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및 활동 후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대학생분들은 다들 개강하셨을까요? 새로운 2학기를 맞이하기 전에 지난 학기를 되돌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1학기 코싸인 활동을 하면서 학회 사람들은 어떤 것을 얻었을까요? 우리 각자는 어떤 계기로 인지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 학기동안 무엇을 얻었을까요? 이를 알아보고자 학회 내에서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뽑은 글들을 차례대로 올려볼까 합니다. 그럼 심리학팀부터 시작해볼까요?
바래진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보면, 저에게 ‘인지’라는 단어는 대학교 1학년 심리학 전공 수업이었던 심리학 개론이 처음이었습니다. 인지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로 2학년이 된 저는 인지과학 관련 수업들을 수강하였고 동시에 연계전공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정은 지금의 저에게 큰 영향을 준 중요한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어떤 이유와 생각으로 인지과학을 선택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이듬 학기에 군대를 가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남자에게 그렇듯 저에게도 21개월이라는 시간은 지난 과거에 대한 추억과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복학한 후 저는 인지심리학, 정보처리이론,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 등을 통해 나름대로 인지과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학문이고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스스로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인지과학은 인지심리학으로 대변되는 학문적 ‘틀(frame)’이었습니다. 수학이 숫자라는 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듯, 저에게 인지과학은 인간의 정보처리, 뇌의 활동이라는 틀 안에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었습니다. 종종 학문적 연구방법의 틀을 패러다임(paradigm)이라고 말하고 이를 색안경에 비유하곤 합니다. 수학, 심리학, 물리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들이 서로 다른 색안경을 끼고 저마다의 세상을 관찰하고 있는 것입니다(그림1). 이렇게 구성된 학문들 간에는 서로 간의 공통된 관심사와 연구방법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융합과 통섭을 통한 시너지를 얻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학문적 틀을 통한 인지과학도 이러한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인지과학 학회 활동을 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되었습니다.
2017년 1월 연계전공 동기들과 함께 인지과학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학회를 만들기로 하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연세대학교 첫 인지과학 학회 코싸인(CogSci:IN)은 성공적으로 1학기 활동을 마쳤습니다. 코싸인을 통해 저는 첫 번째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두 번째로 인지과학에 대한 새로운 눈을 열 수 있었습니다. 인지과학이라는 하나의 공통관심사 안에서 동일한 주제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었고, 일반적으로 서로 교류하기 어려운 학문 간에도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신촌의 한 다락방에서 코싸인은 워크샵을 하면서 둘러앉아 한 학기 동안의 학회 활동 소감을 나눴습니다. 대부분의 학회원은 입을 모아 다양한 전공의 지식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신경생물학, 심리학, 인문학, 응용과학팀의 다양한 전공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진행한 발제와 토론 활동이 학문간 융합이라는 방향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융합적인 코싸인 활동을 통해 학문적 ‘틀’로 생각한 인지과학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인지과학의 매력을 물어본다면 저는 융합, 통섭, 다학제 등의 키워드를 꺼낼 것 같습니다. 인지과학이 하나의 색안경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거라는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학회활동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인지과학은 여러 가지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에 가까운 학문이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학문들이 연구방법과 연구대상을 공유할 수 있고 이 앞서 학문적 틀로 인한 융합과 시너지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코싸인 심리학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