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싸인 Jul 12.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인공지능(5)

[인공지능 2주차-신경생물] 3. 인간과 컴퓨터의 차이점

이전 글에서는 컴퓨터 같은 인간, 인간 같은 컴퓨터를 이야기하며 컴퓨터와 인간이 공유하는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간이 동등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인간과 컴퓨터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과 컴퓨터의 차이점

인간에 비해 컴퓨터가 갖지 못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했을 때  감정이나 직관이 많이 거론됩니다. 그중에서도 감정은 오래전부터 생물의 고유한 속성으로 간주되어 온 것인데요. 인간은 정서적 처리를 담당하고 특히 공포에 관한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Amygdala)를 가지고 있습니다. 편도체는 인간이 정서와 관련된 기억 또는 학습을 할 때 활성화됩니다. 인간의 정서에 관여하는 뇌 부위로 편도체를 대표적으로 예시를 들었지만, 감정이란 이 외에도 수많은 각종 뇌 부위들이 관여하는 아주 복잡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이러한 뇌의 기능을 대체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인간은 컴퓨터가 가지고 있지 못한 직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프 선수는 바람의 방향을 알고자 하여 잔디들을 뽑아 날려보는 행동을 하는데요. 골프 선수는 그 풀들이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방향을 직관적으로 감지하여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지만, 컴퓨터가 똑같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면 풀 하나하나의 속도를 분석하고 평균값을 도출하는 방식으로만 바람의 방향을 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과제는 아직까지 컴퓨터보다 인간이 효율적으로 더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예시가 있는데요. 아래의 움직이는 사진을 보겠습니다.

https://www.biomotionlab.ca/html5-bml-walker/ [1]

이 움직이는 점들을 한 번 봐주세요.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우리는 바로 이 움직이는 점들이 걷고 있는 사람을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컴퓨터가 우리와 같은 판단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또, 지난 글에서는 신경계가 컴퓨터와 비슷하게 작동하며 소프트웨어로도 구현할 수 있다고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사실 신경계가 컴퓨터처럼 작동한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인 아교세포신경전달물질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뇌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계속 뉴런만 강조하는 탓에 뇌의 대부분이 뉴런일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뇌에는 뉴런 외에 아교 세포 또는 신경교세포 glial cell 또는 neuroglia라 불리는 세포들이 함께 존재하며, 이들의 숫자는 뉴런보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실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 세포들은 뉴런을 지지해주거나, 청소하거나, 절연체 myelin sheath의 기능을 하거나, 해로운 외부 물질을 차단시켜주는 혈 뇌 장벽 Blood-Brain Barrier, BBB을 이루는 등 매우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이전에는 아교세포들이 단순 봉사자의 역할만 하는 줄 알았지만, 최근에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신경전달에 참여한다는 것이 정설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아교세포-신경교세포의 종류(glial cells)[2]
미세아교세포(녹색)가 불필요한시냅스 조각(빨간색, 파란색)을 먹어치우고있다. [3]

또한 뉴런과 뉴런 사이를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신경전달물질 수용체도 단순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은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바로 뒤에 위치한 뉴런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멀리 있는 뉴런의 자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편 신경전달물질과 결합한 수용체는 열려서 신호를 전달하는데, 두세 가지의 신경전달물질이 수용체의 작용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글루탐산(glutamate)과 글라이신(glycine)이 동시에 결합하는  NMDA 수용체가 있습니다. NMDA 수용체는 또한 열리게 되면 칼슘 이온을 유입하는데, 이를 통해 뉴런의 연결과 강도가 달라지며 신경 회로망이 새롭게 구성될 수 있습니다(이 현상을 신경가소성이라고 합니다). 컴퓨터로 사람의 뇌를 모방하는 시도를 하고 있더라도, 정확한 구현을 위해서는 아교세포나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와 같은 복잡한 요소들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여기까지 가기에는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놀라운 인간 설계도

앞선 단락들에서는 컴퓨터는 가지지 못한,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징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달을 통하여 감정, 직관과 같은 인간과의 차이를 점점 좁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1의 압승을 거두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미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으며, 전략을 세우고 판단하여 결과를 도출해내는 컴퓨터의 능력에 사람들은 위협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4:1 압승을거두었다. [4]

하지만 앞서 설명한 모든 차이점들보다 인공지능과 비교했을 때 인간에게 정말 뛰어난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아주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이세돌에게 5전 4승을 거둔 알파고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총 1920개의 CPU와 280개의 GPU, 1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총동원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세돌이 바둑을 두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그의 뇌(와 한 잔의 커피)였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사용한 전력량을 계산해보아도 알파고는 1MW로 인간의 뇌가 사용하는 전력량인 12~20W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컴퓨팅 파워가 발전할수록 점점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많이 개발될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차이도 빠른 속도로 좁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뇌의 효율을 따라잡는 과제는 그 어떤 과제보다도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싸인 신경생물팀]


참고문헌      

[1] Biomotion Lab

[2]http://ib.bioninja.com.au/options/option-a-neurobiology-and/a1-neural-development/types-of-neuroglia.html

[3] 동아사이언스

[4] SBS 뉴스


매거진의 이전글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인공지능(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