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지 않아도 괜찮아

취미가 뭐예요?

by 김곤

‘취미가 뭐야?’라는 쉬운 질문도 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좋아하는 게 없어서라기보다 내가 이걸 ‘취미’라고 부를 만큼 좋아하나, 깊이 있게 아는 걸까 하는 고민 때문이다.


누군가의 쉬운 질문에도 오래 생각하게 되고, 답변을 하는 것에도 순간순간 어려움을 겪는 나는, 생각의 속도가 느린 사람이기도 하지만 완벽주의자의 기질을 품어서기도 했다.


한번 하는 것은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고, 남들 보기에 좋은 사람 그리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그렇게 노력해도 사람들은 내 연약함이 느껴지겠지만 최대한 내 약함을 감추고 싶어 다양한 과정을 거쳐 나름의 괜찮다고 여겨지는 '정제된 나'의 모습만 꺼내 보이려고 한다. 그것이 매번 잘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여하튼 그런 나라서 어떤 걸 ‘좋아한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 내게 장기하가 쓴 '상관없는 거 아닌가'는 새로운 마음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 책을 읽고 쓴 감상평은 이랬다.


"어반자카파 팬이라고 한다면 수록곡 정도는 전체 다 들어봐야지, 그래야 진짜 팬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 생각에 처음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를 흥미 없는 곡마저도 꾸역꾸역 찾아보고 신곡이 나오면 의무감에 듣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내 안에 규정된, 혹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이 결국 '어반자카파'노래를 진심으로 즐겼던 소중한 시간을 빼앗았었다. '어떤 기준은 달성해야지, 지금 부족한 상태에서 무언가 이뤘다 말하긴 어려워'라는 고민들 속에서 결국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내가 행복하면 됐지>라는 결론에 이른 장기하를 본받아 나도 좀 더 내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겠다. 행복만 하기에도 너무 모자란 시간이야"


그때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결국 이런 나여서 ‘취미’조차 말하기 어려운 나지만, 깊이 무언갈 좋아하지 못하는 이런 나도, 쉽게 ‘좋아함’을 논하지 못하는 이런 나도 모두 나임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깊지 않지만 얕더라도.

다양하고 다채로운 나만의 삶을 채워가고 싶다.

그러니 깊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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