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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Aug 08. 2017

400억 청년 워렌버핏 사건을 보며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주식투자로 400억을 번 자수성가한 청년은,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적극적인 기부활동에 나서며 매스컴을 타고 신격화된다. 나도 한때 그의 인터뷰에 크게 감명받고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특히나 지금 당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에 더 큰 부를 쌓는 것을 중단하고, 젊은 나이에 기부를 결심했다는 그의 발언은 미래지향적 사고관을 가진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데 그의 재산형성 과정에 의문을 가진 전업투자자가 400억 계좌인증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여기에 회피와 애매한 대응으로 일관하던 이 청년은 결국 거짓임을 자백했다. 또래대비 많은 부를 축적하고, 활발히 기부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400억이라는 재산이나 (미디어는 관심을 끌기 위해 기부라는 본질을 벗어나 유독 400억이라는 그의 재산에 집착했다) 기부금액 및 기타 디테일한 사항들이 모두 거짓이었다.

내용을 접했을 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어릴 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허구의 인물이라는걸 처음 깨달았을 때의 허탈함. 그는 영웅이 아니었고, 그를 믿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애초에 쥐꼬리만한 자본금으로 대형주플레이하면서 400억 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주식을 해본 사람들은 알거다. 이런 점을 주식을 업으로 삼는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을텐데, 그가 보여준 희망이라는 환영에 홀린 모양이다.

거짓말로 인해 이미 이 분의 이름을 포탈에 치면 "사기"가 연관 검색어로 붙어있다. 이제까지 해왔던 모든 선한 활동들이 묻혀지고, 이분의 인생에는 어쩌면 평생 사기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인터넷 댓글들에는 이미 이 분을 향한 혐오가 가득하고, 기자들은 이때다 싶어 열심히 씹고뜯는 가쉽거리를 만들고 있다.  

나는 이분과 개인적인 친분도 없고, 거짓말을 통해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가 선의를 가지고 했던 기부나 사회에 좋은 영감을 주기위해 했던 인터뷰, 강연까지 싸잡아 사기꾼의 행각으로 매도되는 것이 안타깝다. 특히나 사람들 등쳐먹은 돈으로 뒤에서 자기 배불린 어느 청담동 주식 사기꾼 케이스랑은 다른 거 같은데 지나칠 정도로 가혹한 마녀사냥을 당하는 느낌. 밝혀진 바에 따르면 거짓말은 했어도 기부는 적어도 사실이다. (본인이 나중에 정치를 할 생각이거나 크게 한 탕 할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본질은 선의를 가진 사람이라 믿고 싶은 내가 호구일지도 모르겠다.)


무튼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을까. 그를 과할 정도로 혐오하며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 중 단 한 번이라도 기부나 공공 선을 위한 사회활동을 해본 자가 몇이나 될까.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 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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