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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돈의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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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Apr 23. 2022

진짜 부자 vs. 가짜 부자

#6


부자의 사전적 정의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이다. 재물이 많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통상적으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자를 부자라 칭한다. KB 금융 지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부자의 수는 39만 3천 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의 1%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최소 기준은 자산 100억 원이다. 또한, 부자들이 목표로 삼는 자산 형성 금액의 평균치는 111억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자산이 최소 100억 이상은 되어야 진정한 부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듯하다.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정의는 어떨까? <돈의 속성>의 저자이자 수 천억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김승호 회장은 부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부자의 기준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는 융자 없는 본인 소유의 집이고, 둘째는 한국 가구 월평균 소득 541만 1,383원을 넘는 비근로 소득이다. 강남에 수십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고 억대 연봉자라도 융자가 있고 본인이 일을 해서 버는 수입이 전부라면 부자라 말할 수 없다. 어떤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신체적 상해가 생겨도 살고 있는 집이 있고 평균 소득 이상의 수입이 보장된 사람이 부자다. 500만 원 이상의 비근로 소득이 있으려면 20억 원이 넘는 자산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투자되어 있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욕망 억제능력 소유자다.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려면 한 인간이 자기 삶의 주체적 주인이 되어야 한다. 부는 상대적 비교다. 50억을 가졌든 100억 원을 가졌든 스스로를 상대 비교하면 여전히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다. 100억 원을 가졌어도 200억 가진 사람 앞에 서면 초라하고 1,000억 원을 가진 사람에게 비굴해질 수 있다.


한편, 유럽의 버핏으로 불리는 위대한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부자를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백만장자를, 자기 자본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바로 행하는 데 있어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는 애써 일할 필요가 없으며 사장이나 고객에게 굽실거릴 필요도 없다. 또한 자기와 맞지 않는 것에 맞추어 가며 살아야 하는 불편함 없이 달리 자신의 호사스러움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진정한 백만장자이다. 어떤 사람은 살아가는 데 50만 달러가 필요하고, 또 어떤 사람은 500만 달러가 필요하다. 이것은 개인적인 성향과 그에게 주어진 의무 (예컨대 가족의 부양 의무 등)에 따라 다르다.”


우리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법이다. 이는 부자를 정의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100억을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며 불행을 느끼고, 시간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며, 충만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를 부자로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그보다 훨씬 적게 가진 자라도, 안분지족하고 시간을 마음대로 쓰며 여유가 넘친다면 그는 부자로 불릴 자격이 있다. 결국 재산의 많고 적음뿐 아니라 통계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다양한 기준들을 (이를 테면, 스스로 정의한 '충분한' 수준의 부, 교양, 네트워크, 여유, 시간 등등) 충족한 자가 “진짜 부자”인 셈이다.


진짜 부자는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주지하고 싶은 사실은, 돈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가진 재산이 너무 많아 생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돈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돈과 관련된 문제들로부터 (돈이 없어서 생기는 경제적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있어서 생기는 심리적 문제 역시 결코 만만하지 않다)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진짜 부자에게 있어서 돈은 이제 더 이상 중요한 삶의 지표가 아니다. 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유를 만끽하며 시간을 마음대로 쓴다. 이때, 절대적인 재산 규모가 넉넉하지 않은 사람도 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만 이는 아주 소수에게만 허락된 은총이다. <무소유>를 집필한 법정스님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진짜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본인 재산의 정확한 규모를 모른다

- 가급적 자신의 재산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 다분히 배타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 매사에 여유가 있다

- 사치품 소비에 관심이 없고 사람과 경험에 돈을 쓰는 것을 선호한다.

- 부의 이전과 더불어 사회 공헌을 고민한다

- 시간을 독립적으로 사용한다

- 돈을 마치 하나의 인격체처럼 존중한다

- 타인과 비교하며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진짜 부자와 대비되는 가짜 부자도 있다. 가짜 부자는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 갑자기 큰 재산을 형성한 졸부, 이제 막 상류 사회에 진입하려는 부르주아 계급이 주를 이룬다. 가짜 부자는 재산을 형성하고 지키는 것에 능하지 않고, 돈을 존중하지 않고 가벼이 여기며, 사치를 통해 부를 과시하는 습성이 있다. 게다가 가짜 부자는 진짜 부자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진짜 부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대개 실패로 끝난다. 왜냐하면 진짜 부자 커뮤니티는 특유의 배타성을 띈 채 가짜 부자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으며, 가짜 부자가 돈으로 살 수 없는 (혹은 단기간에 흉내 낼 수 없는) 기준들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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