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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Aug 19. 2022

사이클은 영원회귀 법칙을 따른다

#17

동일한 사건이 영겁의 시간에 걸쳐 되풀이된다는 영원회귀.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형태의 희로애락. 이것들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반복적으로 재연된 역사에 불과하다면, 과거의 유물이 미래에도 동일한 형태로 무한히 등장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허무하고 권태로운 것일까?


영원 회귀의 굴레에 갇힌 인간의 역사를 보다 보면, 마치 극장에 앉아 지루하게 반복되는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돈과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무리 돈의 형태  금융 기법이 발전하고 투자의 양태 또한 다양해졌다 하더라도, 이를 좌지우지하는 인간의 본성이 별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일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패턴을 반복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나는 감히 확신할  있다.


위 맥락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이클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사이클이란 일정한 순서로 발생하는 한 무리의 사건들로,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뒤따르며 반복되는 현상이다. 사이클의 초기에는 소수의 영민한 투자자만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관망한다. 사이클이 중기를 지나 고점을 향해갈 때는, 낙관론이 팽배하고 자산 가격이 폭등하며 시장은 과열된다. 군중은 FOMO (Fear of Missing Out)를 이기지 못하고  매수세에 뒤늦게 참여하는 반면, 현명한 투자자는 슬슬 시장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매도를 하기 시작한다. 사이클이 최고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시장은 급격히 냉각되고 군중의 매도세는 자산 가격의 하락을 부추긴다.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쯤이면, 비관론이 지배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자 자산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이때 현명한 투자자는, 사이클이 다시 형성될 변곡점이 임박하지 않았는지 면밀하게 체크하며 매수 시기를 가늠한다.


사이클은 영원회귀의 법칙을 따른다. 투자 자산 군을 불문하고, 시장은 항상 특정한 주기로 사이클의 탄생과 소멸을 일관되게 반복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패턴은 역사적으로 유효했으며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다. 비이성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으며, 군중심리에 휩싸이는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말이다. 만약 철저히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채 기계의 알고리즘 만으로 시장이 작동한다면 아마도 사이클의 비이성적인 극단은 과거 대비 현저히 줄어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의 설계에 인간이 개입하기 때문에, 인간이 시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아도 사이클 자체는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 나의 생각이다)


현명한 사람이 처음에 하는 일을 바보는 마지막에 한다. 이 문장은 사이클이 작동하는 방식을 단순하게 설명한다. 사이클에 관한 현명한 사람의 생각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이클에 대해서,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막스만큼 통찰력 있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는 사이클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이클은 불가피하다. 가끔씩 상승이나 하락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엄청난 극단을 향해 갈 때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오래된 규칙’을 쓸모없게 만든 지정학, 제도, 기술, 행동의 변화를 들먹인다. 그리고 최근 추세를 추정하여 투자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오래된 규칙이 여전히 적용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사이클은 다시 시작된다. 결국 나무는 하늘 끝까지 자라지 않듯, 계속 상승하는 일도 완전히 0으로 돌아가는 것도 거의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현상은 사이클을 따르는 것으로 밝혀진다.”


하워드 막스의 기본 투자 철학은 경제나 시장, 지정학 같은 매크로 분야에서  결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지에 대해 인정하고 사이클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 높이는 것만으로 여타 분별력 없는 투자자 대비 훨씬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워드 막스는 말한다. 나는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우리가 사이클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사이클이 영원회귀의 법칙을 따르며 탄생과 소멸을 반복할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우리가 사이클에 대해 알 수 없는 것은, 사이클의 탄생과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외생 변수, 사이클의 지속 시기, 강도, 중간 균형 지점으로의 회귀 시점, 그리고 어쩌면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현재는 사이클의 어느 지점인지’이다.


생뚱맞은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실로 많은 영감을 준다. 탄생과 소멸, 해와 달, 밀물과 썰물, 사계절의 순환. 이런 현상들을 보고 있자면, 영원 회귀 법칙이 투자 사이클뿐 아니라 인간의 삶, 더 나아가 자연에도 적용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은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고 패턴은 반복되며 극단적인 괴리 뒤에는 반드시 균형으로의 회귀가 뒤따른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 또한 지나간다. 이 단순한 진리만 숙지하고 있어도, 사이클에 역행하며 바보들과 같은 선택을 하는 실수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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