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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r 21. 2021

우리가 돈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도서 <돈의 심리학>을 읽고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부동산, 주식, 코인 할 것 없이 모든 자산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자산 투자를 선제적으로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현상을 뜻한다. 평소 재테크에 관심을 두지 않고 꼬박꼬박 은행 적금을 들었던 사람들은 우울감을 느낀다. 그들은 열심히 살았다. 가계부를 쓰고 지출 비용을 아끼고 월급을 꼬박꼬박 모았다. 그런데 코로나 19라는, 수 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이 발생했고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공격적으로 돈을 풀었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이 치솟고 화폐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투자를 하지 않고 착실히 월급을 모았던 사람들은 졸지에 벼락 거지가 되었다. 


사람들은 뒤늦게라도 자산 버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분주하다. 재테크 공부를 하고, 부동산 임장을 다니고, 주식, 코인 계좌를 연다. 더러는 운 좋게 투자 (내가 보기에, 주식이나 코인과 같은 유동 자산의 경우 대부분 투자가 아닌 단기 트레이딩이다)에 성공해 주변에 자랑을 한다. 혹은 무리하게 '영끌'을 해서 '빚투'한다. 요즘 상황이 심히 우려되는 것은, 평생 투자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시장에 신규 진입하고 위태로운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성공을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기 쉽다. 운이라는 중대한 요소를 간과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실패로 인해 좌절하고 영영 투자를 안 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 투자만큼 개인의 삶에 필수적이고 (우리는 커피를 맛있게 볶는 방법, 양자 역학, 르네상스 미술사에 대해 알지 못해도 먹고사는데 전혀 지장 없다. 그러나 투자에 무지한 대가는 파괴적이다. 평생 힘들게 축적한 자산이 증발하거나 한 순간에 벼락 거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필자처럼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변 지인들로부터 투자 문의를 종종 받는 편이다. 특히나 요새 같은 자산 상승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자주 하는 질문은 일반적으로 "그래서 뭐 사면돼?"인데, 나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왜냐하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몇만 원, 몇 십만 원짜리 물건을 구매할 때는 꼼꼼히 비교하고 각종 할인 정보를 챙겨보면서, 이보다 큰돈이 오가는 투자를 할 때는 스스로 학습하지 않은 채 타인의 의견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혹은 장기 투자를 하지 않고 카지노 게임을 하듯이 단기 트레이딩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금융문맹국 한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융문맹국 한국

얼마 전, 투자의 세계에 처음 입문한 지인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을 읽었다. 바로 모건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리스트로 일한 기자는 수 십 년간 금융투자 시장을 지켜보며 돈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금융투자의 핵심은 복잡한 금융기법이나 통계가 아니라 심리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심리학의 렌즈로 금융투자 시장을 바라보고 알맞게 행동할 때, 투자자들의 비이성적인 행태가 이해되고 '지속 가능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행운과 리스크, 복리와 저축의 중요성, 진짜 부자와 가짜 부자의 차이, 인간의 탐욕, 품격 있는 부의 정의, 부자로 남는 법 등을 논한다. 이 책은 얄팍한 재테크 서적이 아닌 작가의 인문학적 통찰이 돋보이는 경제/경영 에세이에 가깝다. 돈을 공부하기에 탁월한 책이다.


나는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에서도 불행한 사람을 많이 봤다. 반면에, 적은 것을 가지고도 남들보다 훨씬 행복한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나와 돈의 관계를 객관화시키려고 노력해 본다. 어쩌면 주객이 전도되어 내가 돈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순간'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돈을 얼마나 벌어야 만족할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돈의 심리학>은 이러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내린 돈에 대한 철학은 다음과 같다. 


<돈에 대한 철학>

-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거절 혹은 아웃 소싱하고,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준의 돈이 필요하다. 

- '충분한' 돈의 수준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따르다. 운 좋게 이것을 달성하고도 만족을 하지 못할 때, 탐욕이 영혼을 갉아먹는다.

- '충분한' 수준을 초과하는 돈이 생겼을 때, 그 돈을 이타적인 목적으로 쓰지 않는다면 결국 그 돈은 불행의 원흉이 된다.

- 투자는 평생 해야 하는 학습이자 놀이다.

- '지속 가능한 투자'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부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 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운이다. 다만, 개인이 운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들을 많이 파악하고 철저하게 이것들을 관리하는 것이 실패할 확률을 그나마 줄여준다. 

- 물건을 사는 것은 단기적인 기쁨을 주지만 경험을 사는 것은 장기적인 기쁨을 준다.

-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의 사랑, 우정, 유대감, 존경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이다. 결국 돈을 버는 궁극적인 이유는 이를 위해서이다.

- 타인과의 비교는 재앙이다

- 부자인 척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마음에 병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갈망하는 준거집단과 자신의 지위 사이의 간극을 과소비로 해소하려 하지만, 이 같은 애처로운 시도는 금세 티가 나는 법이다.

-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남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후자가 훨씬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저자가 자식들에게 해주는 금융 조언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을 많이 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네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네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비싼 물건을 소유하면서 얻는 기쁨은 금세 사라진다. 그러나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통근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일자리를 가진 기쁨은 질리지 않을 것이다. 넉넉한 저축이 있어 위기의 순간에 네가 적절한 시간과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면 이런 기쁨 또한 오래 지속될 것이다. 네가 원할 때, 네가 준비됐을 때 은퇴할 수 있는 기쁨 역시 대단할 것이다. 네가 모은 한 푼, 한 푼은 모두 남들 손에 맡겨질 수 있었던 네 미래 한 조각을 소유하는 것과 같단다. 우선순위가 뭐가 되었든지 말이다." 
- 돈의 심리학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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