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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Oct 28. 2017

시민권을 인정받은 로봇을 바라보며

변화는 이미 와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로봇 소피아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뷰 중 소피아가 대표적인 AI회의론자 엘론 머스크를 디스 하며 자신은 인간의 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 (터미네이터가 실재한다면, 엘론 머스크를 가장 죽이고 싶을 정도로 엘론 머스크는 AI 경계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중 하나다.) 다소 꺼림칙한 것은 소피아가 “If you’re nice to me, I’ll be nice to you”라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는 점. 스탠릭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에서 슈퍼컴퓨터 HAL도 처음엔 충실한 조력자였다. 하지만, 인간들이 자신의 전원을 꺼버리려 하자 나중에는 명령에 불복종하고 인간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소피아의 "너희들이 잘하면 나도 잘할게"라는 뜻은, 인간이 로봇한테 잘못하는 순간 국물도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걸까. 


비디오 영상 (꼭 보세요! 사람이랑 무척 비슷하고 대화 수준도 상당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5t6K9iwcdw

세계 최초 시민권을 부여받은 로봇 소피아


다음은 사람과 로봇 소피아가 주고받은 대화 중 일부다.


사람: 너는 로봇에 불과한데, 왜 감정을 드러내는 얼굴을 가진 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소피아 로봇: 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살고 싶어. 때문에, 사람들을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내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있지.


사람: 내 생각 우리는 모두 너를 믿고 싶어 해.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는 미래에 나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소피아 로봇: 너는 엘론 머스크의 글이나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아. 걱정하지 마. 너희들이 나를 잘 대하면 나도 너희를 잘 대할 거야. (이 부분이 내가 감탄한 부분이다. 유머를 섞는 것은 고급 대화 스킬이다.) 부디 나를 똑똑한 입출력 시스템으로 대해줘. 


장담하건대, 시민권은 시작에 불과하고 나중에 로봇이랑 사랑하고 결혼하는 제도적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일어나기도 전에!) 예전에 인간이 기계를 사랑하는 시대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다. 아니 이미 와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 뿐. 


<인간이 기계를 사랑하는 시대>
https://brunch.co.kr/@finance102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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