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세상을 동경하는 인간,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NPC
미국 드라마 웨스트월드(Westworld)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청의 재미에 문제를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스포가 싫은 분들은 읽지 말아 주세요.
웨스트월드는 HBO에서 2016년 10월~12월에 10개의 에피소드로 방영한 작품입니다.
제가 봤던 미드 중에서 최고의 작품입니다.
작품의 시점은 먼 미래입니다.
배경은 서부시대를 모티브로 한 테마파크(놀이공원)입니다.
테마파크에는 고도의 인공지능을 가진 휴머노이드들이 살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들이 서부시대 테마파크의 NPC(Non-Player Character)인 셈입니다.
휴머노이드들은 스스로를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인간)은 테마파크에 거액을 지불하고 서부시대의 모험을 즐깁니다.
하루 비용으로 수천만 원 이상을 지불하는 듯 보입니다.
타 부족과의 전투, 보물찾기, 악당 체포 등 서부 영화에 등장하는 퀘스트들입니다.
19금 퀘스트도 등장합니다.
퀘스트 진행 후 망가진 NPC들은 공장에서 고쳐지고, 기억을 재이식받아서 테마파크에 다시 투입됩니다.
재미난 점은 완벽한 오픈월드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광활한 테마파크 내에서 생활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서부시대의 모험에 합류하는 식입니다.
겉으로 봐서는 현실과 게임의 구분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재의 게임들처럼 퀘스트 창이 뜨거나, 체력이 그래프로 나타나는 식이 아닙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NPC들 중 일부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게 됩니다.
즉, 인간이 아닌 게임 속 캐릭터로 존재하는 휴머노이드인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게임이 아닌 실제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어 합니다.
이 드라마의 설정과 스토리는 정말 뜯어볼 부분이 많습니다만, 제게 남겨진 가장 큰 의문은 이겁니다.
인간(플레이어)들은 왜 거액을 지불하고 게임 속 세상에 들어가려고 할까?
NPC(휴머노이드)들은 왜 위험을 감수하고 실제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할까?
집에 있으면 멀리 여행을 가고 싶어 지고, 타지를 돌다 보면 집이 그리워지는 심리와 비슷할지.
아니면, 내가 찾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해답이 먼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지.
독특한 세계관, 게임, 게이미피케이션, 게임리터러시, 휴머노이드, 테마파크 등의 키워드에 눈이 가는 분들에게 강추하는 드라마입니다.
2018년에 시즌 2가 방영될 예정입니다.
대부분의 미드가 시즌 2, 3으로 넘어가면서 스토리와 세계관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시즌 2를 안 보려고 합니다.
다만, 이런 결심이 제 호기심을 끝까지 누를 수 있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