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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y 28. 2022

MZ세대와 FIRE에 관한 생각

#9

수년 전, 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한 번뿐인 인생, 즐기자”는 의미의 YOLO 가치관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참고로 MZ 세대는 산업화 이후,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이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계급을 바꾸기 어려운 역사적 표준으로 회귀하는 세대. 어차피 열심히 살아봐야 바뀌지 않는 인생. 불안한 미래를 외면하기라도 하듯, MZ 세대는 그렇게 YOLO를 부르짖으며 저축을 등한시하고, 소소한 사치를 즐기고, 해외여행을 가며 현재를 즐겼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물질문명에 반항하며 자유를 추구하는 보헤미안의 라이프 스타일과 결이 맞닿은 YOLO 가치관이 소비주의에 의해 변질되어 과소비를 정당화하는 사회 풍조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전후로 YOLO 열풍은 잠잠해졌다. 원인은 다음과 같다. 전례 없는 수준의 양적완화로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굳게 닫혀 있었던 계급 상승의 문은 다시금 활짝 열렸다. 실제로 이재에 밝은 MZ 세대가  주식, 코인,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단기간에 큰 부를 축적하는 동안, YOLO를 외치며 소비에 골몰하던 MZ 세대는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부의 재분배가 실현됨에 따라, ‘하면 된다’는 긍정의 테제와 더불어 현재를 즐기는 것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다시금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 


MZ 세대 내에서도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는 사례가 많아지자 소위 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나타났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투자를 하지 않으면 벼락 거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자력으로는 도저히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두려움. 노후 대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공포스러운, 본인과 유사한 위치에 있던 (혹은 자기가 볼 때는 그보다 하위 계급이거나) 동류 집단과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갖가지 두려움이 바이러스처럼 급속하게 퍼졌고 MZ 세대를 중심으로 주식, 코인과 같은 고위험 자산 투자 열풍이 불었다. 그 결과, YOLO에 기반한 소비 트렌드는 ‘영끌’, ‘빚투’ 등과 같은 투자 트렌드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한편, YOLO의 빈자리를 대신한 최근 MZ 세대의 키워드는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인 듯하다. FIRE는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조기 은퇴한 뒤 고역스러운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하는데, 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FIRE족이라 한다. 보통의 경우, 은퇴 시기는 50~60대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FIRE족은 30~40대에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거나,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각종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에서 받는 월급 외 수입을 늘리는 일에 주력한다. 


FIRE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우선, Fat FIRE는 노동 소득이 있는 현재의 생활 수준을 은퇴 후에도 유지하려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은퇴 자금 및 견조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 Lean FIRE는 소비 욕구를 억제하며 노동 소득이 있던 때 대비 생활비를 유의미하게 줄인 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한다. Barista FIRE는 Fat FIRE와 Lean FIRE의 중간 단계로, 노동 소득의 공백을 (노동소득보다는 적은) 파트타임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일정 부분 벌충한 채, 분별력 있는 소비를 하며 적절한 생활 수준을 유지한다. 


흔한 오해 중 하나가 FIRE족은 모두 부자라는 것이다. 물론 축적한 부가 많을수록 FIRE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FIRE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절대적인 부의 수준뿐 아니라, 자신이 은퇴 후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며 살 것인지 대한 기준도 포함된다. 만약 Learn FIRE 혹은 Barista FIRE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FIRE에 필요한 돈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도시에서 일하다가 은퇴 후 귀농하거나 고향에 돌아가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을 향유하며 사는 FIRE족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FIRE가 가능할까? 흔히들 “4% 법칙”을 제시한다. 미국 트리니티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알맞게 구성하면 매년 4% 를 인출하더라도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평생 생활비를 쓸 수 있는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1년 생활비에서 25배를 곱한 금액이 적정 은퇴 자금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1년 생활비가 4천만 원이라고 한다면, 은퇴에 필요한 금액은 1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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