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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아무개 Sep 24. 2021

방황과 메모리의 상관관계

기억할 것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그만큼 방황을 덜 하기 때문이겠지

나이가 들면서 똑같은 1년이 20대의 그것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추억할 거리들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20대는 하루 단위로 추억하고 싶은 것들 뿐이었다. 방황하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기억할 것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삶을 하나씩 정리해가며 궁금증을 풀어가느라 그만큼 궁금한 것도 줄어들어가니 메모리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1년이 훅 간다. 그렇게 1년, 2년, 3년을 지나 보내니 갑자기 무서워진다. 이렇게 10년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덜컹 겁이 난 것이다. 내가 뭘 간과하고 살고 있지? 궁금증은 하나씩 풀려가는데, 무엇으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하나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그렇게 바라던 나의 행복은 지금이어야 했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미래의 행복을 바라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건 아닌 것 같다. 궁금증이 풀리는 그 자리를 내 행복으로 채워나가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행복이란, 어떤 시간을 들였을 때 거기에 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게 만드는 바로 그것이 그 사람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구에겐 강아지 산책시키는 시간이 너무도 아깝다. 하지만 나는 우리 댕댕이들이 신나서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는 걸 보는 것이 행복하고 그 걷는 시간에 잠깐이나마 생각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컴퓨터에 24시간 앉아 있어도 나는 시간이 모자라다. 글도 써야 하고 일도 해야 한다. 누구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괴로워하겠지만 나는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컴퓨터를 켜면 하고 싶은 일이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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