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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돈의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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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y 07. 2022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7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1974년에 <경제 성장이 인간의 운명을 개선시키는가? 몇 가지 실증적인 증거들>이라는 논문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1946년 1970년까지 19개 국가를 선정해 조사했고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해냈다. 첫째, 개별 국가 내에서 소득이 높은 개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다. 둘째, 소득이 높은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행복한 지는 불분명하다. 셋째, 미국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의 소득이 늘어났지만 이는 행복도와 양 (+)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논문은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개념을 낳으며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이스털린의 역설’은 특정 수준을 충족할 경우 돈과 행복이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 리처드 이스털린은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행복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사람들은 그들의 실제 상황과 준거집단 및 기준을 (그들의 이전, 그리고 현재의 사회적 경험에서 비롯된)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즉, 해당 연구의 함의는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지극히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상태는 오로지 (과거 자신이 처한 상황 및 자신이 준거집단으로 삼고 있는 기준) 상대적인 비교 조건이 충족되어 있을 때뿐이라는 것이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있어서, 대상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상대성이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가령, 세계 최고 부자 중 하나인 제프 베조스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우주여행을 가는 것을 보고 “부럽다. 왜 나는 저렇게 인생을 즐길 만한 돈이 없는 걸까.”라고 우울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주여행, 프라이빗 제트기, 수영장이 딸린 버버리 힐즈 고급 별장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최고급 럭셔리 라이프를 향유할 만한 돈이 없다고 불행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에 최상류 층이 향유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자신의 삶과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가 부러움을 느끼고 돈 때문에 우울해지는 순간은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고 사소한 것일 수 있다. 이를 테면,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사업 성공담을 이야기할 때, 직장 동료가 투자에 성공해 퇴사할 때, 이웃이 주거 비용이 더 높은 동네로 이사를 갈 때처럼 말이다. 이런 순간에 뇌는 우리로 하여금 ‘돈이 부족한 것은 아닌 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생각을 하도록 지시한다. 실질적인 ‘돈 문제’를 겪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준거집단과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돈 걱정’을 하도록 주문하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면 돈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는 말을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충분함’에 대한 정의가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고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충분함의 기준은 물론 상대적이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충족한 이후 자신이 동류라 여기는 (혹은 소속되고 싶어 하는) 준거 집단과 원만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정도가 충분한 수준의 돈이라 할 수 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빈국의 국민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 때문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혹은 불행을 느끼는) 많은 경우는, 자기 객관화의 오류에서 기인한 준거 집단 설정 실패 및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탐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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