 향상을 위한 10가지 법칙” 같은 주제로 글을 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식의 글을 쓰는 건 “원금보장 및 최소 투자 수익률 30% 보장” 같이 달콤한 말로 투자자들을 속이는 사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개인마다 각자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처한 상황이 다른데, 모든 이에게~하면 성공한다라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점을 가서 자기계발서 코너를 가보면 ~해라, ~하는 법,~처럼 되기 등등 마치 대단한 성공의 비밀을 알려줄 것만 같은, 이 책을 읽으면 독자들의 인생이 바뀔 것이라며 구매욕을 자극하는 서적들이 많고 실제로 그런 책들이 불티나게 팔립니다. 과연 그것이 진리 불변의 성공법칙일까요? 그리고 정작 그런 이야기를 하는 저자들은 그런 방식으로 성공했을까요? 물론 어떤 내용은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성공법이고, 저자들도 책에서 소개한 방식으로 효과를 봤을 수는 있지만, 저는 이에 백 프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침에 빨리 일어나거나 간절히 본인의 비전을 꿈꾸고, 무한 긍정의 삶을 살며 청춘일 때 한 번쯤 아파봤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책을 썼고, 매스컴을 타고, 강의를 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했던 것이죠. 부디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는 것 같이 그들의 사례를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일반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저는 ~해라 같은 류의 주제넘은 훈수로 글을 마무리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자수성가한 청년 사업가나 뚜렷한 업적을 남긴 대단한 사람도 아니기에 그럴 자격도 없다고 생각을 하고요. 다만, 글을 읽는 분들에게 시종일관 제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우리의 가치가 저평가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프레임 밖에서 사고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상대가치 및 주가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성공이라는 트로피를 위해 같은 방향으로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 저는 한 때 그 지독한 레이스를 열심히 달렸던 사람이었지만, 직장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고 20대에 해고당할 뻔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남들보다 빨리 달리기 위해 경주마처럼 살아온 제 삶에 회의가 들었지만, 한편으로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고 제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기침체가 비단 금융업계와 저에게만 벌어진 비극이 아닌, 우리 세대가 겪고 있고 앞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다소 우울한 주제를 무거운 마음으로 전달했습니다. 게다가 여러 기업들의 주식과 사람에 대한 사례들도 참고용일 뿐,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당신의 주가가 대박 나는 비법’따위의 지침도 없음을 고백합니다. 특별한 해법을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미안합니다만 사기꾼이 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당신의 삶은 노오오력을 하지 않아서 늘 그대로인 것이며 이 성공 비법을 실천하면 인생이 180도 바뀔 수 있습니다’라며 동기부여 콘텐츠를 파는 것은 원금 및 투자수익보장이라는 달콤한 말로 투자자들을 호도한 어느 청담동 장외 주식 사기꾼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있습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인데요. 애널리스트가 기업을 분석하고 적정주가를 산정하기 위해 재무제표나 밸류에이션 같은 금융지표들을 보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기업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라고 서두에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도 “나”라는 1인 기업의 CEO로서, 주가를 향상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부모, 학교, 사회에 의해 인생 마라톤에 떠밀린 채 깊이있는 자기 성찰없이 이 길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세뇌받으며 달리고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부디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본인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곰곰이 고민해보라는 것입니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이 어떤 것인지 (명예, 돈, 여가시간, 성취감 등),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맞는 길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말이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 후에나 본인의 인생 계획을 세우고 주가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고민해 볼 수 있을 터인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 첫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관성에 의해 기계처럼 인생 마라톤을 달립니다. 불편한 마음으로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지만 행여나 남들보다 뒤처져 루저라는 딱지가 붙으면 어쩌나 전전긍긍해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달리다 보면 언젠가 저 언덕 너머에 성공이라는 트로피로 보상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죠.


우리는 모두 고유의 색깔과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나”라는 1인 기업의 CEO이지만 대부분은 아직 갓 상장한 신생기업에 불과합니다. 이 기업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서 블루칩이 될지, 아니면 하락을 거듭하고 종국에는 상장폐지될지는 전적으로 CEO인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페이스북도 상장 초기에는 주가가 반토막이 나고 많은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며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모바일 광고의 강력한 수익화를 통해 주가는 강하게 반등하며 현재는 300조가 넘는 거대 IT기업이 됐죠. 이처럼 인생을 살다 보면 주가가 오르내리는 굴곡이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주가가 멋지게 반등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며,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회가 당신의 가치를 저평가하게 두지 마세요. 당신은 분명 그보다 뛰어난 가치를 지닌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책 ‘그리스 조르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첨부합니다. 조르바가 말한 것처럼 우리를 잡고 있는 줄을 자를 때만이 비약적인 주가 상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애널리스트가 들려주는 주식과 사람'매거진에 특화된 주제보다는 좀 더 불특정하고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

조르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를 거요. 내가 오기를 부렸다. 조르바의 말이 정통으로 내 상처를 건드려 놓았기 때문이었다.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모든 걸 도박에다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겐 좋은 머리가 있으니까 잘은 해나가겠지요.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에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두니까. 이러니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잡아 맬 뿐이지.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을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노란 카밀레 맛이지. 멀건 카밀레 차 말이오. 럼주 같은 맛이 아니오.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



이전 글 보기

https://brunch.co.kr/@finance1026/1

https://brunch.co.kr/@finance1026/5

https://brunch.co.kr/@finance1026/4

https://brunch.co.kr/@finance1026/11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금은 바보 같은 어느 서울대생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