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2주차-신경생물] 1.컴퓨터 같은 인간
인간의 뇌는 여러 면에서 컴퓨터와 비슷합니다. 거꾸로, 컴퓨터도 인간의 뇌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닌 것 같으신가요? 이번 한 주에 걸쳐 인간의 뇌는 어떻게 컴퓨터와 비슷한지, 그리고 최근의 컴퓨터는 어떻게 뇌와 비슷한지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나아가서, 그렇다면 둘에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 이 차이점들이 어떻게 좁혀지고 있는지,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보통 인공지능을 기술적 용어로써, 강인공지능 strong AI 또는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과 약인공지능 weakAI으로 구분하고는 합니다. 강인공지능은 특정 작업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여러 가지의 일들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어지는 가상의 기계입니다.
그에 반해 약인공지능은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종류가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구글의 알파고 AlphaGo는 바둑만을 둘 수 있는 기계이며, 재프로그래밍하기 전 까지는 바둑 이외에 다른 작업을 수행하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알파고는 약인공지능이며, 단지 몇 가지의 작업밖에 가능하지 못한 현재의 다른 모든 인공지능 기계들도 약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에 대한 구체적 이해가 없이 인간의 지능과 같은 기계, 즉 강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강인공지능을 표방하는 기계에 어떤 인간적 요소 (감각, 감정, 의식 등)와 기계적 특성이 필수적인지는 아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이며, 어느 정도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야 강인공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약인공지능이나 강인공지능이나 중요한 것은 기억과 학습에 기초하는 의사결정 능력이며, 이를 우리는 지능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2]
이처럼 ‘인공지능’이나 ‘지능’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능’을 논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의 뇌 작동을 이해하기까지는 아직 매우 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쨌거나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들을 바탕으로 생물학적인 지능의 기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며, 그 시작은 뉴런일 것입니다.
지난번 기억 주제에서 뉴런에 대해 이미 살펴보았지만, 이번 시간에도 신경계의 기본 단위인 신경세포 neuron, 뉴런을 간략히 살펴보고 시작하려 합니다.
신경세포는 수상돌기 dendrites 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고 세포체 cell body를 거쳐 축삭돌기 axon로 보냅니다(그림 2 참조). 신경세포들은 평소에 세포 안쪽이 바깥에 비해 (-) 전하를 띠고 있습니다. 이것을 막 전위 membranepotential라고 부르는데, 특정 신호 입력으로 인해 내부에 (+) 전하가 충분히 들어온다면 막 전위가 뒤바뀌게 되어 (그림 3) 신호가 축삭을 따라 전달되고, 결국 다음 신경세포까지 전달됩니다.
(자세한 원리는 이전 세션 참조
https://brunch.co.kr/@cogsciin/16 )
활동 전위 ActionPotential는 역치점 threshold을 넘어야 신호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뉴런은 다른 여러 뉴런들로부터 신호 입력을 받습니다. 이 모든 신호를 신경 세포체에서 받아들이고 종합한 결과, 일정 수준을 넘어야 축삭돌기가 신호 전달을 합니다. 이때 넘어야 하는 일정 수준을 역치점이라 하며, 축삭을 따라 전달되는 신호를 활동전위라고 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활동전위는 중간은 없으며, 오직 일어남/일어나지 않음 두 가지 경우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역치점을 넘는다면 어떤 경우든 똑같은 크기의 신호가 축삭을 통해 전달되며, 역치점을 넘지 않는다면 신호가 축삭을 통해 전해지지 않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개념인 것 같지 않나요? 바로 지난 시간에 살펴본 컴퓨터의 디지털 신호인 1 / 0입니다! 컴퓨터도 가장 기초가 1과 0 이였듯이, 신경계의 기초도 ‘전달하기’ 또는 ‘아예 전달하지 않기’입니다. (이를 생물학에서 All-or none response라고 합니다. 활동 전위는 ‘정도’가 없고 오직 ‘전달’ 또는 ‘전달하지 않음’ 두 가지밖에 없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축삭을 따라 신호가 전달된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다음 뉴런으로는 어떻게 신호 전달을 하는 것일까요? 시냅스는 한 뉴런의 축삭 말단과 다음 뉴런 사이의 틈입니다. 축삭을 통해 전달된 신호는 축삭 말단에서 특정 화학 물질들이 분비되어 다음 뉴런으로 전달되도록 유도합니다. 이 특정 화학 물질을 신경전달물질이라 하며, 이 과정에 대해 전기적 신호(축삭을 통해 전달된 활동 전위)가 화학적 신호(신경전달물질)로 변환되었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런 신경전달물질에는 여러 종류들이 있으며,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은 Acetylcholine (Ach), glutamate, GABA 등이 있는데, 신경전달물질은 종류에 따라 뉴런을 활성화시키거나 억제시킬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신경전달물질이 전 뉴런으로부터 전달되었는지에 따라 다음 뉴런은 활성화될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고, 더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을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활성화시키는 물질은 다음 신경세포의 내부가 (+) 전위를 띠도록 유도할 것이고, 반대로 억제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은 다음 신경세포의 내부가 더욱 (-) 전위를 띠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하나의 뉴런은 보통 수천 개의 다른 뉴런들로부터 신경전달물질의 형태로 신호 전달을 받고 있습니다.
뉴런이 수천 개의 다른 뉴런들로부터의 활성화 또는 억제 신호를 받아 종합하여 신호를 보내는 과정은 컴퓨터의 기본 단위라고 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와 조금 다른 것 같네요. 그래도 트랜지스터 하나로는 뉴런과 같이 작동시킬 수는 없을지라도 소프트웨어로 구현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뉴런의 신호전달에 대해 살펴보면, 결국 우리의 모든 감정과 의식은 뉴런의 신호 전달, 0과 1의 모임으로 환원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컴퓨터가 작동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에, 이번 글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컴퓨터와 비슷한지 살펴보았으므로 일단 다음 글에서는 컴퓨터가 어떻게 인간과 비슷한지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싸인 신경생물팀]
[1]http://synapticnulship.com/blog/tag/human-robot-interaction/
[2] 이대열 저, 지능의 탄생. 2017. p25-27
[3]http://webspace.ship.edu/cgboer/theneuron.html
[4] https://www.google.co.kr/search?q=membrane+potential+and+action+potential&safe=off&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i34OjHxt3UAhWEqJQKHRl5ADsQ_AUICygC&biw=1325&bih=670#imgrc=6Q-yl3y43Nv6-M:
[5 - 1] Threshold : https://opentextbc.ca/anatomyandphysiology/chapter/12-4-the-action-potential/
[5 - 2] Digital signal : http://sdfbaek.blogspot.kr/2013/09/ascii-code-or-digital-signal.html
[6] https://www.khanacademy.org/science/biology/human-biology/neuron-nervous-system/a/the-synap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