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돈의 교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중섭 Apr 02. 2022

부의 방정식은 곱셈의 법칙을 따른다

#4

여러분에게 X와 Y 두 사람의 인생을 소개하고 싶다. 우선 X의 인생을 살펴보자. X는 어릴 때부터 돈에 눈을 떴다. 할아버지의 식료품 가게에서 놀던 아이 X는 시장과 돈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X는 6살이 되던 해에 껌과 콜라를 팔아 돈을 버는 재미를 처음 느낀다. 10대가 된 X는 신문 배달을 통해 번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골프공, 핀볼 비즈니스 창업을 하는 등 돈에 관한 타고난 감각을 입증한다. X는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독서도 즐겼는데,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돈과 투자에 관한 책을 탐독했다.


20대 성인이 되자 X는 본격적으로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스승으로부터 가치 투자론을 전수받은 X는 장기투자와 복리의 마법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다. X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저렴한 가격의 우량주를 발굴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시시각각 출렁이는 시장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시만의 원칙을 지켰으며 오랜 인내 끝에 결실을 수확했다. 그 결과, 어릴 때 신문배달을 하며 푼 돈을 모으던 소년 X는 30대에 백만장자가 된다.  

 

X의 흥미진진한 인생 스토리는 30대부터 시작이다. X는 자신이 투자한 섬유회사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경영권을 장악한다. 섬유회사의 대주주가 된 X는 경영진을 교체하고 새롭게 보험업에 진출한다.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지 약 23년 만에 X는 섬유 비즈니스를 매각하고 회사의 본업을 보험업 중심의 금융 지주 회사로 개편한다. 이 회사는 훗날 글로벌 금융 산업에서 가장 시가 총액이 높은 회사가 된다.       


이쯤이면 여러분도 눈치챘을 것이다. X는 워렌 버핏이다. 워렌 버핏은 일찍이 돈에 관한 철학을 세웠고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다. 오늘날 워렌 버핏의 순 자산은 140조 원이 넘는다. 90세가 넘은 워렌 버핏은 여전히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며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편, Y의 인생을 살펴보자. Y는 전쟁이 상흔이 가시지 않은 가난한 국가에서 태어났다.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던 Y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창업을 한다. 섬유 수출업을 하던 Y는 일찍이 글로벌 시장에 눈을 떴고 내수 비즈니스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신흥 시장 개척에 주력한 Y는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 출장으로 보냈고 현지 임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냈다고 한다.


당시 Y가 살던 국가는 정부 주도하에 진취적으로 산업화의 페달을 밟고 있었다. OECD의 원조를 받던 가난한 국가는 어느새 중진국 면모를 갖추게 되었는데, 이때 Y를 비롯한 주요 기업가들은 정부와 결탁해 공고한 정경유착 카르텔을 형성한다. 작은 섬유 회사에서 출발한 Y는 금융, 건설, 중공업, 전자, 자동차, 호텔 부문에 진출하며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청년 Y가 창업한 스타트업은 어느새 자기 자본 조 단위 규모의 거대한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했던가. 영원할 것만 같던 Y의 황금기에 위기가 닥친다. Y가 속한 국가가 외환 위기를 겪으며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당시 Y는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일으켜 신사업과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었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Y는 그룹이 보유한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러나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Y가 경영하던 그룹은 막대한 채무를 떠안고 파산한다.


Y의 정체는 바로 대우 그룹의 창업주 고 (故) 김우중 회장이다. 한때 국가 산업 역군으로 추앙받으며 세계를 누비던 김우중 회장의 말년은 쓸쓸했다. 대우 그룹이 해체되자 김우중 회장은 해외를 전전하며 도피 생활을 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는 말이 있듯이, 그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노년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평생을 바쳐 세운 대우 제국의 몰락은 김우중 회장 개인에게는 분명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었을 것이다. 김우중 회장은 죽기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흔적을 남기고 싶다. 모두 사라질까 두렵다.”


워렌 버핏과 김우중 회장의 사례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다음과 같다. 부의 방정식은 곱셈의 법칙을 따른다. 다시 말해, 상황에 따라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방법은 각자 달랐지만 한 때 두 사람 모두 엄청난 규모의 부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지속적으로 부를 축적해 위대한 부자의 반열에 오른 반면, 나머지 한 사람은 파산했다. 무엇이 이토록 대조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일까? 부의 방정식에 제로 (0), 마이너스 (-) 변수가 출현했는지 여부에 따라 그들의 결과는 달라졌다.


부의 방정식을 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0이라는 돈이 기본값으로 있다고 생각해보자. 기본값에 변화를 주는 변수가 방정식에 등장하고 이에 따라 결괏값이 바뀐다. 결괏값은 부의 수준이다. 이때, 부의 방정식은 ‘10+2 (결괏값: 12)’, ‘10–2 (결괏값: 8)’ 따위와 같은 덧셈, 뺄셈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10x2 (결괏값: 20), ’ 10x0 (결괏값: 0)’, ‘10x-2 (결괏값: -20)’ 와 같은 곱셈의 법칙을 따른다. 변수의 특성에 따라 (+, 0, -) 전혀 다른 최종 결괏값이 도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워렌 버핏은 복리에 기반한 장기투자와 현명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통해 부의 방정식에 지속적으로 플러스 (+) 변수를 곱했다. 그 결과, 작은 시드머니로 시작한 워런 버핏의 자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고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인상적인 점은, 90세가 넘는 워렌 버핏 순 자산의 90%가 넘는 규모가 그의 나이 60세 이후에 축적된 부라는 것이다. 만약 워렌 버핏이 조급함을 느끼고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일으켰다가 투자에 크게 실패했거나, 감당할 수 없는 사업 손실을 보았다면 그는 오늘날 위대한 부자로 칭송받지 못했을 것이다.


===================================================================

사이다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 경이로움과 계약을 맺고 <어바웃머니>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바웃머니> 온라인 서점 링크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747913

예스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015854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9309656



아래는 책을 리뷰하는 제 유튜브 링크입니다.

귀차니즘으로 업데이트가 빈번하지는 않지만 수명이 긴 콘텐츠 위주로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o9KC93yBzA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는 유익한 사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