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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y 09. 2021

추억에 대하여

영화 <시네마 천국>을 보고

어린 시절의 오후를 얼마나 더 기억하게 될까? 어떤 오후는 당신의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네다섯 번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보다 더 적을 수도 있겠지. 꽉 찬 보름달을 앞으로 얼마나 보게 될까? 어쩌면 스무 번, 모든 게 무한한 듯 보일지라도
- 영화 <마지막 사랑> 대사 - 


영화 <시네마 천국>은 이탈리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노모는 고향을 떠난 아들 토토를 그리워하며 슬픈 소식을 전한다. 토토의 멘토였던 알프레도 아저씨가 죽었음을. 한편, 토토는 자수성가하고 명성과 부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지만 별로 행복하지 않다.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토토는 3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토토는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 영화를 무척 좋아했던 장난꾸러기 소년 토토. 극장 관리인 알프레도는 토토의 친구가 되고 둘은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는다. 알프레도는 성년이 된 토토에게 고향을 떠나라고 조언한다. 도시로 나가 출세하라고.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말라고. 자기를 잊고 살라고.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불안하고, 공허하고,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며, 지금 잘 살고 있는지 판단이 잘 안 설 때가. 이럴 때 추억은 힘이 되어준다. 마들렌 향기처럼 추억을 자극하는 촉매제를 접하면, 우리는 시간여행을 하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깨닫는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사실 추억의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마땅한 주인공은 본인이 아니라 타인이다. 연락이 뜸하거나, 혹은 아예 끊겼거나,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 현생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추억에서만 접할 수 있는 그때 그 사람들, 과거에 영원히 박제되어 버린 사람들, 앞으로 다시는 보기 어려운 사람들. 추억의 인물들을 떠올릴 때마다, "옆에 있을 때 더 잘할걸"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그리운 것은 그대인지, 그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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