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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Oct 17.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가상현실/증강현실(2)

[2주차 인문사회팀] 2. VR/AR 기술 관련 이슈

1-3. VR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로 보나 기술적 적용 및 발전 가능성으로 보나 밝은 미래를 보이는 듯한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 그러나 과연 VR/AR 기술과 이로 인해 도래할 사회의 모습은 밝기만 한 것일까요?

어떠한 기술이든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기술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VR/AR 기술의 발전은 여러 가지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 게임과 폭력성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여러 가지 이슈들 중 저희는 먼저 가상현실 기술과 폭력성의 관계에 좀 더 집중해봤습니다.

[그림 1] 폭력 게임을 좋아하면 범죄자가 될 까? [1]

현재 가상현실 콘텐츠는 대부분이 게임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사실 게임과 폭력성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존재했는데요. 한 조사에 의하면 설문에 응한 총 2863명 중 20.4%가 게임과 학교폭력이 ‘매우 밀접한 영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60.7%의 응답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폭력적인 게임으로 인해 실제 현실에서도 폭력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죠.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폭력적인 게임과 폭력적인 행동의 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에 불과하며, 이를 구분하여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요소에 공통으로 원인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으며 폭력적인 게임이 꼭 폭력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므로, 섣불리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그림 2] VR 게임 HydraDeck 시연영상 [2]

하지만 기존의 게임보다 훨씬 더 현실성이 높은 VR 게임은 어떨까요? VR은 우리의 자기수용성(proprioception), 곧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는 능력을 가로챔으로써 우리가 연기하는 가상의 캐릭터와 우리 자신을 구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가상현실 게임의 기존의 비디오, PC게임을 능가하는 지나친 현실성은, 실제 생활에서도 폭력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VR 게임의 현실성과 폭력성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기술의 견인차 : 성(性) 산업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해볼 만한 유사한 주제가 바로 VR과 성(性) 산업입니다. 성관련 사업은 항상 음지에서 알게 모르게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왔습니다. 1980년대 비디오테이프 표준화 과정에서 일본 마쓰시타의 VHS 방식이 소니 베타맥스 방식을 누를 수 있었던 데에는, 성인물 업체들이 호환성이 높은 VHS 방식을 채택한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초기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의 발전도 성인 자료를 빨리 다운로드 받기 위해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심지어는 전자결제 시스템 또한 그 기원은 성인 사이트의 회원제에서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거 3D TV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전업체들이 3D 촬영업체들에 3D 포르노 제작비를 댔다는 루머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VR 성산업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구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4월 사람들이 구글에 'VR porn'을 검색한 수치는 지난 2014년 11월에 비해 그 검색량이 무려 99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다음의 표는 VR 포르노 산업의 성장을 보여주는데요. x축의 단위가 년(year) 단위가 아닌 월 단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VR 성산업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3] VR 포르노 산업의 빠른 성장 [3]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최대 성인 업체 Pornhub는 일찍이 VR 기술이 성인 산업을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여 지난해 7월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 기구와 VR기기를 연동한 서비스 'twerking butt 패키지'를 출시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블루투스를 이용해 영상과 VR기기를 연결하고 이용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3D 성인게임 제작사 일루전은 지난해 이미 VR을 활용한 3D 게임인 'VR 그녀'등의 콘텐츠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한 성인용품 업체는 자위기구와 VR을 결합한 형태의 상품인 EJaculator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재프리는 “2025년이면 VR 포르노 시장이 10억 달러(약 1조 24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 비디오 게임(14억 달러)과 풋볼 경기 중계(12억 300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R porno,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급성장하는 VR 성 시장을 그냥 보고만 있어도 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VR 포르노 확산이 청소년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의 뇌는 성인의 뇌보다 시각 중추 자극에 민감하다. 또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VR 같은 적나라한 영상을 보고 강한 성적 충동에 휩싸일 수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한 음란물은 청소년들의 정서 발달에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했습니다.

꼭 VR이 아니더라도 야한 동영상을 보면 성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논리는 정부가 야동을 규제하는 주요 논리 중 하나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폭력성과 같이, VR 게임의 지나친 현실성은 계속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과 합의는 아직 나와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VR에서 일어나는 성추행은 어떻게 규제하는가?

[그림4] "지난주 저는 가상현실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4]

위의 기사는 VR 게임 중에 성추행을 당했음을 고백하는 기사입니다. 실제로 VR 환경에서 성추행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가해자는 현실과 같은 기준으로 처벌해야 할까요?

만약 가상현실에서 소개팅을 하던 도중, 상대가 갑자기 나를 제압하고 나의 몸을 더듬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직접적인 물리적 접촉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놔둬야 하는 걸까요? 불쾌감은 엄청날 텐데 가상현실에서 일어난 일로 상대를 처벌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처하는 가이드라인이나 제도는 아직 명확히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어느 정도 담론이 형성되고 법적인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인공지능에 비해 가상현실과 관련된 윤리적, 사회적 담론은 아직 현저히 부족하며 관련한 법체계는 매우 미비한 상황입니다.

더 생각해볼 이슈들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는 생각보다 그렇게 밝지 않으며 사회적, 윤리적으로 아직 생각해볼 만한 이슈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성과 관련된 이슈들은 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VR을 통해 나만의 가상현실을 만들 수 있는 사회가 온다고 생각해봅시다. 만약 이 가상현실에 현실의 인물을 본뜬 인물을 만들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를 규제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초상권을 비롯한 개인의 권리를 근거로 들며 반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허가를 받고 이러한 사업을 벌인다면 어떨까요? 초상권을 구입하고 제공자의 동의를 얻어 VR에서 성관계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일종의 VR 성매매가 아닐까요? 개인의 동의도 받았고, 실제 삽입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므로 전혀 규제할 필요는 없을까요?

좀 SF적이지만, 가상현실 성산업이 더 발전한 사회는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의 성관계에 더 만족하고 몰두하게 된다면 현실에서의 성관계가 위협받게 되는 사회가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정서적 노력이 필요하고 번거롭게 여겨질 수 있는 현실보다 감도도 조절할 수 있고 언제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성병 문제도 없는 가상현실 세계에 인류가 더 만족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인류의 보존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극단적이지만 체외수정 위주로 생식이 이루어지거나 법적으로 일정 주기마다 강제 성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우리가 지니던 가족과 결혼의 개념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VR/AR 기술의 이용현황과 관련한 담론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다음 시간에는 가상현실과 철학, 그리고 가상현실에서의 윤리적 담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코싸인 인문사회팀]