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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Jun 25. 2017

3차 세계 대전에 대한 단상

알리바바 마윈이 AI가 3차 세게 대전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해 거대한 알리바바 제국을 건설한 마윈은 순진한 기술 낙관론자가 아니다. 그는 2017년 4월, 향후 30년간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세계에 급속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이는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교육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거 지식을 가르치던 것에서 문화, 창조력, 혁신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이렇게 중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희망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위대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국의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학교와 학원에서 15시간씩 낭비하고 있다"라고 비판한 것은 과거 및 현재에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할 것 같다.

알리바바 회장 마윈

그 이후, 마윈이 최근에 발언한 다소 섬뜩한 예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AI의 발달로 인해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기존 1,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것이 기술혁명과 관련이 있으며 향후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감에 따라 부의 양극화를 가속화시켜 심각한 갈등이 촉발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앞으로 30년 안에 사람들이 주 4일, 하루에 4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며, 남는 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해 여행을 더 자주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AI의 목표는 인간을 돕는 것이지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인간의 지혜는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쟁은 왜 발생하는가? 각 전쟁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지만, 전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갈등의 해소다. 갈등은 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심화된다. 경제적으로 풍족할 때는 여유와 관용이 생기지만,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빠 인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오늘날 우리가 유럽의 화합과 평화를 지켜오던 EU가 브렉시트 및 난민 문제로 갈등을 겪고, 이민자들의 의해 세워진 나라 미국이 역설적이게도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세계적 저성장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불만과 갈등이 팽배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적"을 찾는 습성이 있다. 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부정하고자 "이 모든 것이 다 너 때문이야" 라며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적. 경제적 어려움이 생기면 갈등이 생기고 이를 해소하고자 외부에 적을 만들며, 대립이 고조되면 전쟁으로 이어진다. 정치인들이 가장 쉽게 표를 얻는 것 중 하나는, 이런 식으로 외부의 적을 규정해서 내부를 결집시키는 방법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6.25 이후 북한 프레임을 아직까지도 우려먹고 있고,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가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패전 이후 암울한 생활을 하던 독일 시민들에게 유대인이 적이라는 프레임을 주입했기에 가능했다. 당시 독일 시민들에게 나치를 지지하는 것은 곧 국가의 재부흥 및 유대인이라는 적을 무찌르는 정의의 사도 편에 서는 것이었다.


마윈의 걱정대로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까? 다행히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전쟁의 비용이 편익을 넘어섬을 주지하는 듯 보인다. 과거에는 전쟁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컸다. 적국의 도시를 점령하고, 식민지화해 인력 및 자원을 수탈하고, 해외 시장을 키워 내수시장의 초과 공급을 해소하는 식으로 열강들은 세계를 무대로 땅따먹기 전쟁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쟁에 치러야 할 비용이 많다. 노동, 자원 집약적 산업의 시대가 저물며 식민지 수탈해봐야 득이 될 것도 크게 없고, 이미 세계화 시대에 해외로 자유롭게 물건을 수출할 수 있기에 식민지는 초과공급을 해소할 거점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저성장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 때문에 외계와 전쟁을 하지 않는 이상, 지구의 다른 나라를 전쟁으로 굴복시키고 식민지화한다고 해봐야 초과 공급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나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파괴력을 목격한 사람들은, 전쟁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엄청난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핵폭탄의 위력을 알기에 국제 정세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바득바득 핵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미 우리는 국수주의, 심화되는 양극화 그리고 고조되는 갈등을 목격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EU 분열, 사회에 만연한 대립 구조 등이 (남자 vs 여자, 젊은 세대 vs 늙은 세대, 부자 vs 빈자, 진보 vs 보수, 자국민 vs. 이민자 등) 전 세계에 갈등의 씨앗이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의 발달로 생각보다 빨리 직업을 잃거나,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갈등이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노동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지며 남는 시간에 여유 있게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가진 사람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 가며 생명연장에 돈을 퍼부을 때, 줄어드는 연금 및 노인 빈곤을 걱정하며 사는 사람들의 불만이 쌓이지 않을까?


불만이 쌓이고 갈등이 심화되면, 사람들은 으레 그래 왔듯이 "적"을 찾으려 할 것인데 그 대상은 누가 될 것인가? 정부는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규모 잉여인간의 양산에 대비해 어떤 식으로 사회 안전망을 마련해야 할까? 강대국들의 파워게임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이러한 흐름에서 개인의 역할은 무엇이 돼야 할까? 결국에 사회를 바꾸는 힘을 가지는 건 정치이고, 평범한 시민으로서 개인의 역할은 안목을 길러 올바른 지도자를 뽑고 지지하는 일인 것 같다. 부디 세계가 평화의 중요성에 합의하고, 한국도 구태의연한 당파싸움 그만하고 다가올 미래에 적절한 대비를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 미물이여- 남한에 태어난 남자로서 나의 역할은 전쟁이 나면 소집돼 결국 총알받이가 되는 것으로 머물러야 하는 걸까. 나의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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