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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챗 (Snapchat) vs. 페이스북 전쟁 승자는

2017년 Snap IPO를 앞두고

최근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SNS는 우리에게 친숙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아닙니다. 바로 실리콘 밸리의 가장 핫한 IT기업인 스냅의 모바일 앱 스냅챗 (Snapchat)인데요. 기존 SNS들과 가장 큰 차이는 주된 콘텐츠가 텍스트가 아닌 사진이나 동영상이라는 것과, 이것들이 앱에 저장되지 않고 10초 안에 사라지는 휘발성을 가졌다는 것이죠. 국내에는 그리 익숙한 앱은 아니지만, 실제로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국가들의 10대들은 자신들의 부모나 선생님 같은 어른들이 자신의 계정을 감시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더 이상 ‘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스냅챗의 주된 사용자는 모바일 다루는 것에 익숙한 10-20대이며 (흔히 밀레네얼 세대 Millennials라고 표현합니다), 스냅챗 유저들이 하루에 보는 비디오 게시물만 100억 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기존 SNS에서는 다른 유저들이 시시각각 나의 상태 및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신경을 쓴다면, 스냅챗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시물이 사라지기 때문에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이런 점이 젊은 층들에게 쿨하게 느껴져 성공적으로 어필을 했던 것이죠.


미국10-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잇는 스냅챗


Snapchat user demographics.png 스냅챗을 이용하는 주된 이용자는 10-20대 밀레니얼 세대

스냅챗의 출발은 스탠포드 대학의 한 수업에서 몇몇 학생들이 진행한 작은 프로젝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억 명이 넘는 많은 사용자를 거느린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을 했습니다. 특히 창업자이자 현재 스냅 (2016년 사명을 Snapchat에서 Snap으로 바꿨습니다) CEO인 에반 스피겔의 이력이 눈길을 끄는데, 90년생으로 아직 20대 중반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이지만 그는 2016년 포브스 추산, 21억 달러 (한화 약 2.5조)라는 막대한 부를 쌓으며 최연소 억만장자 타이틀을 거머쥐게 됩니다. 게다가 미모의 모델 미란다 커의 연하 남자 친구로 알려지며 뭇 남성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죠.


에반스피겔 미란다커.jpg 스냅의 CEO 에반스피겔과 미란다 커

놀라운 것은 스냅챗을 창업한 후 1-2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2013년, 에반스피겔은 당시 승승장구하고 있던 페이스북으로부터 30억 달러 (한화로 약 3.5조 원)라는 거금을 제의받았지만, 그는 이를 과감히 뿌리쳤다는 건데요. 기존에 잘 나가던 스타트업들이 페이스북이 제시하는 달콤한 금액에 넘어가, 페이스북 산하의 자회사가 된 것과는 달리 (페이스북은 2012년 인스타그램 10억 달러에 인수했고 2014년에는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했죠) 스냅챗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30억 달러라는 거금의 인수 제안을 거절할 수 있었냐는 미디어의 질문에, 에반 스피겔은 ‘세상에는 이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매우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단기적인 이익을 좇아 비즈니스를 파는 것은 내게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라며 초연한 모습을 보였죠. 심지어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에반 스피겔을 직접 만났을 당시,“페이스북은 수일 후에 스냅챗과 유사한 경쟁 앱을 출시할 것이다” (이것이 훗날 유저들에게 외면받은 Poke라는 앱입니다) 라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여기에도 굴복하지 않았으니 그의 결정이 얼마나 무모하고 용감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스냅챗은 여타 소셜미디어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유저들에게 무료로 서비스가 제공 되지만 주 된 매출원은 광고주들입니다. 특히나 향후 소비의 주축이 될 젊은 세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스냅챗은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스냅의 매출 규모는 2016년 기준 연간 4천억 수준(3억 7천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아, 유명 벤처캐피털뿐만 아니라 알리바바, 야후, 텐센트 같은 유수의 IT기업들에게도 투자를 이끌어내 2016년 중반 기준 200억 달러 가까이 기업가치평가를 받으며 3년 전 페이스북의 30억 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이 옳았음을 증명했습니다. 게다가 2017년에는 IPO를 준비하고 있는데, 월스트리트 뱅커들은 스냅챗의 가치가 25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며 과연 스냅챗이 next Facebook이 될 것인지에 대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참고로 닷컴 버블을 이끌었던 야후도 350억 달러 (매출 5-6조), 페이스북 다음의 소셜미디어 트위터는 100억 달러 (매출 3조), 국내 최대의 인터넷의 기업 네이버도 200억 달러 수준의 시가총액 (매출 4조)을 형성하고 있으니 스냅챗의 예상 주가는 경쟁 동종업체 대비 영세한 매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프리미엄 수준에서 평가받고 있습니다.

Snapchat Tacobell.jpg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스냅챗 타코벨 광고
동종업체대비 프리미엄에 평가되는 스냅챗 가치

재미있는 것은 한 때 인수에 실패했던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최대 경쟁자로 여기며 견제한다는 것인데요. 당연히 스냅챗이 미국 10-20대들의 지지를 받으며 자신들의 영역을 넘보는 것이 페이스북으로서는 달가운 일은 아니겠죠. 일례로 2016년 11월 페이스북 실적 발표 당시 마크 주커버그는 다음과 같은 의미 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현재 SNS에서 유저들이 소통하는 대부분의 방식은 텍스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곧 카메라 (사진 및 비디오)가 유저들의 주된 소통방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2016년 하반기 들어 페이스북의 스냅챗 베끼기는 더욱 대담해지고 노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 스냅챗의 전매특허인 24시간 후에 콘텐츠가 사라지는 기능 “Stories”를 넣는다든지 페이스북 메신저에 스냅챗 특유의 카메라 필터 기능을 넣는 등 누가 봐도 명백한 베끼기를 하고 있는데 17억이라는 세계 최대 유저를 보유한 SNS 페이스북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특히나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 6억 명이 사용하고 페이스북 메신저는 10억 명이 사용하는 막강한 플랫폼이니만큼, 스냅챗의 2억 수준의 유저 수를 고려했을 때 흡사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가 연상이 됩니다.

Instagram vs. Snapchat.jpg 몹시 흡사한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의“Stories” 기능
Facebook messenger vs. Snapchat.jpg 페이스북 메신저의 스냅챗스러운 카메라 필터기능

때문에 CEO 에반 스피겔은 스냅챗 모바일 앱 하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2016년 9월에는 사명을 스냅 (Snap)으로 바꾸고 본인들의 정체성을 모바일 앱 회사가 아닌 카메라 회사로 규정지었죠. 그 후 스냅챗에 특화된 기능을 가진 선글라스인 스펙타클 (Spectacle)을 출시하고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 기업에 투자하는 등 광폭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IT괴짜들이나 쓸 거 같은 구글글래스와는 달리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 없을 정도로 맵시 있는 스냅챗 선글라스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죠. 실제로 스냅은 스펙타클을 팔기위해 불특정한 공간에 자판기를 설치하여 한정된 수량만을 팜으로써, 소비자들의 활발한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 기막힌 마케팅 수법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죠. 앞으로 스냅챗이 페이스북의 견제를 이겨내고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그리고 IPO 후 주가는 어떤 수준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Snapchat Spectacle.jpg 스냅챗이 출시한 선글라스 Spectacle



자판기에서 스펙타클을 사기위해 줄서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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