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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Oct 05. 2017

무지의 베일과 동성애

만약에 당신의 자녀가 동성애자라면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는 "무지의 베일"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능력, 신분, 사회, 재산 등에 대한 배경을 알 수 없는 채로 태어난다고 가정하면, 더욱 공평하고 합리적인 사회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방향을 설명하는 매우 명쾌한 개념인데, 자신이 불행히도 기득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사람들은 역지사지를 할 수 있고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지구본을 돌려 다시 태어날 나라를 고를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 없이 북유럽을 선택할 것인데, 이는 악명 높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복지 덕분에 사람다운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한편, 나는 아주 낮은 확률로 아프리카 어떤 왕의 자식으로 태어날 수 있고, 홍콩에서 낮은 세금을 내며 펜트하우스에 사는 부자가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독재 왕권에 착취당하거나 말도 안 되게 높은 집값에 허덕이는 대다수의 시민일 확률이 높다. 무지의 베일에서 생각해본다면 이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무지의 베일에 공감한다면, 현재 동성애자들이 겪는 차별은 부당하다. 편견에 맞서 커밍아웃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에, 보통의 동성애자들은 사회의 싸늘한 시선에 질식하고 숨는다. 만약 당신 혹은 당신의 자녀가 50%의 확률로 동성애자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래도 여전히 동성애를 혐오할까?


나는 이성애자다. 내가 여자가 좋은 이유는 단지 그냥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가 나에게 "너는 왜 여자를 좋아하지? 넌 남자를 좋아해야해. 남자와 데이트하고 남자와 스킨십하고 남자와 결혼해야해" 라고 강요하면 아마 돌아버릴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성애자인 것은 내게는 대단한 행운이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동성애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이 동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그렇게 태어나서일 것이고 (혹은 뒤늦게 성 정체성을 깨닫던지), 누구도 그의 성 정체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가 없다. 그들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만 다를 뿐인데, 왜 게거품 물면서 동성애자를 죄인 취급하는 걸까. 왜 우리는 다름에 대한 관용이 부족할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사례가 있는데 어처구니없다. 본인의 성 정체성과 업무 능력이 대체 무슨 상관관계를 가지는 건지. 심지어 어떤 이는 동성애를 테러와 비교하며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데 이건 무슨 개소린지.


수 백 년 전에 여성이 주도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심지어 국가나 기업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었다. 이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통념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언젠가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반성할 날이 오길 바란다.

이미 동성애를 허용하는 해외 국가들이 꽤 있다. 

++ 게이들은 보통 매력적이고 멋지다. 짝짓기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이런 사람들이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여자를 좋아하는 나 같은 남자들에게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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