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돈의 교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중섭 May 21. 2022

부자들은 행복할까

#8

부자들은 행복할까? 한때 이 생각이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집요하게 나를 괴롭힌 적이 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계급 사회의 정점에 있는 부자가 행복하지 않다면 대체 무엇을 위해 ‘충분한’ 수준 이상의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을 당시에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불행한 부자들의 사례들을 보며, 나는 이것이 철저히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약물 중독에 빠지거나, 돈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를 배신하거나, 탐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부자들을 보며 나는 그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특별히 불운한 경우라고 치부했다.


그러나 불행한 부자들의 사례를 목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나는 “천 석꾼에게는 천 가지 근심이, 만 석꾼에게는 만 가지 근심이 있다”는 말에 심히 공감하게 되었다. 부자들이 불행을 느끼는 경우, 개인이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돈으로 인해 파생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인 경우도 많다. 세상에는 돈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뿐 아니라 돈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 역시 분명 존재한다.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말이다.


여러분에게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우선, 영화배우 짐 캐리의 삶을 보자. 아버지의 실직으로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짐 캐리. 연기와 코미디에 재능이 있던 그는 유명 배우가 되어 부자가 되고 싶었지만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로 짐 캐리가 무명 시절 가짜 수표에 천만 달러를 적은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아버지에게 천만 달러가 적힌 가짜 수표를 건네며 언젠가 유명 배우가 되면 진짜 천만 달러 수표를 드리겠다고 다짐한다. 할리우드 입성에 성공한 짐 캐리는 <덤 앤 더머>, <마스크>, <에이스벤추라>, <배트맨 포에버>, <트루먼쇼>, <맨 온 더 문>, <이터널 선샤인> 등 수많은 히트작을 찍으며 명실상부 글로벌 스타가 된다.


짐 캐리는 마침내 꿈을 이뤘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명 배우이자 수 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토록 갈망했던 부와 명성은 짐 캐리를 행복하게 만드는데 실패했다. 짐 캐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유명해져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그게 답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테니까요”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짐 캐리는 그가 획득한 트로피가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일까?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이 남자의 유년 시절은 지독히 우울했다. 부모는 그가 12살이 되던 해에 이혼했고 가족은 약물 중독에 시달렸다. 또한, 아버지는 절도죄로 감옥에 들어갔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우한 유년 시기를 겪었지만, 소년에게는 컴퓨터라는 친구가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있던 그는 게임을 만들었고 게임이 인기를 끌자 대기업은 인수를 제안한다. 이 남자는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발명한 기업가 마커스 페르손이다. 마인크래프트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그는 순식간에 조 단위 규모의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거부가 된 마커스 페르손의 삶은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가난했던 유년 시절의 아픔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마커스 페르손은 펑펑 돈을 썼다. 그는 수 백억 원을 호가하는 버버리 힐스 고급 저택을 구매하고, 비행기 일등석을 즐겨 탔으며,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하룻밤 파티에 1억 원을 넘게 지출하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고 유명해져도 정작 마커스 페르손의 삶은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겼다.  


“이비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유명인들과 파티를 하며, 내가 원하는 것은 다 할 수 있지만, 나는 지금과 같은 고립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을 얻는 것의 문제는 당신이 더 이상 노력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 그리고 불균형으로 인해 사람 간의 교류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짐 캐리와 마커스 페르손은 복권에 당첨되었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졸부가 아니다.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난 금수저는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숱한 역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부자들이다. 그들은 성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질주했고 마침내 그곳에 도달했다. 그들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토록 원했던 것을 얻자 그들은 삶의 동력과 인생의 의미를 잃었다. 뭘해도 시시하고 재미가 없어진 것이다. “아주 가난한 사람과 아주 돈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은 인생이 재미가 없다는 거야.” 오징어 게임의 대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편, 내가 보기에 자수성가형 부자는 적어도 금수저보다는 사정이 낫다. 왜냐하면 금수저가 향유하는 부는 스스로 성취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자수성가형 부자 대비 행복감을 느끼기 더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는 매 초 숨을 쉬는 것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공기의 소중함에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찬가지로, 금수저에게 있어서 돈은 공기와도 같이 당연하게 주어진 자원이다. 따라서 태어날 때부터 부자였던 금수저는 자신에게 부여된 특권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는 그가 특별히 오만해서라기 보다는 단지 태생적인 환경의 특수성 때문일 수 있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는 법. 태어나서 한 번도 돈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는 금수저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과정에서 고통을 느낀다. 평범한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금수저의 고민은 - 이를테면, 가업을 계승해야 한다는 의무, 가족 친구 연인 관계가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는 슬픈 체험, 극심한 경쟁, 주위의 시선,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돈을 목적으로 꼬이는 수많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 - 돈으로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대개는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가 아닌 경우가 많다.

===================================================================

사이다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 경이로움과 계약을 맺고 <어바웃머니>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바웃머니> 온라인 서점 링크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747913

예스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015854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9309656


독서할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책을 리뷰하는 '21세기 살롱'이라는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분만 투자하면 책 한 권의 개괄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watch?v=6o9KC93yBzA&t=2s




매거진의 이전글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